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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곽영진의 시네마 에세이

나도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어라

전수일 감독의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 곽영진 영화평론가 7478383@hanmail.net

나도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어라

나도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어라

43살의 ‘최’(최민식 분)는 네팔 청년 도르지의 유골을 가족에게 전해주기 위해 히말라야을 찾는다.

영화 제목이 나름 인상적이고 시적이지만 선뜻 다가오지는 않는다. 히말라야 산맥엔 당연히 바람이 불기도 머물기도 할 것이니, 제목 속의 쉼표는 그 앞뒷말의 동격을 겨냥한 게 아닐 터. 제목은 ‘히말라야 어딘가의, 바람이 머무는 곳’을 뜻한다.

그러고도 제목이 수상쩍다. 예술영화 냄새가 난다. ‘히말라야…’는 예술영화일 뿐 아니라 저예산, 비상업의 독립영화다. 더욱이 배우, 그러니까 직업배우라고는 최민식 한 명뿐이다. 하지만 ‘워낭소리’처럼 쉽지는 않더라도 어렵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그래도 예술영화인데 비유와 상징이 있고 은근슬쩍 감추는 게 있어야겠지. ‘히말라야…’는 하수를 위한 영화도 고수를 위한 영화도 아닌, 매우 진지하면서 흥미로운 영화다.

‘검은 땅의 소녀와’ 등 5편의 전작 개봉을 통해 비흥행 감독으로 각인된 대학교수(영화과) 감독 전수일. 그는 이번에 관객과의 소통이 분명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성의 흐름과 영화언어적 울림이 좋은 연출로써 작품의 흥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관객은 예측하고 또 기억하며 화면과 상호작용할 것이다.

대기발령당한 것인지 짐 싸들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서, 마주칠 게 뻔한 회사 직원들에게 ‘쪽’을 팔 수 없다는 듯 아예 뒤돌아서 등을 돌린 채 내리는 40대 중반 주인공의 얼굴(확 망가진 최민식의 몰골)은 참담하다. 관객에게 가히 압도적으로 다가갈 명장면이다. 얼마 후 주인공은 네팔로 날아가 히말라야에 오른다. 고산병에 코피를 흘리고 실신까지 하며….

그가 히말라야에 오르는 이유는 한국에서 객사한 네팔 출신 노동자 때문이다. 그도 안면이 있는, 동생 공장의 직원 도르지가 남긴 돈과 유골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이유만일까? 남자 나이 마흔이면 히말라야든 킬리만자로든 한번 등정해봐야지, 그런 심정도 있었을 거다. 주인공은 도르지의 가족에게 차마 그가 죽었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런데 도르지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밤새 일을 치른다. 도르지는 기러기 아빠였다. 돈 버는 기계인 데다 아내한테 싹 무시당하는.



영화는 미스터리한 수법의 잔잔한 드라마로, 별반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전원 현지 섭외된 마을사람들인데 연기도 매우 자연스러워 더욱 그렇다. 진심이 담긴 최민식의 고독하고 허허로운 연기, 5주간의 히말라야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영상 등 영화는 오직 자연만이 줄 수 있는 빛나는 여행길로 관객을 이끌며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걸어도 걸어도 정답이 없고 자유는 아득하지만, 40대라면 인생의 ‘답’을 찾아야 할 시기가 아니겠느냐고. 이생의 업을 치유하고 자신의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바람, 바로 그 바람이 머무는 계곡. 그곳은 히말라야에 있는가, 내 안의 어디에 있는가. 떠나지 않는다면 어찌 그 이치를 알까?

‘히말라야…’는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최민식의 출연으로 관객과 매스컴의 주목을 더 받는 영화다. 최민식이 누구인가? 세계가 인정했으며, 특히 유럽 영화팬들에게 인지도와 인기 1위의 한국영화가 된 걸작 ‘올드보이’(2003)의 명우 아니던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인 그가 2005년 ‘주먹이 운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4년 만에 귀환한 것에는 그의 말대로 ‘오랜 방황’이 있었다. 그가 스크린쿼터 수호(회복) 투쟁의 ‘전사’로 나서면서 받은 세간의 비난과 상처다. 배우로서 자국영화 의무상영 비율이 50%로 축소된 데 대해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싸운 것을, 무슨 반정부·반미 투쟁의 선봉에 선 정치적 배우인 듯 몰아세운 건 심했다고 본다.

어쨌든 ‘정치배우’ 최민식의 귀환은 성공적이다. 최민식의 진가, 그의 연기 내공이 확인된 역작이다. 그렇다면 흥행은? 영화는 예술전용관 외에 일반 상영관 몇 개를 추가해 전국 28개 극장에서 개봉된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주간동아 2009.06.23 691호 (p82~82)

곽영진 영화평론가 74783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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