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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권-대권 분리 대선 前 명문화하라”

한나라당 최병렬 부총재 “시기도 분명하게 못박아야 … ‘PK 구심점론’ 안 만들 터”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당권-대권 분리 대선 前 명문화하라”

“당권-대권 분리 대선 前 명문화하라”
한나라당에서 당권-대권 분리 논쟁이 한창이다. 이총재 입장을 반영하는 주류와 박근혜 이부영 부총재, 김덕룡 의원 등 비주류 연대의 대립도 첨예하다. 최병렬 부총재는 한나라당에서 처음으로 당권-대권 분리론을 제기했던 사람. 그에게 당권-대권 분리론의 ‘해법’을 들어보았다. 그는 분리 시기에 대해 “대통령 선거 후가 바람직하다”면서도 “대선 이전에 당권-대권 분리 원칙과 시기를 당헌·당규로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당권-대권 분리는 왜 필요한가.

“정치권에서 내가 처음으로 당권-대권 분리 주장을 폈다. 온 국민이 정치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의회가 청와대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앉아선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의회를 독립시키고 당 민주화가 이뤄지기 위해 청와대는 당의 인사나 의사 결정에 관여해선 안 된다. 당권과 대권은 분리돼야 한다.”

-어떤 형태의 당권(지도체제)이 바람직한가.

“총재라는 명칭은 제왕적 이미지라 국민의 호감을 얻지 못한다. 최고위원들이 당을 합의제로 운영하는 집단지도체제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나눠먹기식 당 운영으로 당이 표류할 부작용이 있으므로 합의가 안 될 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사 결정하는 표결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당권-대권 분리 시기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박근혜 부총재가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은 우선 정권을 잡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모든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염원이며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바다. 조직이나 자금에서 열세인 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야당 후보가 당을 틀어쥐고 전쟁에 나서는 체제가 불가피하지 않겠나. 정권을 잡은 후 당이 민주화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대권 분리는 대선 후가 좋다.”

-비주류측의 대선 이전 당권-대권 분리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인가.

“그들이 그런 얘기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총재가 갖는 힘이 막강해 경선해 봐야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 전에 집단지도체제로 가자는 것은 당내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건데, 대선을 앞두고 당의 전력에 손실이 생긴다.”

-이회창 총재는 당권-대권 분리 시기에 대해 ‘대선 후 가급적 이른 시일 내’라고만 말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명문화해야 한다. 대선 전 당헌을 고쳐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내’라는 식으로 분명하게 시기를 못박아야 한다. 시기 문제를 모호하게 넘어갈 경우 나는 당 개혁안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정치 일정은 무엇인가.

“4월이 될지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전당대회에서 부총재들을 선출하면서 ‘대선 뒤 당권-대권을 분리하겠다’고 당헌을 고쳐야 한다. 대선 후보를 이때 함께 선출할 수도 있다. 대선 후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 당권-대권 분리, 집단지도체제 구성에 들어가는 일정이 좋을 듯하다.”

-최근 이총재와 만나 당권-대권 분리에 관해 논의한 적이 있는가.

“이총재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확답한 것은 아니지만 대선 후 당권-대권 분리를 꼭 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총재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 방에서 김위원장에게 (혁신위의 당 지도체제 개혁안이) 어떻게 되어가느냐고 물어봤다. 김위원장이 생각을 정리해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총재가 총재직 그만두면 또 총재직을 둘 수 있겠느냐’는 의미로 말하더라.”

-이총재는 정권교체가 최우선이라고 하고, 비주류는 정권교체를 위해 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하는데 최부총재는 어느 쪽인가.

“정권교체를 위해선 내가 제시한 방식의 개혁이 최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참여 경선제에 대한 생각은?

“지구당위원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대의원만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렇다고 당내 일부 인사가 말하는 것처럼 10만명까지 늘리면 그 예산을 야당이 어떻게 감당하나. 권역별 경선을 치르되 예산문제를 감안해 선거인단 규모는 적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 당원도 국민 의사를 대표하는 만큼 당원만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해도 된다.”

-지난 달 자민련 김용채 부총재를 만났다는데….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식사한 것이 전부다. 김부총재가 내게 자필 붓글씨를 선물로 주는 등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다. 시간이 되면 (구치소로) 면회 가볼 생각이다.”

-‘원내 교섭단체 허용’ 등 평소 지론인 자민련 포용정책이 아직도 필요하다고 보나.

“과거엔 자민련 문제에 대해 총재 주변 사람들과 생각이 달랐다. 자민련을 우군으로 삼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충청권을 끌어안고, 이총재가 포용력이 없다고 하니까 포용하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주라고 했다.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 허용은 물 건너갔다. 김종필 총재가 대통령 출마한다고 하면서 자민련이 저기까지 가버렸는데…. 그런 말 꺼낼 상황이 안 된다.”

-고건 서울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나도 서울시장을 8개월 해봤는데 서울시 간부들에게 얘기 많이 듣고 있다.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구청들이 독립해 있어 광역행정을 펼 실제 공간은 많이 줄었다. 고건 시장은 청렴하기는 하지만 일하는 사람은 아니다. 책임질 일은 아무것도 안 하니까.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그리로 넘기지 않느냐.”

-최부총재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홍사덕 의원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서울대 동문이어서 내가 홍의원 선거참모가 됐다고 하던데 일부 언론이 너무 심하게 보도했다. 홍의원은 의원회관에서 바로 옆방을 사용해 가깝게 지낸다. 이명박씨가 나온다고 의사 표시하기 훨씬 전에 홍의원이 그런 얘기(서울시장에 출마 의사가 있다는) 하기에 ‘나는 홍의원 좋아하니까 지지하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부산시장 공천 받기 위해 뛰는 안상영 현 시장과 이상희 의원이 공교롭게 최부총재와 부산고 동창인데….

“요즘 부산시장 공천과 관련해서는 내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다. 벙어리가 됐다. 양쪽 모두 섭섭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총재로서 어떤 경우든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재섭 부총재, 김만제 의원이 제기한 ‘TK 구심점론’에 대한 견해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내놓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나라는 오랜 3김 정치로 지역문제의 병이 너무 깊어져 있다. 사려 깊게 처신하는 사람이라면 지역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이 바른 태도다. TK, PK 같은 용어는 되도록 쓰지 말자. 따지고 보면 나도 PK지 뭐. 그러나 PK 구심점론… 그런 거 안 만든다.”

-‘정치인 이회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총재 본인도 ‘협량하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총재는 법과 원칙을 갖고 있고 3김보다 청렴하다. 총재단 회의 진행하는 것을 보면 설득력 있고 판단이 정확한 것 같더라. 우리 당의 지난 4년 세월을 돌아보면 저쪽(여권)이 세풍 같은 것을 들고 나와 97년 대선에서 진 패장을 아예 죽이려고 공격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야당 사정한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니 이총재를 보호하고 총재를 구심점으로 뭉치자는 흐름이 생겼다. 이래서 ‘이회창 대세론’이 형성된 것이다. 영남에서 ‘제2의 이인제 경계론’이 굉장하다. 지역구를 맡고 있어 느끼는데 민심은 여론조사와 사뭇 다르다. 국민도 이제는 ‘야당이 분열하지 말고 단합해 이회창을 대통령 만드시오’ 이런 분위기로 알고 있다.”



주간동아 320호 (p20~21)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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