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2009.11.10

‘배뇨일지’ 쓰면 ‘잠’이 편안

  • 입력2009-11-04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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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뇨일지’ 쓰면 ‘잠’이 편안
    50대 중반의 남성이 초췌한 모습으로 내원했다. 최근 밤마다 서너 차례 소변을 보다 보니 잠을 설치는 날이 너무 많다는 호소였다. 밤에 잠을 못 자니 낮에는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힘이 빠져 일상이 고되고 삶의 활력까지 떨어졌다는 것. “숙면이 가장 좋은 보약이니 잠 좀 푹 잘 수 있게 해달라”는 그의 부탁은 거의 하소연에 가까웠다.

    환절기가 되면 우리 몸에선 땀을 통한 수분 배출이 줄어들고, 기온 변화로 몸이 쉽게 움츠러들어 소변 양이 많아진다. 그런데 낮에 느껴지는 요의(尿意)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잠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봐야 한다면 ‘야간뇨’를 의심해야 한다.

    야간뇨의 의학적 정의는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밤에 2회 이상 요의를 느껴 일어나거나 자주 소변을 보게 되면서 수면 방해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단순히 낮 시간 동안 다량의 수분을 섭취했을 때 일시적으로 야간뇨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중년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 등의 질환으로 인해 생겨나기도 한다.

    특히 중년 남성의 야간뇨는 전립선비대증과 마찬가지로 노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80대에 이르러서는 80% 정도가 하루에 1회 이상 야간뇨를 경험한다는 것.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40대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일주일에 1회 이상 야간뇨가 발생하는 경우가 39.2%, 매일 2회 이상이 27.9%로 나타났다.

    야간뇨는 그 증상이 주는 불편함보다, 숙면을 방해해 낮 시간 동안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런 불편은 집중력, 암기력 등을 떨어뜨려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낙상 등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진단을 하려면 야간뇨로 얼마나 불편을 겪는지 알아보는 게 최우선.



    배뇨 증상, 수면 상태, 수분섭취 습관, 현재 복용하는 약의 종류, 수술 경험 여부, 전립선비대증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야간뇨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24시간 소변의 상태를 적는 ‘배뇨일지’다. 배뇨일지는 야간뇨를 포함해 전립선비대증 등 배뇨 관련 질환을 앓는 환자의 배뇨 증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배뇨일지는 약 3일간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빈뇨 횟수, 야간뇨 횟수, 소변 양을 되도록 정확히 작성해야 한다. 내용이 충실하다면 이를 분석해 소변의 이상이 방광이 약해져서 생기는 증상인지, 물을 많이 마셨기 때문인지, 항이뇨호르몬의 분비장애로 인한 것인지,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증상인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다.

    ‘배뇨일지’ 쓰면 ‘잠’이 편안

    <B>어홍선</B> <BR> 어홍선 PSI 어비뇨기과 원장

    야간뇨는 배뇨일지를 통해 소변의 양과 횟수가 어떤 비례관계를 갖는지 분석, 진단하면 치료제를 결정하는 것도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24시간 소변의 양이 2500cc 이상이면 수분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하며, 2500cc 이하면 야간다뇨로 진단해 이뇨제나 이뇨호르몬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그러나 소변 양이 적은데도 자주 요의를 느낀다면 방광근육의 과민성으로 인해 유발된 과민성 방광으로 진단, 치료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간혹 야간뇨를 정상적인 노화 과정으로 생각해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다.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질병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건강은 습관으로 완성된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청객 때문에 괴롭다면, 배뇨일지에 오늘의 ‘소변 기록’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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