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는 언제까지 ‘비극의 땅’으로 남을까. 아프리카 동쪽 끝에 코뿔소 뿔처럼 튀어나온 소말리아는 세계 최악의 ‘실패한 국가(failed state)’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22년간 통치해온 독재자 무함마드 시아드 바레가 1991년 말 축출된 이후 군벌 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내전으로 100만여 명이 목숨을 잃고, 경제는 완전히 붕괴됐다.
소말리아는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어서 경작 가능한 땅은 전체 면적의 1.6%뿐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0달러로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국민이 230만 명. 지난해 가뭄에 따른 기아로 숨진 사람만도 10만 명이 넘는다. 2003년 1070만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850만~950만 명으로 줄었다. 내전과 기아 탓에 외국으로 도망치는 난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현재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수도 모가디슈조차 통제하지 못한다. 과도정부를 이끄는 셰이크 샤리프 아흐마드 대통령은 온건파 이슬람 연합체인 소말리아해방동맹(ARLS) 지도자 출신이다. 아흐마드 대통령은 2009년 1월 유엔 중재로 인접국 지부티에서 치른 의회 대통령 선출 투표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소말리아의 강경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알카에다와 긴밀한 알샤바브
강경 이슬람 무장단체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은 ‘알샤바브’(아랍어로 청년이라는 뜻)다. 알샤바브는 2004년 소말리아 남부 라스 캄보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청년들이 결성한 단체다. 200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세에 나서기 시작해 한때 소말리아 전체 국토의 3분의 2를 장악하기도 했다. 알샤바브의 목표는 소말리아에서 과도정부를 무너뜨리고 엄격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통치하는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알샤바브는 그동안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긴밀한 유대를 맺어왔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 전투를 경험한 외국 출신의 노련한 전사 수백 명이 알샤바브에 가담한 상태다. 현재 소말리아 중부 및 남부지역에서 세력을 굳힌 알샤바브는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조직한 정부군과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AMISOM)을 상대로 매일 전투를 벌인다.
AMISOM은 2007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만장일치 결의에 따라 소말리아 치안 확보를 위해 파견됐다. 당시 우간다, 부룬디 등에서 차출된 AMISOM 병력은 8000명이었지만, 알샤바브와의 전투에서 패배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알샤바브는 2010년 7월 AMISOM에 병력을 파견한 국가에 보복하려고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폭탄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이후 아프리카 연합은 병력 4000명을 증파했지만, 소말리아 치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소말리아 해적까지 아덴만과 아라비아 해역에서 각종 선박을 납치하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은 지난해 237건으로 최대를 기록했으며, 피랍 선원의 몸값으로 선박 회사가 지출한 비용이 1억6000만 달러나 됐다. 각국은 그동안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 소탕 작전을 벌여 1000여 명을 체포해 구금하거나 재판에 회부했다. 그럼에도 소말리아 해적은 아직도 3500여 명이나 된다.
런던 하계올림픽이 표적
소말리아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자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2월 23일 영국 런던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55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국제회의가 열렸다. 그동안 소말리아 해적 때문에 국제회의가 몇 차례 열렸지만, 소말리아 자체를 다룬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소말리아를 방치할 경우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소말리아를 정상 국가로 재건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국은 무엇보다 소말리아를 실질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를 조속히 출범시키고 알샤바브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정부군과 AMISOM의 병력 및 장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와 관련해 AMISOM 병력을 1만7731명으로 증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참가국은 이와 함께 각국의 지원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도록 공동 재정관리 이사회를 설립하고, 테러리스트의 출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불법 자금의 유입과 돈세탁도 철저히 차단키로 했다. 또한 해적 퇴치를 위해 반해적행위센터(Anti-Piracy Centre)를 설치하고, 소말리아 형사법도 보완할 계획이다.
기아에 허덕이는 소말리아 국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각종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는 알샤바브 본부와 물자수송 요충지 및 훈련캠프, 해적 본거지 등을 표적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이미 알샤바브 지도자를 제거하려고 에티오피아에 비밀 기지를 만들고 소말리아에서 무인 공격기 공습을 강화해왔다.
알샤바브는 국제사회의 공세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테러 공격을 벌이겠다고 맞서고 있다. 알리 데레 알샤바브 대변인은 “서방이 개입하면 해당 국가에 테러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며 “영국 도시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알샤바브의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보기관은 알샤바브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이 5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한다. 미국과 캐나다 출신 백인도 있는 것으로 본다.
영국에 사는 소말리아계 인구는 25만 명에 달한다. 소말리아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다 1960년 독립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소말리아에서 훈련받은 테러리스트가 영국으로 들어와 테러 활동을 벌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7월에 열리는 런던 하계올림픽이 표적이 될 수 있다. 경기장이 있는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에 소말리아 이민자 집단거주지가 있기 때문이다.
알샤바브는 또 병력 충원을 위해 청소년을 대대적으로 납치하고 있다. 14∼17세 청소년을 납치해 AK-47 소총과 수류탄 사용법 등 기초 군사훈련을 시킨 후 실전에 투입하는 것. 앞으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개입이 소말리아에 새로운 희망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
소말리아는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어서 경작 가능한 땅은 전체 면적의 1.6%뿐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0달러로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국민이 230만 명. 지난해 가뭄에 따른 기아로 숨진 사람만도 10만 명이 넘는다. 2003년 1070만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850만~950만 명으로 줄었다. 내전과 기아 탓에 외국으로 도망치는 난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현재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수도 모가디슈조차 통제하지 못한다. 과도정부를 이끄는 셰이크 샤리프 아흐마드 대통령은 온건파 이슬람 연합체인 소말리아해방동맹(ARLS) 지도자 출신이다. 아흐마드 대통령은 2009년 1월 유엔 중재로 인접국 지부티에서 치른 의회 대통령 선출 투표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소말리아의 강경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알카에다와 긴밀한 알샤바브
강경 이슬람 무장단체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은 ‘알샤바브’(아랍어로 청년이라는 뜻)다. 알샤바브는 2004년 소말리아 남부 라스 캄보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청년들이 결성한 단체다. 200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세에 나서기 시작해 한때 소말리아 전체 국토의 3분의 2를 장악하기도 했다. 알샤바브의 목표는 소말리아에서 과도정부를 무너뜨리고 엄격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통치하는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알샤바브는 그동안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긴밀한 유대를 맺어왔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 전투를 경험한 외국 출신의 노련한 전사 수백 명이 알샤바브에 가담한 상태다. 현재 소말리아 중부 및 남부지역에서 세력을 굳힌 알샤바브는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조직한 정부군과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AMISOM)을 상대로 매일 전투를 벌인다.
2011년 1월 21일 청해부대 구축함 최영함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전원을 피랍 6일 만에 구출했다.
게다가 소말리아 해적까지 아덴만과 아라비아 해역에서 각종 선박을 납치하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은 지난해 237건으로 최대를 기록했으며, 피랍 선원의 몸값으로 선박 회사가 지출한 비용이 1억6000만 달러나 됐다. 각국은 그동안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 소탕 작전을 벌여 1000여 명을 체포해 구금하거나 재판에 회부했다. 그럼에도 소말리아 해적은 아직도 3500여 명이나 된다.
런던 하계올림픽이 표적
소말리아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자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2월 23일 영국 런던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55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국제회의가 열렸다. 그동안 소말리아 해적 때문에 국제회의가 몇 차례 열렸지만, 소말리아 자체를 다룬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소말리아를 방치할 경우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소말리아를 정상 국가로 재건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국은 무엇보다 소말리아를 실질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를 조속히 출범시키고 알샤바브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정부군과 AMISOM의 병력 및 장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와 관련해 AMISOM 병력을 1만7731명으로 증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참가국은 이와 함께 각국의 지원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도록 공동 재정관리 이사회를 설립하고, 테러리스트의 출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불법 자금의 유입과 돈세탁도 철저히 차단키로 했다. 또한 해적 퇴치를 위해 반해적행위센터(Anti-Piracy Centre)를 설치하고, 소말리아 형사법도 보완할 계획이다.
기아에 허덕이는 소말리아 국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각종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는 알샤바브 본부와 물자수송 요충지 및 훈련캠프, 해적 본거지 등을 표적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이미 알샤바브 지도자를 제거하려고 에티오피아에 비밀 기지를 만들고 소말리아에서 무인 공격기 공습을 강화해왔다.
알샤바브는 국제사회의 공세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테러 공격을 벌이겠다고 맞서고 있다. 알리 데레 알샤바브 대변인은 “서방이 개입하면 해당 국가에 테러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며 “영국 도시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알샤바브의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보기관은 알샤바브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이 5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한다. 미국과 캐나다 출신 백인도 있는 것으로 본다.
영국에 사는 소말리아계 인구는 25만 명에 달한다. 소말리아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다 1960년 독립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소말리아에서 훈련받은 테러리스트가 영국으로 들어와 테러 활동을 벌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7월에 열리는 런던 하계올림픽이 표적이 될 수 있다. 경기장이 있는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에 소말리아 이민자 집단거주지가 있기 때문이다.
알샤바브는 또 병력 충원을 위해 청소년을 대대적으로 납치하고 있다. 14∼17세 청소년을 납치해 AK-47 소총과 수류탄 사용법 등 기초 군사훈련을 시킨 후 실전에 투입하는 것. 앞으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개입이 소말리아에 새로운 희망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