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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특파원의 Cafe de Paris

네스프레소의 커피 혁명

네스프레소의 커피 혁명

네스프레소의 커피 혁명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파리 봉마르셰 인근의 네스프레소 대리점.

프랑스 사람들은 양은 적지만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신다. 에스프레소 문화권으로 따지면 프랑스는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라틴계다. 밥그릇만한 컵에 커피를 담아 마시는 영국 독일 등 게르만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프랑스인들이 새삼 에스프레소 맛에 푹 빠졌다. ‘새삼’이라고 한 것은 카페에서 만든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집에서 네스프레소 기계로 뽑아낸 에스프레소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네스프레소(Nespresso)’는 가히 커피 혁명이다. 이렇게 말하면 본의 아니게 네스프레소를 홍보하는 사람이 돼버린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네스프레소는 혁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과거 코카콜라 맥도널드 스타벅스가 그랬던 것처럼 네스프레소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네스프레소는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의 자회사 이름이다. 네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그 기계에 들어가는 1회용 커피 캡슐을 만드는 회사다. 기계는 지멘스(Siemens) 크룹스(Krups) 마지믹스(Magimix) 등 네스프레소와 제휴한 가전회사에서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기계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네스프레소에서 만든 커피 캡슐을 넣어야 한다. 애플사의 아이포드를 사면 아이튠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네스프레소는 프랑스에서 선택 가전의 단계를 넘어 필수 가전이 돼가고 있다. 봉마르셰 인근의 네스프레소 대리점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이 네스프레소를 사기 위해 길게 줄서 있다. 지하철 역에는 네스프레소 광고도 아닌데 네스프레소 기계가 토스터와 나란히 생활필수품에 들어간 광고가 눈에 띈다. 파리 샹젤리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네스프레소 상점이 지난달 문을 열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재치 있는 네스프레소 광고는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디오 클립 중 하나다.



왜 이렇게 인기인가. 에스프레소를 만들려면 원두를 구입해 직접 갈고 압착기에 넣어 짜내야 한다. 게다가 값비싸고 덩치 큰 압착기가 필요해, 집에서 해먹는다는 것은 커피 마니아가 아니고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에스프레소 만드는 가정용 필수 가전 ‘불티’ … 맛과 편리함에 프랑스인들 ‘흠뻑’

네스프레소 기계와 캡슐 커피는 이런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해준다. 현재 프랑스에서 살 수 있는 네스프레소 기계의 값은 130유로(약 17만5000원) 정도. 네스프레소 기계에 커피 캡슐을 넣은 뒤 버튼 동작 하나만으로 간단히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다. 맛이 별로라면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는 웬만한 카페보다 훨씬 맛이 좋다. 사람 손이 가지 않는 건 무조건 하품(下品)으로 여기던 프랑스인들이 다 이 맛에 길들여지고 있다. 그것이 혁명이라면 혁명이다.

마시는 즐거움 외에 보는 즐거움도 있다. 네스프레소는 12가지의 맛을 갖추고 있는데, 맛에 따라 캡슐 색깔이 다 다르다. 이 캡슐을 가지런히 모아놓으면 마치 색면추상 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캡슐을 정리하는 가구까지 만들어질 정도다. 그런 식으로 프랑스에서 네스프레소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모처럼의 유럽발(發)이고, 젊은 층이나 중년층이 모두 좋아한다는 게 특징이다.



주간동아 2008.01.22 620호 (p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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