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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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문인들의 삶 느껴 보세요”

  • 김현미 khmzip@donga.com

    입력2006-01-3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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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전설과 민담에 얽힌 여행기를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니 아직도 도처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조선시대 인물들에게 관심이 쏠리더군요. 향토사학자, 역사인물들의 후손, 그리고 지방 토박이들이 들려주는 그 시대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사료만 뒤적여 재해석한 게 아니라 직접 현장답사를 통해 정사(正史) 중심의 역사책에서는 취급도 안해주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죠. 그래서 조선시대 인물, 그것도 문인 중심으로 역사와 문학기행을 시작한 거죠.”

    허시명씨(39)는 따로따로 역사인물들의 자료를 수집하다 나중에 그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인연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양 군청 홍보실에서 우연히 듣게 된 ‘우탁과 정도전의 악연’이 그랬다. “요즘도 단양 우씨와 봉화 정씨는 혼인하지 않습니다.” 군청직원의 한 마디에 눈이 번쩍 뜨여 재차 물었더니 단양 우씨를 대표하는 우탁(최초의 우리말 시조 ‘탄로가’의 저자)과 봉화 정씨를 대표하는 정도전의 악연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봉화에 사는 정운경이 과거 보러 단양을 지나다 비를 피해 원두막에 갔다가 마침 그곳에 있던 계집종을 건드렸는데 여기서 태어난 아이가 정도전이었다. 우탁이 죽은 해에 태어난 정도전은 우탁 손자 우현보(이색과 함께 고려를 끝까지 지키려 한 문신)와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었고 조선 개국 후 우씨 집안 남자들은 정도전에 의해 유배를 당하거나 매 맞아 죽는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우탁이 노닐었다는 사인암(단양 팔경)이나 정도전의 호 삼봉과 관계 있다는 도담삼봉이 훨씬 의미있게 보일 것이다.

    저자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초까지 ‘주간동아’에 연재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다시 손질했다. 연재할 때는 분량 제한 때문에 포기했던 문학작품과 해설을 풍부하게 싣는 대신 사진은 흑백으로 넣었다. “눈으로 보고 넘어가는 여행기가 아니라 읽는 여행기이기를 원해요. 그곳에 얽힌 애절한 사연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죠. 굳이 화려한 컬러사진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샘이 깊은 물’에서 5년간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자유기고가로 카메라 하나 메고 전국을 헤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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