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4

2008.12.09

기껏 도와줬더니 되레 큰소리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2-01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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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껏 도와줬더니 되레 큰소리
    답답합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이웃에 사는 아우까지 속을 썩입니다. 한두 번 속 썩이는 거면 말도 안 하죠. 예전엔 크게 싸우다가 집안 기둥을 뿌리째 태워먹은 적도 있었답니다. 틈만 나면 집에 몰래 들어와 애들을 괴롭히고, “쌀 달라” “비료 달라”며 행패를 부립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한 핏줄인데, 도와줘야죠. 하지만 전혀 고마워할 줄 모릅니다. 오히려 큰소리치죠. “양이 이것밖에 안 되냐” “네가 안 줘도 난 먹고 산다.” 굶을지언정 ‘쫀심’ 상하게 손 안 내밀겠다는 거죠. 네, 그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아우는 같은 핏줄인 형보다는 힘센 이웃집 아저씨가 더 좋은가 봅니다. 그만 하라고 해도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고 다닙니다. 저랑은 말이 안 통한다나요? ‘오씨 아저씨’ 정도 돼야 수준이 맞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동안 아우네 조카들이 불쌍해 소도 보내고, 쌀도 보내고 했습니다. 애들이 굶어 죽는데 돈 구할 길이 없다고 해서 아내 몰래 비자금도 송금했더랬죠. 심지어 쫄쫄 굶는 애들 모습이 보기 딱해 일자리도 구해줬습니다. 우리 애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개성공단’이라는 공장을 만들어준 거죠. 아마 거기서 아우가 꿍쳐둔 돈도 꽤 되는 것으로 압니다. 뭐,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 아우가 무언가 단단히 화가 났나 봅니다. 12월1일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빼고 모두 철수하라네요. 허 참. 무엇이 아우를 이렇게 화나게 했을까요? 아우는 계속 쓰레기를 날려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쓰레기라. 아하. 아우가 조카들을 못살게 구니깐 우리 아이들이 “삼촌 그러지 마세요. 삼촌만 혼자 잘 먹고 그러면 끝인가요” “삼촌 지금 아프신 거 다 알아요” 등의 전단을 보낸 것을 말하나 보네요.

    오죽하면 애들이 그런 것을 보내겠습니까? 평소에 먹을 게 있어도 자기만 먹고, 자기 애들을 안 돌보니 조카들이 우리 집으로 계속 넘어옵니다.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걸 모르고 이 형만 계속 윽박지릅니다.



    개성공단을 연다고 우리 애들이 저금통까지 털었는데, 이게 다 물거품이 될 듯합니다. 애들 저축한 거며 빚낸 것까지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이제는 집에 놀러 오지도 말라고 하네요. 당분간은 아우의 ‘삐침’이 계속될 듯합니다. 이상, 철이 덜 든 아우를 바라보는 형의 넋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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