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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측근들의 충성경쟁 권력은 교활하다

독재자의 핸드북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측근들의 충성경쟁 권력은 교활하다

측근들의 충성경쟁 권력은 교활하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알라스테어 스미스 지음/ 이미숙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440쪽/ 1만6000원

“독재와 민주주의는 이데올로기 차이가 아니다. 독재란 극소수의 핵심 집단과 비교적 적은 수의 유력 집단에 의존하는 정부고, 민주주의는 다수의 유력 집단과 대체 가능 집단을 반반씩 토대로 삼은 정부다. 문제는 통치자가 핵심 집단과 유력 집단을 얼마만큼 챙기고 얼마나 돈을 풀어야 하는가이다.”

역동적인 정치를 남다른 눈으로 지켜봤던 저자들은 “정치적 행동에 독특한 요소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면서 “정치란 정치권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이고, 정치의 주체는 자신에게 유리한 일을 하는 데 급급한 개인”이라고 정의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는 권력을 잡고 지키기 위해 이른바 ‘통치자를 통치하는 규칙’을 따랐다. 이것의 핵심은 소수의 충성스러운 지지자 집단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나 주주의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이들에게 개인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일은 독재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책은 링컨의 노예해방, 휴렛팩커드(HP)의 컴팩 합병처럼 민주국가나 주식회사에서도 이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통치자를 통치하는 규칙’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능하면 소수의 사람에 의존하라. 둘째, 언제든 측근을 갈아치울 수 있음을 보여라. 셋째, 수입의 흐름을 장악하라. 넷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지자에게 보상하라. 다섯째,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고 지지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지 마라.

알다시피 훌륭한 통치가 모든 이의 뜻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권을 장악하려면 보상이 줄어들거나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지지자의 두려움을 충성심으로 돌려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이 성공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숨은 원동력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측근이 등을 돌리고 시민이 거리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그토록 충성을 다하던 이집트 군부는 미국의 경제 원조가 줄어들어 자신에 대한 보상이 줄어들자 무바라크를 버리고 시민을 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권력을 잡았다면 이제부터는 권력 유지가 관건이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통치자는 유능한 경쟁자보다 무능하지만 충성스러운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이 바람을 이루려면 측근 세력을 늘 긴장하게 만들고 언제든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측근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충성경쟁을 벌인다. 몸과 마음을 바쳤던 창업공신도 방심했다가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돈은 통치자의 가장 큰 힘이다. 자기 몫을 보상받지 못하는데도 집권자 곁에 남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유능한 통치자는 세금을 거두고 자원을 팔고 대출을 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수입을 거둬들인다. 또한 통치자는 자금 흐름을 통제해야 한다. 독재자가 비밀 계좌를 만들고 자금 흐름을 감추는 것도 그래서다. 돈의 통제권을 잃는 순간 권력이 끝나버리고, 돈이 없으면 지지자에게 보상을 해줄 수도 없다. 민주주의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돈의 흐름을 알 수 있지만,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자와 세금 혜택을 받는 사람이 바뀐다.

“지도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통치방식이란 권력을 잡고 권력을 유지하고 이 과정에서 국가(혹은 기업)의 총수입을 최대한 많이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이다.”

‘통치자를 통치하는 규칙’을 알아야 독재나 나쁜 통치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 지금도 통치를 노리는 사람은 국민보다 소수의 핵심 집단, 유력 집단과 결탁한 ‘그들만의 국가’를 꿈꾼다.



주간동아 827호 (p76~7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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