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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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을 놓치니 골프가 보이더라

  • 입력2005-02-24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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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사이 날씨가 좋아지면서 골퍼들이 유혹에 빠지고 있다. 시즌도 시작하고 해서 지난 한 해 동안 웬만한 프로들보다 라운딩을 더 많이 했던 선배를 만났다. 그는 얼마 전에 지면을 통해 이야기했던 전직 싱글 골퍼다.

    싱글을 한 뒤 불과 수개월 만에 90대 골퍼로 전락했던 그는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겨울 동안 연습과 레슨을 열심히 받았다. 그 점에 대해 궁금해 물었더니, 얼마 전에 라운딩을 했었다고 한다. 결과는 89타.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지만 드라이버 샷과 롱 아이언 샷에서 만족감을 느꼈다고 한다. 드라이버는 감이 좋아졌고, 거리가 늘어난 건 아니지만 롱 아이언도 스윙이나 맞는 감이 편하고 구질이 좋아졌다며 곧 다시 싱글로 들어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라운딩을 같이 한 사람들은 필자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인데, 그 중 한 명은 소질도 있고 레슨에 충실해 안정된 스윙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주눅이 든 주위 사람들은 골프경력이 얼마 안 되니 ‘말’로 마음을 흔들어 놓으면 이 사람도 곧 무너질 것이라며 종종 짓궂은 행동으로 그를 괴롭히곤 했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없이 시원스럽고 안정된 스윙으로 선배골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플레이를 한 전직 싱글 골퍼는 그의 스윙이 이상해졌다면서 이대로 계속하면 완전히 망가져, 다시 레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스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자기 눈에 보이는 게 더 신기했다고 한다. 그런 과정의 전철을 똑같이 밟은 뒤 그의 눈에 남의 스윙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전직 싱글 골퍼를 만나고 나서 받은 느낌은 그가 싱글에서 추락한 뒤 골프에 대한 조바심이 없어지면서 많은 여유가 생겼으며, 이에 따라 싱글 재탈환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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