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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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CEO 명강의, 기업가치 ‘쑥쑥’

탁월한 비전·풍부한 현장 경험 접목 … 브랜드 키우며 ‘고객 감동’ 일석이조 효과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05-19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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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떴다!  CEO 명강의, 기업가치 ‘쑥쑥’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타 CEO\'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스타 CEO’들의 강단 나들이가 잦다. 경영·경제에 대한 사회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때문. 그렇다고 기업인의 강의가 오로지 ‘돈버는 법’에만 집중되지는 않는다. 개인 삶에도 경영 마인드 도입이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기업인들은 이제 ‘무엇을, 왜,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하나’를 가르치는 ‘비전의 멘토(조언자·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명강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CEO들은 대부분, 그러한 사회적 요구를 탁월한 이론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 삼아 ‘고객 감동’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이들이다.

    대기업 CEO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사외(社外) 강연에 나서는 이유는 사명감도 사명감이지만 그것을 CEO가 당연히 해야 할 업무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연은 CEO의 이름값, 즉 CEO 브랜드의 상승에 큰 구실을 한다. 강연은 대(對)사회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 훌륭한 강의는 언론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고 이를 통해 CEO와 회사의 가치는 동반 상승한다.

    노범석 메타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무엇보다 CEO는 강의를 통해 기업과 국가경제에 대한 아젠다를 전파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담은 100장의 보도자료를 내는 것보다 훌륭한 강연 한 번이 언론과 대중에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떴다!  CEO 명강의, 기업가치 ‘쑥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2~4개월 전부터 치밀한 준비

    그런 만큼 기업들은 CEO의 외부강연 준비에 남다른 정성을 쏟는다. 특히 대기업은 따로 연설문 작성팀을 두고 강의 2~4개월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한다. 강연 장소, 대상, 주제 등을 철저히 분석해 CEO의 특·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형태로 시나리오를 짜고 자료를 준비한다. 그렇다고 강연장에 나선 CEO들이 준비된 원고만 앵무새처럼 읽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명강사로 이름난 CEO들은 강의의 핵심 주제(경영철학)는 물론, 설명을 위해 가장 적절한 비유는 무엇인지, 자신의 개성과 이미지 강화에 필요한 소도구나 제스처는 없는지 등을 직접 나서서 챙기고 고민한다. 그렇기에 연설문 작성팀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CEO는 ‘자기 생각 없는 사람’. 아무리 말이 청산유수라 해도 경험에서 우러난 경영철학이 없으면 강연은 속 빈 강정이 되고 만다.



    CEO들이 한 차례 강연으로 받는 보수는 50만~150만원. 그러나 돈 때문에 강연에 나서는 CEO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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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남균 LG전자 디지털영상가전사업부 사장

    이채욱 GE코리아 사장은 강연 사례비 전액을 사내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다른 CEO들의 사용처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재계, 학계 등에서 명강사로 소문난 CEO는 누구일까. CEO 초청강연을 많이 주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능률협회, 한국표준협회, 서울 소재 3개 대학 경영대학원 등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강의는 ‘눈물과 감동이 함께하는 명강’으로 유명하다. 윤회장은 자본금 7000만원으로 시작, 올 매출 목표 2조4000억원의 웅진그룹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 바로 그 ‘스토리’가 윤회장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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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조찬모임에서 강연 중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회장은 명강 비결로 “현장 분위기를 재빠르게 잡아내는 것”을 꼽았다. “청중이 강의에 몰입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이야기 방향을 바꾸거나 유머를 던져 분위기를 환기한다”는 설명이다. 윤회장은 원고 없이 강의한다. “며칠 전부터 할 말을 생각하고 간단한 메모도 한다. 하지만 강연장에서는 청중만 바라본다”는 것. 윤회장은 “강의에서 중요한 것은 언변이 아니라 진실성이다. 특히 기업인의 강연은 지식 전달만이 아닌 체험에서 우러나온 감동 공유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런 만큼 교수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강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는 한차례 50~150만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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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강연 스타일은 윤석금 회장과 정반대다. 황사장의 장점은 철저한 사전준비. 최근 연세대에서 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와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강연도 남다른 준비정신이 빛을 발한 시간이었다. 반도체 전쟁의 역사를 임진왜란 전사(戰史)와 비교하면서 “오늘날 한국 경영자는 이순신 장군과 같은 통찰력과 선견력, 솔선수범, 끊임없는 위기의식 등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 큰 박수를 받았다. 삼성그룹의 한 CEO는 “황사장 강의의 장점은 재미가 아니라 질 높은 정보다. 특히 전략전문가나 기술 인력들에게 호평받는 형”이라고 설명했다.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은 자칭 타칭 ‘6시그마 전도사’다. 손원장은 “1999~2003년 삼성종합기술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강의를 했다. 연구와 강의를 병행한 덕분에 연구개발 전략에 관해서는 따로 준비가 필요 없을 만큼 머릿속에 많은 정보가 입력돼 있다. 이를 듣는 이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춰 적절히 비유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장은 “CEO는 고달퍼도 자신이 쌓은 지식이나 경험을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의는 매우 중요하다. ‘열 번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한 번도 안 한 것과 같다’는 말은 참으로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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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우남균 LG전자 디지털영상가전사업부 사장은 세련된 매너와 어법이 돋보이는 ‘영국 신사형 말짱’이다. 20년간 해외영업을 담당한 까닭. 복잡한 디지털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재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사장은 “무엇보다 꼼꼼한 준비가 중요하다. 주제에 맞는 자료를 세심히 선택해 내 생각과 잘 조화가 되게 고민하고 다듬는다”고 말했다.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은 1997년 ‘퇴출대상 1호’로 꼽히던 한국전기초자를 3년 만에 영업이익률 세계 1위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서사장은 “전문경영인에겐 기업 혁신을 위한 경영자의 참역할을 안내하고 싶어, 근로자에게는 일자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노사협력에 나서달라고, 일반인·학생들의 경우 반(反)기업 정서 해소에 일조하고자 강의에 나선다”고 말했다. 서사장은 프로젝션이나 슬라이드 등의 자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강의는 가슴과 가슴, 눈과 눈이 맞닿아야 한다. 그래야 집중이 되고 감동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서사장은 “덕분에 나만 고달프다. 할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암기도 하고 간단한 리허설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강의 덕분에 노사관계가 좋아졌다는 등의 메일을 받으면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라며 허허 웃었다.

    서사장은 “경영은 크게 전략과 집행 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전략 부분은 교수들도 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에 중요한 사항은 집행이다. 내가 한 경험이 ‘고용경영인’이 아닌 책임과 권한을 겸비한 ‘전문경영인’ 양성에 적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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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이채욱 GE코리아 사장은 “GE의 경영철학을 널리 알리는 것이 강의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GE의 경영혁신 사례를 좁게는 내부 직원, 넓게는 사업 파트너와 고객들에게 알려 결실을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사장 강의의 주요 테마는 변신의 중요성, 인재 육성과 리더십, 윤리경영의 실천 등이다. 이 세 가지는 오늘날의 GE를 이루게 한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이사장은 “내 것이라고 꼭꼭 숨겨놓기보다 되도록 많이 공개하고, 남들 것도 적극적으로 배워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인재 육성 얘기를 할 땐 채용방식부터 인사평가 툴, 육성안까지 다 공개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GE코리아 사장이 되기 전 28년간 삼성물산에서 근무했다. 이때의 해외사업 경험이 강연의 큰 밑천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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