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 역시 평균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GettyImages]
평균이 사라지는 시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통해 “내년은 여러 면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최근 관찰되는 합리와 복고, 본능적인 소비트렌드는 불황기 소비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불경기라고 무조건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며 명품 시장은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소득 격차가 커지는 것이 한 원인이지만, ‘작은 사치’를 위한 소비가 불황기에도 견조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최근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는 이런 불황기에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낼까.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최근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3’은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에는 소득 양극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소비 역시 평균이 사라진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내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첫 번째로 ‘평균 실종’을 꼽았다. 일반적인 소비 패턴은 평균인 중앙이 제일 많고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완만한 종 모양이다. 하지만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이런 평균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소비자가 찾는 무난한 상품으로는 이제 어디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내년은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만이 살아남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불황에 따른 시장 변화가 만들어낸 또 다른 트렌드는 ‘체리슈머’와 ‘뉴디맨드 전략’이다. 체리슈머는 극한의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를 뜻한다. 불황기에 소비자는 가성비와 합리성을 추구한다. 내년에는 이런 현상이 한층 강화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는 소비자인 체리슈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리슈머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변화로 추세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가 체리슈머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불황기에는 생존을 위한 소비의 경우 극도로 가성비를 따지지만, 작은 사치를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소비에도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다.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소비자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이나 상품에 지갑을 연다. 이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뉴디맨드 전략’이다. 뉴디맨드 전략은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뉴디맨드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탈제도권 노동 증가
최근 MZ세대에 의해 문화가 급속히 바뀐 곳은 바로 직장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원격근무, 거점오피스 제공, 워케이션(일+휴가) 등 노동시장 시스템이 급변했다. 또한 디지털화로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가 증가하면서 조직에 속하지 않는 탈제도권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직장 문화 현상을 ‘오피스 빅뱅’이라고 부른다. “조직의 성장보다 나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MZ세대의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오피스 빅뱅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앞으로 오피스 빅뱅은 직장에 그치지 않고 개인, 조직, 시장의 변화를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킬 것이다.내년에는 인간관계도 변할 전망이다. MZ세대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인간관계가 매우 다양해지자 사람도 인덱스를 붙여 관리한다. 소수의 친구와 진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예전의 ‘관계 맺기’였다면 MZ세대는 목적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인덱스를 뗐다 붙였다 하며 관계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 앞으로는 ‘인덱스 관계’가 일반화돼 소비와 직장생활은 물론, 경제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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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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