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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과일향…바비큐와 잘 어울려

두 얼굴의 말벡

  •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묵직한 과일향…바비큐와 잘 어울려

묵직한 과일향…바비큐와 잘 어울려

아르헨티나 멘도사산 말벡 와인(위)과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들.

말벡(Malbec) 하면 아르헨티나산 묵직한 레드 와인이 바로 떠오른다. 아르헨티나에서 전 세계 말벡의 75%가 생산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말벡은 원래 프랑스 보르도에서 생산되던 포도 품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와 함께 보르도 와인에 들어가던 말벡은 와인 색상을 진하게 만들고 타닌을 더해주며 과일향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구실을 했다.

하지만 다른 품종보다 질병에 약하고 기르기가 까다로워 말벡은 프랑스에서 점점 인기를 잃어갔다. 특히 1956년 강추위로 프랑스에서 재배되던 말벡 대부분이 동사하자 농부들은 말벡을 다시 심는 것을 포기했다.

프랑스보다 기후가 훨씬 온화한 아르헨티나는 말벡의 제2 고향이 됐다. 아르헨티나 말벡은 지금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말벡과는 다른 변종으로, 포도송이와 알맹이가 더 작고 단단하다. 이 품종은 과거 프랑스에서 재배하던 것이었는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을 강타한 필록세라 병충해와 잦은 서리로 프랑스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원조 말벡이 프랑스에서는 사라지고 아르헨티나에서 자라는 셈이다.

하지만 20세기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던 아르헨티나는 말벡을 뽑아내고 맛은 떨어져도 대량으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다른 품종을 심었다. 20세기 말에 와서야 수출을 위해 고급 와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말벡의 가치가 재조명됐고, 지금은 말벡이 아르헨티나의 대표 포도 품종이 됐다. 멘도사(Mendoza) 지방이 말벡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말벡은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남서부에 위치한 카오르(Cahors) 지방에서만 말벡 와인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카오르에서는 말벡을 코(Co^t) 또는 오세루아(Auxerrois)라고도 부르며, 말벡(최소 70% 이상)에 메를로와 타나트 품종을 섞어 와인을 만든다. 특유의 검붉은 색상 때문에 한때 ‘검은 와인’(black wine)이라고도 불리던 이 와인은 타닌 성분이 워낙 강해 긴 숙성 기간을 필요로 한다. 카오르 말벡이 아르헨티나 말벡보다 훨씬 더 진한 색상과 강한 타닌을 갖는 이유는 카오르의 토양이 아르헨티나와 달리 석회암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쌍둥이라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다른 성격의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크통에서 오래 묵힌 카오르 말벡 와인은 탄탄한 구조감과 농축된 과일향이 특징이며, 병입 후 더 숙성되면 삼나무향과 흙향이 더해져 한층 매력적인 와인으로 변모한다. 아르헨티나 말벡이 풍부한 과일향과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풍만한 와인이라면, 카오르 말벡은 그에 비해 가볍고 거칠지만 우아함을 지닌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카오르에서 생산하는 말벡 와인의 양이 많지 않아 와인 매장에서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카오르 말벡과 멘도사 말벡을 나란히 놓고 테이스팅해보면 두 와인의 재미있는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벡은 대체로 구운 고기와 잘 어울린다. 쇠고기나 닭다리를 소금과 후추로만 간단히 간해 굽거나,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을 발라서 구워도 좋다. 간편하게 소시지만 구워도 말벡과 함께 즐기기에 충분하다.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한 말벡 레제르바(reserva) 와인이라면 간장향이 은은하게 밴 갈비찜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주말에 바비큐 파티 계획이 있다면 말벡을 곁들여보길 추천한다. 즐거운 시간에 풍미를 더해줄 것이다.



주간동아 942호 (p65~65)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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