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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못 깎은 검찰 X파일은 어떻게…

지휘사건 이유 “대상사건 감찰 부적절” 법무부로 감찰 기능 이관 목소리도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제 머리 못 깎은 검찰 X파일은 어떻게…

제 머리 못 깎은 검찰 X파일은 어떻게…

6월30일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인천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7월25일 오후 5시, 대검 기자실. X파일 사건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깨고 한 건의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신문과 방송이 당일 보도를 막 마감한 시점이었다. 자료는 ‘검찰, 대상사건 감찰조사 부적절 결정’이란 제목의 짤막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자료는 7월18일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이 인천지검에 의해 구속·기소됨과 동시에 시작됐던 감찰부의 감찰 필요성 판단을 위한 기록 검토가 단 일주일 만에 결론 내려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난 3개월간 검찰의 최대 이슈로 부각된 사안인 만큼 기자실은 금세 어수선해졌다. 잠시 뒤 문효남 대검 감찰부장이 기자실로 찾아와 볼멘소리를 내는 기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브리핑을 했다. 문 부장의 결론은 명쾌했다. 관련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현직 수사팀을 상대로 수사와 사건처리 경위를 확인한 결과 감찰조사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것. 문 부장은 “감찰부와 중수부, 공판송무부가 1만2000쪽에 이르는 수사 및 공판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상부로부터의 부당한 지시나 압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002~2004년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에 대한 미심쩍은 수사와 2004년 1월, ‘참고인 중지’ 결정으로 불거졌던 인천지검 수사팀의 봐주기 의혹이 결국 ‘감찰 불가’ 결정으로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감찰조사가 남아 있지만 법무부 역시 7월27일 열린 회의에서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8월17일로 결정을 미뤄버렸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법무부 또한 감찰하기에 버거운 사건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상 비자금 또다시 악몽?

‘대상그룹 비자금 사건’은 2002년, 인천지검 특수부가 폐기물 업체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의문의 뭉칫돈이 임 회장의 계좌로 입금된 것을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임 회장은 이후 소환에 불응하면서 도피생활을 하기도 하고, 수사팀이 전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5년 1월 임 회장은 검찰이 아닌 법원(서울고검 전수안 판사)에 의해 비자금 조성 공모자로 인정됐다. 그리고 최근 검찰의 재수사에서는 219억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횡령)로 구속됐다. 때문에 2003년 3월 수사팀 전격 교체와 2004년 1월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기간에 누가 이 사건의 수사를 방해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전·현직 검찰지도부들이 이러한 의사 결정에 개입했는지에 이목이 집중됐던 것. 이러한 의혹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들에게까지 치명상을 입힐 만한 폭발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대검 감찰부가 조사에 착수할 경우 어떤 후폭풍이 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제 머리 못 깎은 검찰 X파일은 어떻게…
그런데 문 부장은 “결정은 지휘부가 내린 것으로, 증거도 없고 감찰‘조차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미 검찰에서는 참고인 중지 결정 시기와 관련해 “이종백 당시 인천지검장이 후임으로 결정된 홍석조 검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혼자 결정했다”고 해명했기 때문에 ‘감찰 불가’ 결정은 검찰 실세들에 대해서는 대검 감찰부가 무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다.

2002년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의 대상 비자금 수사는 정진규 지검장-송해은 부장검사-김준연 검사를 축으로 진행됐다. 2002년 11월에는 수사 대상을 대상그룹의 임원에서 임 회장으로 확대해 그를 세 차례나 소환했다. 특히 2003년 3월5일 인천지검은 언론에 “임 회장이 거액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3월의 검찰 분위기는 그 같은 기대를 좌절시켰다. 2월 말에 강금실 장관이 취임했고, 3월7일에는 이른바 평검사들의 반란이 일어났으며, 3월10일에는 김각영 총장이 낙마하고 송광수 총장 체제가 갖춰졌다. 총장이 교체된 직후인 3월 말, 정진규 인천지검장 후임으로 이종백 검사장이 낙점됐다. 또한 대상비자금 수사팀 역시 송해은 부장은 고건호 부장으로, 주임검사는 한동영 검사로 바뀌는 인사조치가 이어졌다(임 회장 구속을 위해 노력했던 송 검사는 2003년 교체 결정 이후 검찰 지휘부와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상 사건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겠다”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팀 전체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고 사건은 완전하게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소환을 거부하던 임 회장이 자진출두 형식으로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것.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된 수사는 이후 차갑게 식고, 7월부터는 사실상 수사가 중단되고 만다. 그리고 2004년 1월, 검찰 정기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참고인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공소장 변경 없이 내려진 이 같은 결정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임 회장과 홍 지검장의 관계(홍 검사의 조카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임 회장의 사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임 회장에 대한 참고인 중지 결정이 ‘과연 이종백 인천지검장의 단독 결정인가’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지검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조심스레 지적한다. 주요 지검의 특수부 사건은 지검장 지휘 이외에 대검 중수부 라인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검 중수부는 주요 특수부 수사사건을 보고받고, 중요 사안은 직접 중수부가 챙겨 수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감찰부장조차 자유로울 수 없어”

2003년 3월에서 2004년 2월까지 대검 중수부는 송광수 검찰총장-김종빈 대검차장-안대희 중수부장 체제로 운영됐다. 이들 모두 대상비자금 사건과 뗄 수 없는 관련을 맺고 있다. 현재 검찰총장인 김종빈 당시 대검차장은 2002년에는 중수부장으로 대상비자금 사건과 인연을 맺었다. 2004년 서울고검장 재임 때는 서울고등법원이 임 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최근 대상비자금 수사팀에 대한 감찰 여론이 높아지자 “감찰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 결과가 바뀌었다고 해서 무조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감찰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다.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 독립의 이름을 높인 송 총장-안 중수부장 역시 대상비자금 참고인 중지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 두 사람은 수사팀 교체(2003년 3월)나 참고인 중지 결정(2004년 1월), 검찰의 임 회장 관련 공소장 변경 시도(2004년 4월)를 보고받고 허락했기 때문에 대검 감찰이 이뤄졌다면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1차 조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특히 대상비자금 수사에 대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2003년 수사팀 소속 검사들이 다음 검찰인사에서 요직을 꿰찬 대목도, 대검찰청 차원에서 2003년 대상비자금 수사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이종백 인천지검장은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에 이르렀고, 고건호 특수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주임검사 역시 검사들이 선망하는 예금보험공사로 파견됐다.

대검이 대상비자금 사건에 대해 감찰 불가 결정을 내리자 일선 지검의 한 검사는 “현 감찰부장마저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부장은 2003년 대검수사기획관이었으니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대상비자금 사건 감찰도 제대로 못하면서 X파일 사건을 수사할 수 있을까” 하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과거 대검 감찰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하자는 강금실 전 장관의 주장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6월 말 취임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1차적으로는 검찰이 스스로 판단 하되 신뢰하지 못할 사유가 있을 때는 우리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감찰조차 착수하지 못하는 검찰을 향한 의혹의 시선이 법무부에 의해 거둬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8.09 497호 (p70~71)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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