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틀록 전 참사관은 이를 위해 지난 4년을 꼬박 바쳤다. 아내는 “나는 낚시 과부나 골프 과부가 아니라 ‘한자 과부’”라고 자조했지만 그는 지난 4년간 외교관 업무가 끝나자마자 책상앞에 붙어앉아 한글과 영어 그리고 한자사전을 뒤적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휘틀록 전 참사관은 애초 한국에 부임하기 위해 지난 94년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협상’을 뜻하는 ‘니고시에이션(negotiation)’의 한글 표현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을 찾았을 때 ‘협(協)’자를 발견하고는 십자가를 뜻하는 ‘열 십(十)’과 ‘힘 력(力)’자가 3개 모여, ‘십자가’와 ‘삼위일체’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부수를 통한’ 한자 학습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지난 3월30일 한국의 친구들을 초청해 출판기념회를 가진 휘틀록 전 참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법률가의 길을 걷기보다는 미국에서 한자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5년부터 4년간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관을 지낸 그의 경력이 인생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그가 이미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