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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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빠지자 살아난 바이에른 뮌헨, 대체 무슨 일?

[위클리 해축] 수비 전술 변화가 최근 승리 견인차… 확고한 기량 김민재에 기회 또 온다

  • 임형철 스포티비 해외축구·스카이스포츠 K리그1 해설위원

    입력2024-03-1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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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3월 5일(이하 현지 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SS 라치오전과 3월 9일 리그 25라운드 FSV 마인츠 05전 선발에서 김민재를 제외했다. 두 경기 모두 김민재 대신 마테이스 더리흐트와 에릭 다이어가 선발 출전했다. 특히 라치오전은 바이에른 뮌헨이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 경기였기에 김민재의 선발 제외는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김민재 자리 꿰찬 다이어-더리흐트 조합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왼쪽). 바이에른 뮌헨의 에릭 다이어. [GETTYIMAGES]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왼쪽). 바이에른 뮌헨의 에릭 다이어. [GETTYIMAGES]

    김민재가 빠진 두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좋은 성과를 거뒀다. 라치오전은 3-0, 마인츠전은 8-1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 전 5경기 성적이 1승 1무 3패, 팀 실점도 5경기 10실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값진 연승이다. 더리흐트와 다이어의 센터백 조합은 두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그렇다면 김민재는 왜 최근 두 경기 선발에서 제외됐을까. 그 전까지 김민재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SSC 나폴리 시절처럼 넓은 수비 범위를 뛰어난 피지컬로 커버했고, 빌드업 때도 활발하게 전진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량을 뽐냈다. 팀은 부진했지만 김민재의 활약은 만족스러웠던 셈이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갑작스레 선발에서 제외됐고, 정작 그가 빠진 뒤 팀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팬들로선 이런 상황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선 투헬 감독이 다이어를 선호한 이유는 무엇일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시절 다이어는 매우 불안한 수비수였다. 집중력이 부족한 데다, 자신이 막아야 할 상대팀 선수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동료에게 팔로 지시만 하다 실점 빌미를 주기 일쑤였다. 수비 상황에서의 적극성 부족과 느린 발 때문에 발생하는 뒤 공간 리스크가 매 경기 지적됐다. 상대가 강한 압박을 시도할 때면 패스 전개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얼마 전 투헬 감독은 “다이어는 선수들에게 말을 많이 한다. 더리흐트와 시너지 효과도 좋다”고 칭찬했다. 즉 토트넘 시절 곧잘 실수로 이어진 다이어의 ‘팔로 동료에게 지시를 내리는 행위’가 투헬 감독에게는 팀을 위한 동작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투헬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에 ‘리딩하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다이어가 가진 롱패스 배급 장점을 팀 전술에서 중요 요소로 여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기 중 말을 많이 하고, 더리흐트와 좋은 관계를 형성한 다이어가 최근 경기에서 필요하다고 본 듯하다. 라치오전과 마인츠전에서 다이어의 수비 단점도 도드라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투헬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은 두 경기에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이어의 활약이 바이에른 뮌헨의 상승세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을까. 최근 승리한 두 경기에 모두 출전한 다이어의 활약상을 무시할 수 없지만, 최근 바이에른 뮌헨의 분위기 반전은 전술적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기존 바이에른 뮌헨은 센터백의 넓은 커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비 전술을 택했다. 측면 수비수가 공격수처럼 위로 전진해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조차 상대 진영으로 높이 올라가 있어 센터백을 보호하는 선수가 전무했다. 그렇기에 센터백에는 측면과 중앙 가리지 않고 넓은 수비 범위를 틀어막을 수 있는 뛰어난 운동 능력의 선수가 필요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중용됐고, 이들은 매 경기 넓은 영역을 방어했다. 팀의 불안한 수비 전술 탓에 그야말로 생고생을 했다.

    전술 탓 ‘생고생’한 김민재

    하지만 최근 두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전술이 바뀌었다. 미드필더들은 좀 더 내려와서 중앙 수비와 간격을 좁히려고 노력했다. 요주아 키미히는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역할을 바꿨다. 키미히는 기존 측면 수비수보다 좀 더 후방에 자리 잡는 편이다. 그래서 측면 수비수가 중앙 수비수를 도와주는 장면이 전보다 늘어났다. 전술이 바뀌었으니 예전처럼 중앙 수비수가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해야 할 부담이 줄었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아닌, 다른 센터백들이 기회를 얻을 여유가 생긴 것이다. 투헬 감독은 부진한 팀 성적을 반등시키고자 기존 중앙 수비진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고, 다이어가 기용되면서 최근 두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국내외 팬들의 관심사는 김민재가 팀에서 다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린다. 바이에른 뮌헨의 전술 변화에 따라 김민재 외에 다른 센터백이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다이어-더리흐트 조합이 최근 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 만큼 한동안 이들이 선발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위기를 맞았다고 볼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한동안 다이어와 더리흐트가 중용되더라도 그간 김민재가 보여준 활약상이 무시당하는 일은 없다. 김민재는 시즌 전반기 우파메카노와 더리흐트의 부상이 이어지는 동안 홀로 팀 중앙 수비진을 지켰다. 투헬 감독의 전술 부족에도 맹활약을 떨쳤다. 경쟁자들의 최근 흐름이 좋아 잠시 선발에서 빠져 있을 뿐, 올 시즌 더 많은 출전 시간 동안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선수는 결국 김민재다. 무엇보다 김민재의 기량은 팀에서 여전히 압도적이다. 빠른 발과 피지컬은 물론, 예측 수비 능력, 공 전진 및 배급 능력을 두루 갖췄다. 결국 팀이 위기에 빠지거나 더 좋은 수비력을 필요로 할 경우 김민재가 다시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잠시 달라진 팀 흐름에 흔들리기에는 김민재의 전반기 활약상이 무척이나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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