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5

2009.03.03

이 순간을 축제처럼 Carpe Diem!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입력2009-02-25 1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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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순간을 축제처럼 Carpe Diem!

    안도현 외 지음/ 마음의숲 펴냄/ 259쪽/ 1만900원

    청년들은 직업을 구하지 못해 몇 개의 아르바이트로 불안한 청춘을 달랜다. 하지만 내일이 불안한 것은 기성세대라고 다를 리 없다.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한 기(杞)나라 사람처럼 우리는 불안하고 안타까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시기에 ‘위로’라는 화두로 우리 시대 젊은 문인들이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있어 반갑다. 안도현 김연수 정끝별 나희덕 김인숙 박민규 문태준 공선옥 이명랑 함정임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인들이 뜨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는 한 구절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빛나고 행복한 시간이다.”

    어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한 말일 수 있지만, 살아가는 데 바빠 이런 사소한 격려와 위로의 말조차 인색했던 것은 아닐까. 그저 살기가 어렵다고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어떤 지점으로 떠나보라고 이 책은 권한다. 그러면 그렇게 떠나온 곳에서 많이 성장하고 깊어진 자신의 영혼과 마음이 남은 생을 먹여 살리고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준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승들이 전하는 위로 ‘괜찮아, 살아 있으니까’와 동시에 기획된 책이다. 그러나 1년여의 기획과 집필기간을 거쳐 이제야 독자의 손으로 들어오게 됐다. 작가들의 이름값을 앞세워 책을 팔아보자는 심산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믿음은 이 부분에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괜찮아, 살아 있으니까’가 박완서 이해인 이현주 정호승 김용택 윤구병 장영희 오정희 황대권 최재천 윤무부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스승, 즉 어른으로서의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면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는 좀더 젊은 시선을 가진 안도현 정끝별 김연수 문태준 나희덕 권대웅 박민규 공선옥 김인숙 이명랑 송정림 엄광용 백가흠 함정임 조양희 김현숙 이혜경 전옥란 이희주 이승은 채인선 박연진 오병훈 등의 신선한 글을 통해 우리 문단을 이끌어가는 젊은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작가 김연수는 그만의 화법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나도 ‘청춘의 문장들’이나 ‘여행할 권리’ 등 그의 산문을 읽어봤는데, 재치 있는 필체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그 능력을 발휘해 같은 시간을 살아가며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는 세대를 위로한다. 옛말 중에 ‘인생은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느낄 때의 막막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괜찮아!” 이렇게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며 삶을 축제처럼 즐겨라.

    우리에게 가장 빛나는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다. 인생에 아직 더 많은 날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툭툭 털고 일어나 앞을 보라는 말처럼 위로가 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나도 넘어졌고, 너도 넘어졌고,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만 “괜찮다”는 짧은 말이 가진 위로는 결코 작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각 장마다 작가들은 말하고 있다. 김연수는 “하루 날을 잡아서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며 노동의 참의미를 생각해보라”고 전하며, “음식을 하나 씹고 마시고 느낄 때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 그것이 곧 축복”이라고 말하는 안도현 시인, 그리고 작가 백가흠의 “제때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자연의 부지런함에 ‘인간은 자연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쓸쓸했다”는 구절도 곱씹게 하는 문장이었다.

    지금 이 순간의 나로 살아가는 일이, 내가 지금 얽매여 헤어나오지 못하는 많은 일보다 훨씬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설픈 위로가 오히려 슬픔을 배가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울고 싶을 때 묵묵히 옆에서 내가 우는 모습을 지켜봐주고 진정된 뒤 그 사람이 내게 던지는 한마디,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고난 앞에서 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할 때 내가 그 사람의 울음 끝에서 작은 목소리로 건넬 수 있는 한마디. “괜찮아, 내가 있잖아.”

    너무나도 충분하고 가득한 말이 아닐까 한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더 많이 해줘야 함에도 우리는 쑥스럽고 새삼스럽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이제 세상에 나가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과 함께 선물하면 좋을 듯한 책이다. 무엇보다 읽고 난 뒤 자기 자신에게 더 나은 내일이 있으리란 희망을 일깨워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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