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5

2009.12.15

“우리말 설명, 유물 느낌 팍 오네”

대한항공 메세나, 대영박물관 한국어 안내 개시 … 아시아 언어로 첫 3대 박물관 입성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2-10 10:0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우리말 설명, 유물 느낌 팍 오네”

    12월1일부터 대영박물관에서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시작됐다. 한국어 안내를 듣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과 한승수 국무총리(왼쪽).

    “안녕하세요. 로제타스톤은 비문이 새겨진 고대 이집트의 돌로서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습니다.”

    이제 영국 대영박물관에선 전시된 유물에 대한 한국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국내 박물관에 간 것처럼 편하게 한국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세계 유명 박물관에 대한 후원을 바탕으로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보급해온 대한항공의 기업 메세나 활동이 또 한 번 결실을 본 것.

    대한항공은 2007년을 ‘문화 마케팅 원년’으로 정한 이래 세계 3대 박물관의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를 성사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2008년 2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지난 6월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이어 지난 12월1일부터 대영박물관에서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아시아권 언어로는 유일하게 한국어가 세계 3대 박물관 모두에 입성하게 됐다. 12월1일 대영박물관 ‘인라이튼먼트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어 안내 서비스 기념행사에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우리 국민이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세계 3대 박물관의 작품을 한국어로 감상하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국어 국제적 위상 높아져

    대영박물관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는 이 박물관이 소장한 ‘삿제후티의 미라가면’ ‘아우구스투스의 두상’ 등 220여 점의 주요 작품에 대해 이뤄진다. 설명을 듣고 싶은 작품 이미지를 터치스크린으로 선택하면 된다. 해설에 대한 원문 작성은 대영박물관 학술팀이 직접 담당했으며, 번역문은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이 감수해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작품 안내에 대한 음성 녹음은 방송국 성우 7명이 맡았다.



    세계적인 명소에서 자국어 안내 서비스는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세계 3대 박물관에서 한국어가 영어, 프랑스어와 어깨를 나란히 함에 따라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198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많은 한국인이 유럽의 명승지를 찾아 나섰다. 박물관은 유럽 관광의 주요 코스. 하지만 제대로 된 한국어 안내가 없다 보니 ‘깃발부대’식으로 대충 훑어보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최첨단 멀티미디어 작품안내 기기에는 기존에 서비스되던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외에 한국어와 중국어, 아랍어,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등 8개 언어가 추가됐다. 덕분에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관람객이 세계적 문화유산을 더욱 쉽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