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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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그룹 비밀장부 2005년 압수했었다”

검찰 일각 “이미 백 회장 로비 단서 확보”… 3년간 수사 보류 보이지 않는 손 있었나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0-27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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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그룹 비밀장부 2005년 압수했었다”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의 구속으로 프라임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수사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이미 2005년에 검찰이 프라임그룹의 정·관계 로비와 관련한 단서를 확보했다”는 주장이 검찰 내에서 제기돼 관심을 끈다.

    9월2일 프라임그룹 본사, 핵심계열사 등 7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검찰은 프라임그룹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해왔다.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노승권)는 △횡령(3개 계열사 자금 387억원) △배임(6개 계열사에 889억원) △상호저축은행법 위반(87억원 불법대출) △증권거래법 위반(대량 주식 거래 후 미신고) △배임수재(특정 보험사에 계열사 보험을 가입해주고 금품 수수) 등 11가지 혐의로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10월16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새롭게 제기된 주장에 따르면 검찰의 프라임그룹 압수수색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 이미 2005년에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백 회장의 횡령, 배임, 정·관계 로비 의혹의 단서가 되는 비밀장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당시 부장검사 유재만)는 양윤재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청계천 비리 관련 수사를 위해 프라임그룹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그 과정에서 프라임그룹 내부 비밀장부가 검찰에 입수된 것.

    “백 회장 돈 지출 내역 정확히 기재”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2005년 6월경 프라임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강변 테크노마트 재무본부 내 철제금고에서 이 자료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발견된 비밀장부는 일반적으로 서류 보관에 쓰이는 짙은 하늘색의 클리어 파일이었으며 파일 안에는 백 회장이 회사자금을 임의로 가져다 쓴 내역과 그 돈의 출처, 사용처, 날짜 등이 비교적 정확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비밀장부 입수 과정에 프라임그룹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며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장부를 빼돌려 다른 곳(테크노마트 1층 은행)에 숨겨뒀고, 이것을 다시 압수하느라 꼬박 하루가 걸렸다”고 회상했다.

    당시 수사팀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때 압수된 자료가 이번 프라임그룹 수사에 실마리가 됐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 비밀장부의 존재와 압수 과정에 대해 당시 압수수색을 담당했던 이용주 검사(현 광주지검 부부장검사)도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압수 사실을 인정했다. 다음은 이 검사의 설명이다.

    “그룹 내부 장부를 가져온 것은 맞다. 한 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공개하기 꺼리던 자료였던 것 같다. 대주주가 회사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고, 또 갚은 내용들이 기록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로비를 받은 사람들의 명단이 있었던 기억은 없다. 압수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어렵게 장부를 입수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수사가 종결된 뒤 곧 장부를 프라임그룹 측에 돌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비밀장부가 로비 장부였는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유재만 부장검사(현 법무법인 ‘조은’ 변호사)는 “로비 장부, 그런 건 전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프라임 자체를 수사하려 한 것은 아니고, 다른 거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검사 역시 로비 장부라는 것은 부인하면서도 “이번 프라임그룹 수사에 당시 압수된 자료가 실마리가 됐다는 분석이 검찰 관계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질문에 “아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이 장부에 기록된 내용에 대해 “꽤 많은 금액이었다. 이번에 밝혀진 백 회장의 횡령, 배임 관련 내용도 당시 장부 내용과 동일하다”고 회상했다.

    10년 사이 급성장 끊이지 않는 의혹

    하지만 이런 정황에 대해 이번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측은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노승권 부장검사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5년 압수수색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당시 장부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수사와는 전혀 관계없다. 그리고 설사 그 자료가 있다 해도 수사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백 회장의 횡령, 배임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충분히 밝힌 상태고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자체 자료만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프라임그룹 역시 “당시 압수수색은 양 전 부시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지 우리 회사에 초점이 맞춰진 수사는 아니었다. 그런 장부가 압수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검찰이 우리 그룹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드러난 것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백 회장을 구속한 뒤, 그가 횡령한 387억원 중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70억원이 정·관계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프라임그룹에 대한 수사의 초점도 ‘한류우드’ 사업으로 옮겨갈 만큼 수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당시 비밀장부가 로비 장부일 수도 있다는 복수의 검찰 관계자 설명이 맞다면 검찰은 이미 3년 전 압수수색에서 프라임그룹의 속살을 들여다본 셈이 된다. 유재만 변호사, 이용주 검사의 말처럼 비록 그 장부가 로비 장부가 아니었다 해도 최소한 횡령과 배임에 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기초자료는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3년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라임그룹은 자산 규모가 2조6000억원대에 이르는 중견 그룹으로 최근 10년 사이 동아건설, 한글과컴퓨터 등을 인수하며 급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 실세들에게 광범위한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호남기업이라는 이유로 ‘정권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는 눈총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과연 당시 비밀장부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었을까. 그리고 왜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미뤄온 것일까. “통상적인 수사일 뿐이다”는 검찰의 설명에도 프라임그룹에 대한 수사 배경이 여전히 궁금증을 낳는 가운데, 비밀장부의 존재는 또 다른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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