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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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을-정동영 vs 정몽준] 정치생명 올인 죽기살기 鄭의 전쟁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03-26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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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을-정동영 vs 정몽준] 정치생명 올인 죽기살기 鄭의 전쟁

    정몽준 의원은 ‘초심’ ‘행동’을 키워드로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정몽준(MJ)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을 결심한 때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최시중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 정병국 의원과 골프 회동을 하고 나서다. 최 고문은 “보수세력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15년은 집권할 것이다. 무소속으로 남는 건 의미가 없다. 정치적 장래를 위해선 한나라당에 들어오는 게 낫다”며 정 의원에게 입당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MJ는 새로 갈아입은 옷이 불편한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행사 때 헤드테이블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돼 있는지를 살필 만큼 ‘새 옷’을 어색하게 여겼다. MJ가 자신의 지역구(울산 동구)를 물려준 안효대 씨를 제외하면 총선 후보자 가운데 MJ계는 전무하다. 최측근 격인 홍윤오 전 국민통합21 대변인도 공천받지 못할 만큼 MJ는 입김을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19일 정동영(DY) 전 통일부 장관은 고독했다. DY는 충남 태안군 모항항에서 자원봉사를 한 뒤 서울에 도착해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으로 가기 위해 갈아탄 승합차 안에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접했다. DY도, 함께 있던 수행비서들도 확정된 패배에 입을 떼지 못했다. 깊은 회한과 침묵의 하루는 그렇게 흘렀다.

    총선 최대 거물들의 맞대결로 관심 집중

    DY계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주도한 통합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위축됐다. DY는 ‘친(親)손학규’ 인사들의 약진을 앉아서 지켜봐야 했다. DY계에서 공천이 확정된 이들은 민병두 노웅래 정청래 최재천 김현미 김춘진 의원 등 20명 안팎. 당내 최대 계보를 이끌던 DY의 위상도 축소된 셈이다. DY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총선에서 살아남을지 또한 미지수다.



    3월18일 MJ는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서울 동작구 서달산 약수터에서 주민들과 인사한 뒤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직장인들과 악수했다. 아파트, 상가, 경로당에서 한 표를 호소한 다음 귀가한 시각은 이날 자정 무렵. DY도 이 잡듯 지역을 돌면서 밑바닥 표심을 다지고 있다. MJ와 DY 두 거물이 나선 서울 동작을의 승패는 4·9 총선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MJ와 DY가 지역을 돌던 시각, 동작구 사당동 씨티공인중개사 사무소. 17년째 사당동에서 살아왔다는 이 업소 대표 조선제 씨는 “큰 낙하산 2명이 동작구로 내려오는 바람에 동네가 쓸데없이 시끄러워졌다. 주차난만 심해졌다”고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이군현 의원이 오랫동안 지역구를 돌면서 인심을 얻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이 의원은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MJ에게 공천권을 넘겨주고 경남 고성·통영으로 출마지를 바꿨다. MJ가 서울지역 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운’ DY에게 ‘승부수를 띄우면서’ 교통정리된 것. MJ는 앞서 서울 종로를 출마지로 검토하고 있었다. 종로에 DY가 출마하리라는 관측이 불거져 나올 때다. DY가 고심 끝에 동작을을 점찍으면서 MJ도 따라온 것이다.

    지는 사람은 치명타 … 서로 초대형 선거조직 꾸려

    [서울 동작을-정동영 vs 정몽준] 정치생명 올인 죽기살기 鄭의 전쟁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오른쪽)은 4·9 총선을 재기의 디딤돌로 여긴다.

    “울산에서 선거했으면 6선이 됐겠지만 서울에선 초선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초선이지만 단점과 편견을 극복하고 대선후보로 유력해졌다.”(MJ)

    MJ의 선거활동 콘셉트는 ‘초심으로 나아가겠다’ ‘행동하는 정치를 하겠다’로 모아진다. 이곳에서 당선된 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권 도전’으로 향하는 들머리로서 DY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태도다. 정치인으로서 2% 부족한 이미지를 ‘중진’ ‘6선’이 아닌 ‘초심’ ‘행동’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정객으로서의 ‘꿈’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단판 승부. DY도 배수진을 쳤다. 그는 “내가 살아온 길, 걸어온 길은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이지, 아버지의 도움을 받거나 그런 게 아니다”라고 MJ를 꼬집는다. 매머드급 자원봉사단으로 조직을 꾸린 DY의 선거사무소 개소식(3월20일) 때는 의원들이 몰려와 세를 과시했다.

    MJ도 초대형 선거조직을 꾸렸다. 2002년 대선 때 창당한 국민통합21 인맥을 비롯해 MJ맨이 총출동했다. 지역구의 어떤 곳을 돌아야 할지도 잘 모르던 MJ는 2년 동안 표밭을 일궈온 이군현 의원의 도움도 받고 있다. MJ는 ‘쉽지 않겠지만 이기는 승부’로 판을 읽는다. 앞선 상태로 출발한 만큼 DY가 뒤에서 쫓는 처지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패배하더라도 국무총리직 등 우회로가 있는 MJ보다 DY가 더 절박하다는 평가다. 그만큼 패할 경우 DY는 치명상을 입는다.

    ① 손학규 대표가 지고 DY도 낙마하면 : 민주당의 현 리더십은 와해 위기에 처한다. ② 손 대표가 지고 DY가 이기면 : DY는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재기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③ 손 대표가 이기고 DY가 지면 : DY는 정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④ 손 대표와 DY가 모두 이기면 : 통합민주당은 ‘수권 야당’의 모습을 갖춘다.

    여론조사에선 후발주자 MJ가 우위



    4·9 총선 후보등록 기간(3월25~26일)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뒤늦게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MJ) 의원이 정동영(DY) 전 통일부 장관보다 앞서 있다. 3월16일 공개된 조선일보-SBS-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MJ 49.3%, DY 37.4%로 MJ가 11.9%포인트 앞섰다. 한겨레-리서치플러스의 조사에서도 MJ 42.9%, DY 31.0%로 MJ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 판세가 어떻게 요동칠지는 알 수 없다. 지역 단위 선거인 만큼 조직력과 투표율도 중요하다.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 경험이 많은 DY가 조직력에선 MJ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김종민(48·서울 동작구 사당5동) 씨는 “정동영 씨는 대선 때 안 된다는 게 입증됐다. 어떻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우윤지(32·서울 동작구 사당2동) 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벌써부터 오만하다. 야당을 키워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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