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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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歌

  • 김춘수

    입력2013-11-22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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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悲歌
    아 소리를 내며

    나뭇잎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너무 높다고, 아니 생각보다

    너무 낮다고,

    나뭇잎을 밟고 갈 발은



    해가 지고 첫 별과 함께 왔다.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그 발소리 가늘고 긴

    네 손가락 같았다. 지금

    여든한 살에 落下, 나는 떨어진다.

    어디로 멀리 가고 있다. 아니

    아주 가까운 어딘 듯

    가슴이 두근두근 잠도 오지 않는다.

    나를 끌어당기는 누군가의 引力,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가늘고 긴 네 손가락 같은

    가고 있는 은은한 내 발소리가 들린다.



    10년 전이던가. 이 시를 슬프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연로한 김춘수 선생님의 마음이 잠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내가 잘못 봤다…. 지금 창밖으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다. 2004년 11월 29일 선생님이 작고하신 날이다. 다시 이 시를 읽으니 뭔가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아, 손가락이 닿지 않는 마음의 어떤 자리가 간질간질하다.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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