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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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향한 전투적 격려 (여자)아이들 ‘Super Lady’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2-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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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Super Lady’를 선보인 (여자)아이들.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곡 ‘Super Lady’를 선보인 (여자)아이들.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자)아이들은 지금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중견 K팝 걸그룹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해 ‘퀸카(Queencard)’처럼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팝 넘버를 보유 중이지만, 2022년 ‘TOMBOY’ ‘Nxde’ 같은 도발적이고 강렬한 메시지와 콘셉트로 특히 잘 알려져 있다. 지금 신인급 아티스트 중 걸그룹들이 유난히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여자)아이들이 걸그룹 인물상과 표현의 지평을 넓히고 트렌드 맥락을 이끌어냈기 때문임을 염두에 둘 만하다.

    신곡 ‘Super Lady’는 거창한 총력전이다. 뮤직비디오도 대형 공연장의 피라미드형 다단 무대와 초대형 군무로 포문을 연다. 마칭밴드와 라틴풍 기타가 자아내는 긴장감 속에서 래퍼 전소연이 날카로운 고음의 솔로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곡은 랩과 보컬을 냉탕·온탕처럼 교차하며 웅장한 스케일의 ‘빅룸’ EDM으로 뻗어간다. 우기는 나직하게 으름장 놓는 대목을 놓았다가 전형적으로 얄팍한 고음이 도맡는 프리코러스를 위엄 있게 소화한다. 미연은 어느 때보다도 진득하고 칼칼한 보컬로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퇴폐미의 화려한 시각적 요소와 수없이 반짝이는 글리터, 대형 무대와 군무도 시선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가사에는 “I am at the top” 등 직설적이라면 직설적이고, 일차원적이라면 일차원적인 표현도 많다. 그런 한편으로 “겁에 질린”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망칠” “못된” 눈빛이라는 말을 들었으며 이제는 그것을 “여왕의 자질”로 받아들인다는 등 철렁하게 곱씹을 대목도 은근슬쩍 숨어 있다.

    사운드의 혼종, 멤버들의 운영, 시각적 요소, 가사에 이르기까지 터질듯이 넘쳐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단 하나, 플레잉타임이 2분 33초에 불과하다. 곡이 짧다고 내실이 없다고 간주하는 건 지금 대중음악에 대해 갖는 가장 흔한 편견 중 하나다. 다만 이 곡에 다소간 허전함이 남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각 절이 후렴에 도달하기까지 큰 굴곡을 그리기에 곡이 담보하는 자극의 양이 부족하지는 않다. 또한 곡에 가장 큰 드라마를 부여하고 선언적으로 메시지를 떨구는 부분이 바로 마지막 드롭(drop)이다 보니, 30초 이상 지속되는 이 대목을 충분히 살리려고 구조를 덜어낸 듯도 하다.

    여성과 아이돌의 공통된 맥락 포착

    이 곡은 일주일 앞선 선공개 곡 ‘Wife’와 나란히 놓을 때 맥락을 더한다. ‘Wife’는 가사일, 외적 매력, 감정노동 등 전방위적인 노동을 부담하는 존재로서 ‘아내’를 향한 욕망을 도발적으로 풍자한다. 뮤직비디오는 새하얀 스튜디오에서 민트색 또는 흰색 가발을 쓴 멤버들이 서로 잘 구별되지 않게 등장한다. 공업적 혹은 가상적 인공물을 연상케 하는 이들의 ‘아내’ 연기에 아이돌의 은유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Super Lady’는 모든 면에서 양극을 그림으로써 이 맥락에 들어와 앉는다. 지금 팬과 대중은 손바닥 안에 갇힌 아이돌 무대를 내려다보곤 한다. 관객보다 동료, 카메라와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아이돌 무대는 변모해왔다. (여자)아이들은 압도적 스펙터클로 군림하며 관객을 향해 손을 뻗는 존재로서의 아이돌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하기도 하다. ‘Nxde’가 여성과 아이돌의 공통된 맥락을 날카롭게 포착했던 것처럼 ‘Super Lady’는 여성을 향한 전투적 격려인 동시에 아이돌에 대한 새로운 꿈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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