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한 창희, 건희, 맹희 3형제(왼쪽부터).
상속 재산으로는 토지나 집 등 부동산이 많다. 상속인은 상속 부동산의 새로운 소유권자가 되는데, 소유권은 물권으로서 소멸시효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정당한 상속인인 경우 자신의 상속 재산에 대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재산에 대한 법률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법률에서는 상속회복청구권에 시간 제한을 뒀다. 그 기간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과거 민법에는 호주제도가 있었고, 호주가 누리는 신분적·재산적 권리 때문에 호주 상속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정당한 호주 상속인은 호주로 돼 있는 사람을 상대로 ‘호주승계회복의 소’를 제기할 수 있었다. 다만 “호주승계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승계가 개시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고 규정했다(구민법 제982조 제2항. 여기서 구민법은 1990년 1월 13일 법률 제4199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규정을 상속회복청구권에도 그대로 준용했다(구민법 제999조). 그러다가 호주제도가 폐지되면서 제999조 제2항을 만들어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이 개시된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는 규정으로 구체화했다. 그런데 상속 개시일, 즉 피상속인의 사망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 불법적인 상속인에게 유리하다는 비난을 샀다. 이에 따라 2002년 1월 14일 법률 제6591호에서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로 변경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6년 2월 23일 구민법 제999조 제2항(2002년 1월 14일 법률 제65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대해 위헌을 선고했다. 과거 상속이 이뤄진 부분에도 현행법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골자는 타인에 명의신탁이 됐던 삼성생명 등의 주식을 2008년 12월 이건희 회장 단독 명의로 변경한 것을 ‘침해행위’로 보아 상속회복을 구하는 것이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시효 규정을 위와 같이 변경했기 때문에 소송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기간이 아직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것이 분명하고, 그러한 내용을 담은 법률적으로 유효한 유언이 존재한다면 법정상속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법정상속분에 대한 상속회복청구권 유효 기간이 경과했는지가 판단의 쟁점일 수밖에 없다.
이번 소송은 시각에 따라서는 ‘딴지걸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사건이다. 주식 명의신탁 등 투명하지 않은 재산 관리는 세계일류 기업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는데, 비로소 털고 가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