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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실전 風水|순창 ‘사두혈’과 임실의 ‘노서하전형’ 명당

논두렁 밭두렁 명당, 무시하면 큰코다쳐!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논두렁 밭두렁 명당, 무시하면 큰코다쳐!

논두렁 밭두렁 명당, 무시하면 큰코다쳐!

새끼 뱀의 형상을 한 논두렁 명당(위)과 늙은 쥐 모양의 밭두렁 명당.

전두환 전 대통령이 “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해 논두렁 명당에 관한 이야기가 회자된 적이 있다. 두렁이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로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을 말한다. 그런데 풍수에서는 이러한 작은 두렁조차 땅기운이 흐르는 통로로 보아 매우 중시한다. 또 어느 지역의 생김새를 동물에 비유해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호랑이부터 쥐와 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큰 짐승으로 비유되는 땅은 덩치가 크고, 작은 짐승으로 비유되는 곳은 작고 좁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논두렁 명당’ 한 곳을 알고 있는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풍수 호사가들이 자주 찾는다. 물론 당시는 풍수에 대해 알지 못하던 때여서 그곳이 ‘논두렁 명당’인 줄 몰랐다.

이 논두렁 명당은 내가 살던 마을에서 시오리쯤 떨어진 곳으로,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군 동계면 신흥마을에 있다.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주말이나 방학 때 버스를 타고 이 마을을 지날 때마다 마을 앞에 있는 무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에도 그 입지가 기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후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을 통해 그 무덤 자리가 ‘사두혈(蛇頭穴.뱀 머리 형상과 같은 명당)’임을 알게 됐다. 또 뱀 머리에 돌을 올려놓으면 뱀이 머리를 쳐들 수 없듯, 뱀 머리 명당에 비석을 올리는 것을 꺼려 비석을 세우지 않거나 세우더라도 그 아래에 세운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구불구불 논두렁 … 영락없는 새끼 뱀 모습

마을 뒷산으로부터 작은 산 능선 하나가 구불구불 내려오다가 논두렁이 되어 멈추었다. 뱀 한 마리가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이다. 그런데 몸통이 매우 가늘어 새끼 뱀 같다. 새끼 뱀이 산에서 내려와 먹이를 찾는데, 온정신이 머리(혹은 눈)에 집중해 있기 때문에 그 지점에 지기(地氣)가 뭉쳤다고 한다. 바로 그곳에 무덤을 쓰면 발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두렁, 밭두렁은 뱀의 몸통이기 때문에 잘리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독일문학’에서 ‘풍수지리’로 전공을 바꾼 이후 ‘풍수지리의 이해’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매 학기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이 사두혈이다. 학생들도 신기해한다.

1990년대 초, 화가 홍성담 선생에게 이 자리를 보여드렸다. 그는 “논두렁 명당으로 전국에서 가장 예쁜 곳”이라고 평했다. 2000년 어느 봄날, 성균관대 조경학과 정기호 교수에게도 그곳을 보여드렸다. 그는 “새끼 뱀이 신기한 눈으로 세상을 구경하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풍수를 전혀 몰랐던 고등학생(필자)과 화가(홍성담), 조경학자(정기호)의 눈에 비친 논두렁 명당은 그 표현만 달랐지 느낌은 같았던 듯하다.

논두렁, 밭두렁이 단지 뱀 머리만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순창 동계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임실군 오수면 내동 마을에 ‘늙은 쥐가 밭으로 내려온다’는 ‘노서하전형(老鼠下田形)’ 명당이 있다. 밭두렁 명당인 셈이다. 같은 논두렁, 밭두렁인데 왜 이곳은 뱀 머리가 아니고 ‘늙은 쥐’라고 표현했을까?

‘늙은 쥐’라는 표현은 뱀보다 몸통은 굵으나 길이가 훨씬 짧은 데서 나온 것이다. 또 ‘산 능선의 변화가 뱀처럼 날렵하지 못하고 굼뜬 것’을 빗댄 것이다. 뱀과 달리 쥐는 두 귀가 쉽게 눈에 띄는데, 늙은 쥐로 표현되는 땅에는 두 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바위가 서 있어야 한다. 사진(아래)의 무덤 뒤에 서 있는 바위가 바로 귀를 상징하고, 무덤은 얼굴 부분에 쓰였다.

이렇듯 논두렁·밭두렁조차 땅의 기운이 흘러가는 통로로, 살아 있는 짐승으로 인식되는 것이 풍수의 대지관(對地觀)이다. 땅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본다면 논두렁, 밭두렁 어느 곳 하나 함부로 자르거나 파헤치지 못할 것이다. 풍수가 난개발을 방지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대지관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6.02.21 523호 (p90~90)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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