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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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죽고 나 살자” 살벌한 여의도 ‘공천 전쟁’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 대권 부담 인적 쇄신 꺼려…민주당, 한명숙 대표 모바일에 취해 시민 배심원 버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3-05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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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죽고 나 살자” 살벌한 여의도 ‘공천 전쟁’

    2월 2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 후보자 면접.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19대 총선에 내보낼 대표선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공천자를 확정할수록 그에 따른 반발도 점차 거세진다. 공천자로 확정된 후보는 일찌감치 ‘예비’를 떼고 사실상 ‘후보’ 자격으로 본선을 준비한다. 경선을 앞둔 예비후보들은 본선보다 더 힘들다는 예비 관문 통과를 위해 지지자를 끌어모으는 데 안간힘을 쓴다. 경선이라도 치르는 후보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하루아침에 당으로부터 전략 공천 지역이라는 통보를 받은 예비후보는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한다.

    이동관 ‘무소속 출마’ 배수진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꼈다. 종로구민이 납득하지 못할 공천을 한다면 내 시체를 밟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서울 종로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동관 전 대통령 홍보수석은 2월 27일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공천위)가 종로를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선정하자 크게 반발했다. 그는 “만약 낙하산 공천이 이뤄진다면 이는 ‘국민 눈높이 공천’도 아니거니와 종로구민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낙하산 공천이 현실화할 경우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은 이동관 전 수석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간 해묵은 갈등의 연장선에서 터져 나왔다.



    2월 27일 친이계 좌장 이재오 후보를 서울 은평을 공천자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공천위 간 갈등이 불거졌다.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권에 등 돌린 민심을 되찾으려면 정책쇄신과 함께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김종인 비대위원 등은 이재오 후보의 공천이 확정되자 사퇴를 시사했다.

    현역 물갈이 공천에 따른 잡음도 이어진다. 새누리당이 1차 공천에서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강원 춘천의 허천 의원은 “전혀 검증 안 된 인물을 공천하려 한다”며 “이는 당원들의 상실감으로 이어져 선거 패배로 직결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은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당내 권력이 교체된 데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유력 대선 예비주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재오 후보 공천 과정에서와 같이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포용’과 ‘화합’의 공천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파열음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많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 이후 곧바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해야 할 박 비대위원장이 18대 총선 때 친이계가 했던 것과 같은 ‘공천 학살’이라는 모험을 단행할 이유가 없다”며 “친이와 친박 갈등은 최소화하고 그 대신 현역 교체와 새 인물 수혈로 쇄신공천의 모양새를 갖춰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과 달리 여러 정파가 한 지붕 아래 모인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정체성 논란, 기득권 지키기, 자기 사람 심기 등 다양한 공천 잡음이 흘러나온다. 정체성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구인호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예비후보를 경선 후보자로 선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선진국민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구 예비후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정체성이 공천 기준이 맞느냐”는 비난이 속출했다. 결국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는 2월 28일 재심을 통해 구 후보를 경선 후보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

    공천 잡음 백화점 민주통합당

    386 운동권 출신이 대거 공천을 받은 것을 두고는 ‘기득권 지키기 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1월 15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 요직에 포진한 386 출신 전·현직 의원은 3차 공천까지 발표된 3월 1일 현재 대부분 공천권을 확보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 저축은행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을 공천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다. 18대 총선 당시 적용한 비리 혐의자 공천 배제 원칙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지역위원장은 “개혁을 앞세워 시민사회와 통합했는데, 공천 과정을 보면 개혁을 자처하는 세력의 기득권 유지로 변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천을 둘러싼 논란과 잡음은 급기야 강철규 공심위원장과 당 지도부가 충돌해 ‘공천 심사 유보’로까지 이어졌다. 2월 29일 기자간담회를 하려던 강 위원장을 한명숙 대표가 만류했고, 강 위원장이 반발하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된 호남 지역 면접이 늦춰지다 결국 무기한 연기됐다. 면접을 위해 상경한 한 호남 지역 예비후보는 “속사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공천 심사) 일정까지 늦추는 모습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아쉬워했다. 민주당이 19대 총선에서 전략적 공략지로 삼은 부산 지역에서는 친노 인사들에게 경쟁 없이 공천장이 돌아가면서 공천에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너 죽고 나 살자” 살벌한 여의도 ‘공천 전쟁’

    민주통합당 전략 공천 지역에서 낙천한 예비후보들과 지지자들이 3월 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시위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의 불씨는 전략 공천에서 타오르고 있다. 2월 28일 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 분구되거나 신설되는 경기 파주, 강원 원주, 세종시를 전략 공천 지역으로 발표했다. 경기 파주에서 공천을 향해 뛰어온 박정 예비후보는 “당혹스럽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19대 총선 준비를 위해 총선 1년 전부터 지역에 상주하다시피하며 표밭갈이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민주당은 전략 공천 발표 당시에는 파주을을 전략 공천 지역으로 밝혔다가, 지역 내 반발이 크자 “분구되는 파주에서 전략 공천을 실시한다는 생각만 정했을 뿐, 갑과 을 가운데 어느 지역구로 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이 파주를 전략 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야권 선거공조에 대비해 한 곳을 비워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주는 금촌, 문산 등의 북쪽과 신도시 중심의 남쪽으로 나뉘는데 신도시를 중심으로 신설되는 파주갑이 전략 공천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당과 선거공조를 논의하는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파주갑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갑에는 한명숙 대표와 가까운 윤후덕 예비후보가 뛰고 있어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또 다른 공천 잡음 뇌관 ‘전략 공천’

    민주당 공천에 대해 당내 인사들조차 정체성도, 쇄신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특히 당료들은 “한명숙 지도부가 과거 당에서 도입한 ‘시민공천배심원제’만 잘 활용했어도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뼈대로 한 당헌 개정안을 마련했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인지도=지지도’로 직결될 가능성이 큰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원’ 우려가 있는 국민참여경선을 보완하려고 도입한 제도다. 특히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정당 리더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공천권을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견제장치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애써 마련해놓은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선거자금과 조직은 당에서 지원할 테니, 후보자는 자질만 평가받으라는 취지에서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했다”며 “한명숙 대표가 모바일 경선 혁명이라는 슬로건에 집착하면서 공천 과정에서 (시민공천배심원제에 대한) 고려조차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2월 26일 광주 동구에서는 민주당 모 예비후보의 선거인단 모집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와중에 투신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과열된 경선 열기가 급기야 사람 목숨까지 앗아간 것이다. 전국 단위에서 실시되는 대통령후보 선출 경선이나 서울처럼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더 많은 유권자가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것이 ‘동원’에 따른 민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소지역 단위에서 실시되는 경선은 오히려 후보자 간 과열 탓에 ‘동원’으로 인한 부작용이 확대될 우려가 크다. 노인이 유권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기 북부와 남부 농촌 지역에서는 고등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노인들에게 모바일 경선 참여를 독려한다고 한다.

    한명숙 대표의 자기 사람 심기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인재영입위원장도 겸하는 그가 2월 29일 판사 출신 임지아 변호사를 영입했는데, 임 변호사가 한 대표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인 까닭이다.

    후보 등록 이후 총선 투표일까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13일. 그러나 유권자들은 각 당의 공천 과정에서부터 표심 향배를 결정한다. 어느 정당이 유권자에게 더 좋은 후보를 선보이려 노력했느냐는 곧 총선 결과와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 참신성과 개혁성,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후보자를 가려내는 공천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가운데 어느 정당이 공천을 잘했느냐는 4월 11일 총선 투표일이 지나면 의석 분포로 확인할 수 있다.

    낙동강벨트 민주당 ‘공천 잡음’

    ‘가신 친노’의 귀환에 풀뿌리 친노 강력 반발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부산·경남 공략에 사활을 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2월 22일 일찌감치 1차 공천에 부산 출마 후보자를 대거 포함시켰다. 사상 문재인, 북강서을 문성근, 사하갑 최인호, 북강서갑 전재수, 중동구 이해성, 연제 김인회, 남구을 박재호 등 부산에서 민주당 공천장은 대부분 친노 인사에게 돌아갔다. 부산은 민주당이 19대 총선에 사활을 건 전략적 공략지인 만큼 후보자들에게 ‘공천’ 부담을 덜어줘 일찌감치 본선을 준비하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조기 공천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친노의 귀환’이라는 지역 내 부정적 여론이 이는 데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가신 친노의 점령’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성근 최고위원이 공천을 받은 부산 북강서을에서 오랫동안 표밭을 다져온 정진우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낙동강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이유가 부산·경남에도 정치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니었느냐”며 “그런데 정작 민주당 부산 공천 과정에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풀뿌리 친노’를 배제하고 경쟁도 없이 ‘가신 친노’에게 일방적으로 공천권을 쥐어준 꼴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정 예비후보 등 민주당 부산 공천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된 예비후보 7명은 “가신 친노의 브레이크 없는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고, 민주당 안에서부터 정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며 ‘희망부산 젊은연대’(부산연대)를 결성했다. 부산진을에 민주당 공천 신청을 했다 낙선한 김종윤 예비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19대 총선에서 낙동강벨트를 탈환하려는 민주당은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싸우기에 앞서 당내 공천 잡음이라는 내홍부터 다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전분열은 예외 없이 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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