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8

2003.04.03

어려운 과학, 시트콤만큼 재미있다

  • 입력2003-03-27 13:4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어려운 과학, 시트콤만큼 재미있다
    이인식의 ‘21세기 키워드’가 만화로 만들어졌다. 전 3권으로 기획된 ‘만화 21세기 키워드’(애니북스 펴냄)는 ‘곤충로봇’ ‘나노기술’ ‘데이터스모그’ ‘문화적 건망증’ ‘밈’ ‘생물강철’ ‘스마트 약’ 등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40가지 핵심개념을 담았다. 만화는 ‘비빔툰’의 작가 홍승우씨가 맡아 어렵고 딱딱한 과학기술을 유머와 재치로 그려낸다.

    1권 1장 ‘곤충로봇’ 편을 보자. 인간의 삶을 방해하는 퇴치 대상 1호인 바퀴벌레도 로봇 과학자들에게는 훌륭한 모델이다. 바퀴벌레는 초속 약 1.5km로 달려 1초에 자기 몸길이의 50배가 되는 거리를 간다. 사람이 자기 키의 50배 거리를 1초에 달린다면 1시간에 320km를 갈 수 있다. 이봉주 선수도 바퀴벌레 앞에서는 ‘사부님’을 외쳐야 할 판이다. 한편 이 장에서는 곤충류, 거미류, 갑각류, 다지류 등 절지동물 분류법을 소개해 학습만화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또 이 책은 과학기술의 진보가 가져다 준 희망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6장 ‘문화적 건망증’은 미국 스티븐 버트맨 교수가 쓴 책의 제목으로, 미국사회가 역사적 기억을 쉽게 망각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남북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탄이 떨어진 곳이 어디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문화적 건망증으로 정의하고, 미국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문화적 건망증은 ‘과거를 기억하기는커녕 새로운 기억을 입력할 자리조차 없는 현대인’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

    홍승우씨는 이번 만화작업을 위해 “원작을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고 한다. 오락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상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작에 나오는 실존인물(수많은 과학자들)과 사건 관련 사진들을 구입해 실감나게 묘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 본문에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팁(tip)으로 따로 정리해두었다.

    20년 넘게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이인식씨와 만화가의 만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날드닭’ ‘노빈손’의 작가 이우일씨가 5월 출간을 목표로 ‘신화상상동물 백과사전’의 만화 버전을 준비중이다. 과학과 만화가 만났을 때, 어려운 과학 서적도 시트콤만큼 재미있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