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2009.11.10

“친환경 아파트라고? 알고 보면 PVC 비닐하우스”

사후관리 전혀 없는 친환경 건축물의 실체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11-05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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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아파트라고? 알고 보면 PVC 비닐하우스”

    ‘친환경건축물’ 인증기관으로부터 최우수 인증을 받은 경기도의 한 신축아파트.

    “우리 아이의 건강한 실내 생활을 생각합니다.”

    10월 중순, 서울 한강변에 건설될 예정인 한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이 아파트 건설회사는 미래 투자가치와 함께 친환경 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근거로 아파트 인테리어에 ‘친환경 8대 마감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을 내세웠다.

    친환경 아파트는 이제 대세다. 언제부턴가 친환경은 ‘기본 사양’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이미지 광고만 봐도 ‘자연이 그리는 아파트’ ‘자연과 함께 산다’ 등 직간접적으로 친환경을 강조하는 내용 일색이다. 광고대로라면 요즘 아파트는 매우 깨끗해서 새집증후군이나 실내 공기오염물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말 그럴까?

    허울뿐인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

    정부는 2002년부터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친환경 건축물을 유도, 촉진하기 위해서다. 현재 친환경건축물 인증기관은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주택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교육환경연구원, 크레비즈큐엠 4곳. 이들 기관은 △토지 이용 △교통 △에너지 △재료 및 지원 △수자원 △환경오염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 환경 등 9개 평가항목 점수를 합산해 100점 만점 중 85점 이상이면 ‘최우수’, 65점 이상이면 ‘우수’ 등급을 인증해준다.



    평가항목 이외에 가산항목에서 추가로 36점을 얻을 수 있어 인증기준의 절반만 만족해도 최우수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회사들은 친환경을 내세우면서도 대부분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를 외면하거나 홍보용으로만 활용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친환경건축물 본인증을 받은 아파트는 최우수 2곳과 우수 6곳 등 8곳에 불과하다.

    2006년 말 정부가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으면 인센티브(공사비 3% 이내 가산비용 인정 등)를 주겠다고 하자 2007년 13곳(최우수 1, 우수 12), 2008년 49곳(최우수 6, 우수 43), 2009년 6월 말 현재 37곳(최우수 4, 우수 33)으로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적은 숫자다. 현재까지 본인증을 받은 아파트는 최우수 13곳, 우수 94곳 등 모두 107곳. “매년 늘고 있다지만 최근 신축 아파트의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건축허가와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 ‘예비인증’을 받고, 이를 홍보용으로만 사용한 뒤 ‘본인증’ 절차를 밟지 않는 건설회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예비인증을 받은 410곳 중 본인증을 받은 곳이 107곳이니 4분의 1 정도만 본인증을 받은 셈이다.

    토지주택연구원 서만섭 부장은 “예비인증은 본인증을 전제로 받는 것인데, 예비인증으로 인센티브만 챙기고 본인증을 받지 않는 건 사기나 다름없다”며 “예비인증을 받은 후 건물이 완공되기까지는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2006~2007년 예비인증을 받은 아파트들이 올해 들어서 본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증은 당연히 받아야 할 절차라는 얘기. 그러나 예비인증을 받은 아파트 중에 준공검사를 마치고 입주가 완료된 지금까지 본인증을 받지 않은 아파트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음은 건축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양을 시작하기 전에 친환경 예비인증을 받으면 그만큼 프리미엄이 붙는다. 하지만 실제 시공할 때는 건축설계 원안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친환경 자재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첨단 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본인증 절차를 밟을 때 지불해야 할 인증비용도 부담이다. 건설업체 처지에선 이미 분양이 끝난 아파트에 추가로 투자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나.”

    더욱이 이를 관리, 감독할 정부부처나 기관도 없다. 4개 인증기관에서는 해당부처인 환경부나 국토해양부에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당부처는 아직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정수성 사무관은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에 대해 사후 관리하는 곳이 아직 없다. 이 제도는 국토해양부와 공동으로 운영하는데 최근 4개 인증기관 관계자들과 총괄 관리감독을 위한 별도의 운영기관을 둘지, 4개 인증기관 중 한 곳으로 정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인증 아파트의 ‘생얼’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잠실지역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이모(32) 씨는 입주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눈이 침침해 불편함을 느낀다. 이전에 살던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없었던 증상이다. 이씨는 새집증후군을 의심한다. 깔끔한 아파트 조경에 쾌적한 실외환경을 보면 달리 의심할 만한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친환경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이씨처럼 새집증후군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다.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얼마만큼 친환경 자재로 실내 마감을 했느냐에 쏠린다.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은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보다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면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은 아파트는 얼마나 안전할까. ‘주간동아’는 그동안 친환경건축물 최우수 인증을 받은 아파트 13곳 중 최근 2년 사이에 인증을 받은 아파트 8곳의 마감재를 확인해봤다. 경기도 김포시 H아파트 1~3단지와 성남시 분당구 P아파트와 H아파트 10~12단지, 인천시 연수구 S아파트가 그 대상이다.

    아파트의 주요 내장 마감재는 실내표면적의 61%를 차지하는 벽지와 바닥이고, 그 다음이 시트(25%)다. 가구류(싱크대, 신발장, 붙박이장)와 도어류(방문, 섀시), 몰딩류(천장 몰딩, 걸레받이, 문선) 등의 표면은 모두 시트로 이뤄져 있다. 나머지 15% 정도는 페인트와 타일 등이 차지한다. 최근 페인트는 대부분 친환경 수성을 사용하는 추세이고, 시공할 때 어떤 접착제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코팅 처리된 타일 자체에서는 별다른 공기오염물질이 방출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아파트의 실내 공기오염물질 방출 여부는 실내표면적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벽지와 바닥, 그리고 시트로 어떤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현재 환경부는 비교적 까다로운 기준을 세워 친환경 건축자재를 대상으로 ‘환경마크’를 부여한다. 제품 원료부터 생산, 유통, 수거, 폐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과정에 걸쳐 인체에 유해한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제품에 한해 인증해준다.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는다.

    실내 마감재를 환경마크 인증자재로 사용한다면 그만큼 친환경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실제 친환경 최우수 인증 아파트들은 환경마크 인증 자재를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분당 P아파트의 경우 벽지와 바닥재, 시트 모두 ‘환경마크’ 제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벽지와 바닥재를 시공한 업체는 이미 부도가 나 사라졌고, 시트업체는 중소업체였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어떻게 친환경 아파트로 선정됐을까? P아파트 건설업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내 마감재에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실내 공기오염물질 방출량 최소기준치 이상의 제품을 썼다. 하지만 단지 내 설계와 옥상 조경시설, 빗물저장 시스템 등 외부설계를 친환경건축물 기준에 따랐다. 최우수 인증을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유명 건설업체가 건설한 분당 H아파트와 김포 H아파트는 그나마 조금 나았다. 벽지는 ‘환경마크’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바닥재는 대부분 ‘환경마크’ 제품을 사용했다. 시트는 제품명을 밝히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다. 인천 S아파트는 바닥만 ‘환경마크’ 제품을 사용했고, 벽지와 시트는 ‘환경마크’ 제품이 아니었다. 이들 아파트처럼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벽지는 LG벽지와 DID벽지, 대동벽지 등 유명 브랜드 회사에서 제조한 폴리염화비닐(PVC) 실크벽지다.

    ‘환경마크’ 인증 기준을 보면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PVC 실크벽지는 기본적으로 친환경제품에서 제외된다. 환경유해물질이 많이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친환경 종이벽지보다 선호되는 것은 화려한 디자인과 무늬, 그리고 얼룩이 쉽게 지워지는 등 관리가 편리하기 때문. 바닥재의 경우 PVC 비닐장판에서 온돌마루나 강화마루로 전환되는 것이 요즘 추세다.

    비닐장판보다 마루가 훨씬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루라고 모두 친환경 제품은 아니지만, 이런 변화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다만 간혹 일부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친환경 인증 아파트가 이 정도니 일반 아파트나 저가 임대아파트의 수준은 어떨까.

    “친환경 아파트라고? 알고 보면 PVC 비닐하우스”
    환경부 ‘환경마크’와 한국공기청정협회 ‘HB마크’의 차이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한다면서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인증해주는 ‘HB마크’를 내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HB마크는 국내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환경부의 ‘환경마크’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공기청정협회는 1998년 건설 관련 업체와 학계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설립된 민간기관이다. 태생적으로 회원사인 건설 관련 업계의 이익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HB마크의 인증 기준도 환경마크와 차이가 크다. 건축자재 원료와 생산, 유통, 수거, 폐기 등 전 단계에 친환경 여부를 검사하는 환경마크와 달리 HB마크는 유통단계 제품의 실내공기 중 오염물질 방출량만을 기준으로 ‘최우수(클로버 5개)’ ‘우수(클로버 4개)’ ‘양호(클로버 3개)’ 3등급으로 인증해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Ⅰ’ ‘일반Ⅱ’ 등 5개 등급까지 인증해줬다가 줄였다. 문제는 건축자재 업체들이 HB마크 인증을 받은 후 ‘친환경 제품’이라고 광고한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행위를 과대광고라고 판단해 제재를 가하자 한국공기청정협회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40쪽 기사 참조).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실내공기 중 오염물질 방출량을 측정하는 시험방법으로는 환경마크나 HB마크나 똑같이 국제적으로 인증된 ‘소형 체임버법’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환경마크는 일정 기준 이하의 제품을 규제하기 위한 것인 반면, HB마크는 여러 등급으로 나눠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내 공기오염물질 방출량 시험의 한계

    “친환경 아파트라고? 알고 보면 PVC 비닐하우스”
    “우리나라의 친환경 건설자재나 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선진국 못지않을 겁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벽지와 장판을 사용하는 온돌 주거문화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시험방법이 아직 없어 문제입니다.”

    요즘 학계나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정부나 업계가 이를 알면서도 실내건축자재 산업시장에 미칠 파장이 커 어느 정도는 방치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 정부기관이나 민간기관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실내공기 질 측정을 위한 시험방법은 ‘소형 체임버법’이다. 일정한 공간에 시험대상 건축자재 일부 표본을 집어넣고 25±1℃의 온도와 49±1% R.H 습도를 유지한 채 7일간 방출된 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때 표본의 앞 표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밀폐한다. 사실상 건축자재 앞 표면에서 방출되는 물질만 측정하는 셈이다. 이 같은 시험방법은 ‘다다미 주거문화’인 일본이나, 장판이나 벽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유럽 또는 미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온돌 주거문화가 아파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벽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장판은 뒷면에 일정한 열이 가해졌을 때를 가정해 방출되는 물질을 측정, 친환경 기준을 정하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다.

    실제로 장판의 앞면보다 뒷면에서 방출하는 오염물질의 양이 훨씬 많고, 뒷면에 열을 가했을 그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산하 친환경건축자재인증원이 환경실천연합의 의뢰를 받아 올 초 시판 중인 장판 2종류와 PVC 실크벽지 4종류를 수거해 오염물질 방출실험을 한 결과에서 확인됐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이 자료에 따르면 실험대상으로 선정된 장판과 실크벽지는 모두 한국공기청정협회로부터 HB마크 최우수 등급을 받은 제품이었다.

    A장판의 경우 앞면에서 0.28mg/㎡.h, 뒷면에서 28.372mg/㎡.h의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면보다 뒷면에서 100배 이상 많은 오염물질이 방출된 셈이다. 이는 환경마크 인증기준 0.4mg/㎡.h보다도 70배 이상 높은 수치다. B장판은 앞면에서부터 4.553mg/㎡.h로 환경마크 인증기준은 고사하고 환경부가 시중 유통 규제기준으로 삼는 4mg/㎡.h도 초과해 방출됐다. 뒷면에서는 이보다 10배가량 높은 45.241mg/㎡.h의 TVOC가 나왔다. 이는 환경마크 인증 기준치를 100배 초과한 수치( 참조).

    장판에 열을 가했을 때의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인증원은 시험방법을 ‘온도에 따른 방산량 측정법’으로 바꿔 25±1℃의 온도와 49±1% R.H 습도 상태에서의 장판 앞뒷면을 측정하고 앞면을 35℃, 45℃로 가열했을 때의 TVOC 방출량을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오염물질 방출량이 비교적 적었던 A장판의 앞면에서도 25℃일 때보다 35℃의 열을 가했을 때 2배, 45℃로 가열했을 때는 3배 이상 TVOC 방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조).

    인증원은 장판 뒷면에 대해서는 온도에 따른 방산량 측정을 하지 않았지만, 그 증가폭은 훨씬 높으리라는 것을 추정하긴 어렵지 않다. 이는 특히 겨울철에 아토피나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4종류의 벽지도 장판과 비슷한 수치변화를 보였다. 모두 HB마크 최우수 등급을 받은 제품이지만, 2종류의 벽지에서 환경마크 인증기준치를 훨씬 넘는 1.987mg/㎡.h와 0.837mg/㎡.h의 TVOC가 검출됐다.

    이 중 한 벽지제품을 온도에 따른 방산량 측정법을 사용해 가열한 결과, 35℃에서는 평소 방출량의 3배, 45℃에서는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원의 한 연구원은 “시험결과를 보면 정말 심각하다. 우리 현실에 맞는 시험방법을 개발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각종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아무리 친환경 아파트라고 포장하지만, 우리는 지금 PVC 장판과 PVC 벽지 등으로 둘러싸인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의무 사용해야 할 공공기관도 외면 … 사실상 사문화

    ‘친환경상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4년


    “친환경 아파트라고? 알고 보면 PVC 비닐하우스”

    입주를 마친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대는 요즘 ‘은평뉴타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350만㎡ 부지에 1만6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대공사는 2011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1지구는 이미 입주를 완료했으며 2지구는 공사 마무리단계, 3지구는 중간단계에 접어들었다. 시행사는 서울시가 설립한 지방공기업 SH공사.
    2004년 12월31일 제정되고 다음 해 7월1일부터 시행된 ‘친환경상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친환경촉진법)에 따르면 은평뉴타운은 의무적으로 친환경 건축자재로 건설돼야 한다. 의무적으로 친환경 상품을 사용해야 하는 공공기관에 SH공사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2005년 8월에 1지구 건설공사가 시작된 만큼 은평뉴타운은 전 지역이 친환경촉진법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은평뉴타운 아파트들은 과연 얼마만큼이나 친환경 건축자재로 지어졌을까.
    친환경촉진법상 친환경 상품이란 환경부 장관이나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해 인증받은 상품, 즉 ‘환경마크’와 ‘우수재활용마크’를 받은 상품을 가리킨다. 아파트 실내공기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내 건축자재로는 ‘환경마크’ 상품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은평뉴타운 인테리어 공사에 ‘환경마크’가 없는 건축자재가 더 많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 표면적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벽지는 대부분 PVC 실크벽지가 사용됐으며, 일부 바닥도 미(未)인증 바닥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페인트와 접착제는 대부분 친환경 상품을 사용했다.
    대한토지주택공사가 개발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일대 아파트나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개발 중인 인천시 연수구 송도 일대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환경부 녹색환경정책관 정책총괄과 김효정 사무관은 “특히 건설공사 쪽에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직접적인 제재수단이 거의 없는 데다 인센티브도 약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촉진법을 어겼을 경우 법상 제재수단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전부다. 또한 “상품을 구매하는 공공기관이 친환경 상품 여부를 잘 체크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세부 품목까지 다 알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물론 인식이 부족한 측면도 크다”는 게 김 사무관의 설명이다. 그는 “12월부터 특별조사를 실시해 법이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지 그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운영시스템 개선은 물론, 기관의 성과 평가항목에 친환경 상품 구매 실적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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