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최근 군사적 이유 등으로 통제해 왔던 북위 80도 이상 북극점 주변 영공을 올해부터 개방하기로 했다. 지난 98년 북극항로 개설을 위한 국제적 협의체(ITASPS)가 결성된 지 3년여 만에 나온 결실이다. 이로써 세계 66개 도시를 잇는 정기 직항노선이 북극점 코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당장 북극을 가운데 두고 있는 아시아~미주노선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3월1일 ‘컨티넨탈항공’ 소속 보잉777기는 미국 동부 뉴워크에서 북극을 가로질러 홍콩까지 중간 기착 없이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4월1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의 보잉747-400기도 북극 위를 지나 홍콩~뉴욕을 직접 연결했다. 그동안 홍콩~뉴욕 항로는 거리가 멀어 비행기가 중간지점인 동북아시아 도시에 기착하던 코스였다. 따라서 이번 논스톱 비행은 항공업계에선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동아시아 최대 ‘허브(Hub)공항’을 표방하며 개항한 한국 인천공항을 ‘머쓱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시간, 연료절약 매력적인 ‘직항로’
3월29일 개항한 인천공항은 3시간 비행거리 내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가 43개나 있다. 더구나 항공수요가 많은 중국∼동아시아∼일본∼미주노선을 가장 효과적으로 중계할 수 있는 위치다. 인천공항은 이를 근거로 현재 14% 정도인 환승객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 북극 변수가 끼여들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북극항로는 비행 거리를 크게 단축시키므로 이론적으로 동아시아∼미주 직항로가 늘게 된다. 이는 인천공항의 중간기착-환승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북극항로의 개통은 인천국제공항의 앞날에 드리워진 ‘안개’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그 ‘농도’다. 이 새로운 항로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새 공항에 미치는 ‘실제적’ 위협은 어느 정도일까.
북극항로는 항공비즈니스 측면에서 매력적 요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구 북반구를 큰 원을 그리며 가던 노선이 직선화돼 운항거리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사진 참조). 홍콩에서 서울을 경유해 뉴욕으로 비행할 경우 총 소요시간은 18시간15분. 대한항공 이종욱 과장의 조사 결과, UA는 북극항로를 이용해 이를 15시간40분으로 단축시켰다. 노선이 안정화하면 연료비를 편당 3만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트로이트∼베이징은 14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예상되는 항공유 결빙 등의 혹한문제도 여러 차례 계속된 시험비행에서 극복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천공항측은 “북극개방이 여러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인천공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항의 한 관계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직항로 문제가 당장은 홍콩∼뉴욕노선에만 국한된 얘기다. 여러 도시에서 온 승객들을 한 공항에 모아 자리를 꽉 채워 비행할 경우 수송단가를 낮춰 항공요금을 떨어뜨린다. 이것이 바로 허브공항의 원리다. 즉, 새로운 직항로가 생겨도 마케팅 측면에서 중간기착 공항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견해가 다른 전문가들도 있다. 직항로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늘게 되면 중-장기적으론 허브공항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극항로에 상당히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실이 우선 주목거리다. 코타이트 ICAO 대표는 “비행시간 단축, 환경보호, 여행객 편의 증가 등 장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ICAO의 이런 태도는 항공사들이 김포-도쿄 등지를 경유하는 기존 북태평양항로에서 북극항로로 전환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동남아 항공사들은 북극항로개방을 영업의 활로를 여는 호기로 여기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수요지역인 중국-동남아권역과 미주 동부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노선이 상용화할 경우 아시아 항공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UA나 컨티넨탈 항공뿐 아니라 델타항공, 케세이퍼시픽항공, 노스웨스트항공 등 여러 항공사들이 북극항로를 이용한 동아시아∼미주 직항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 언론에선 러시아가 북극에서만 통행료 수입으로 연간 수억달러를 챙길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징조들은 ‘환승객 비율을 15%에서 35%로 늘리겠다’는 인천공항의 ‘청사진’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인천발전연구원 허동훈 연구원은 최근 ‘2001 인천 현안과 대응’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북극항로 개통은)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천공항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북극항로와 관련된 세계 항공업계의 동향을 체크해온 대한항공은 “미주∼동남아 직항로가 계속 개발된다면 우리나라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의 장래를 염려해야 할 판”이라고 분석한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위력을 드러내는 시기를 2006년께로 보고 있다. 이때쯤 항속거리 1만5000km 여객기(현재 최대 항속거리는 1만2000km)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대한항공 관제 담당 구재목 부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보자. 북극항로가 개방돼도 현재의 비행기로는 인도에서 미주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갈 수 없다. 반대로 항속거리가 늘어난 비행기가 나와도 북극항로가 개방되지 않으면 이 구간은 역시 직항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항속거리가 늘어난 비행기가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인도∼미주 구간은 직항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논스톱비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화물무게와 승객 정원을 줄여야 하는 노선도 상당부분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직항노선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승객수가 늘면 개인별 항공요금이 떨어지고 이는 직항노선에 대한 여행객의 수요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북극개방과 새로운 비행기의 출현은 이처럼 상호 작용하면서 직항로의 비중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측은 북극노선이 한국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항 관계자는 “인천에서 북극노선을 이용할 경우 북미대륙까지 운행거리가 단축된다. 페덱스 등 세계적 항공 물류업체들은 이 점 때문에 인천에 몰려올 것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으로선 북극항로 개방에 따른 실익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인천∼미주 비행기가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선 북한 영공을 가로질러 비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몽골 방면으로 우회하는 것이 대안이지만 거리단축 효과가 크게 떨어져 노선전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의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뉴욕에서 북극을 지나 중국-동남아시아-인도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북극항로에서 인천국제공항은 너무 멀리 비켜 서 있다. 대한항공 이종욱 과장은 “인천공항은 북극이라는 새로운 복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북극을 가운데 두고 있는 아시아~미주노선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3월1일 ‘컨티넨탈항공’ 소속 보잉777기는 미국 동부 뉴워크에서 북극을 가로질러 홍콩까지 중간 기착 없이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4월1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의 보잉747-400기도 북극 위를 지나 홍콩~뉴욕을 직접 연결했다. 그동안 홍콩~뉴욕 항로는 거리가 멀어 비행기가 중간지점인 동북아시아 도시에 기착하던 코스였다. 따라서 이번 논스톱 비행은 항공업계에선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동아시아 최대 ‘허브(Hub)공항’을 표방하며 개항한 한국 인천공항을 ‘머쓱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시간, 연료절약 매력적인 ‘직항로’
3월29일 개항한 인천공항은 3시간 비행거리 내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가 43개나 있다. 더구나 항공수요가 많은 중국∼동아시아∼일본∼미주노선을 가장 효과적으로 중계할 수 있는 위치다. 인천공항은 이를 근거로 현재 14% 정도인 환승객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 북극 변수가 끼여들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북극항로는 비행 거리를 크게 단축시키므로 이론적으로 동아시아∼미주 직항로가 늘게 된다. 이는 인천공항의 중간기착-환승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북극항로의 개통은 인천국제공항의 앞날에 드리워진 ‘안개’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그 ‘농도’다. 이 새로운 항로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새 공항에 미치는 ‘실제적’ 위협은 어느 정도일까.
북극항로는 항공비즈니스 측면에서 매력적 요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구 북반구를 큰 원을 그리며 가던 노선이 직선화돼 운항거리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사진 참조). 홍콩에서 서울을 경유해 뉴욕으로 비행할 경우 총 소요시간은 18시간15분. 대한항공 이종욱 과장의 조사 결과, UA는 북극항로를 이용해 이를 15시간40분으로 단축시켰다. 노선이 안정화하면 연료비를 편당 3만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트로이트∼베이징은 14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예상되는 항공유 결빙 등의 혹한문제도 여러 차례 계속된 시험비행에서 극복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천공항측은 “북극개방이 여러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인천공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항의 한 관계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직항로 문제가 당장은 홍콩∼뉴욕노선에만 국한된 얘기다. 여러 도시에서 온 승객들을 한 공항에 모아 자리를 꽉 채워 비행할 경우 수송단가를 낮춰 항공요금을 떨어뜨린다. 이것이 바로 허브공항의 원리다. 즉, 새로운 직항로가 생겨도 마케팅 측면에서 중간기착 공항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견해가 다른 전문가들도 있다. 직항로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늘게 되면 중-장기적으론 허브공항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극항로에 상당히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실이 우선 주목거리다. 코타이트 ICAO 대표는 “비행시간 단축, 환경보호, 여행객 편의 증가 등 장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ICAO의 이런 태도는 항공사들이 김포-도쿄 등지를 경유하는 기존 북태평양항로에서 북극항로로 전환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동남아 항공사들은 북극항로개방을 영업의 활로를 여는 호기로 여기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수요지역인 중국-동남아권역과 미주 동부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노선이 상용화할 경우 아시아 항공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UA나 컨티넨탈 항공뿐 아니라 델타항공, 케세이퍼시픽항공, 노스웨스트항공 등 여러 항공사들이 북극항로를 이용한 동아시아∼미주 직항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 언론에선 러시아가 북극에서만 통행료 수입으로 연간 수억달러를 챙길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징조들은 ‘환승객 비율을 15%에서 35%로 늘리겠다’는 인천공항의 ‘청사진’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인천발전연구원 허동훈 연구원은 최근 ‘2001 인천 현안과 대응’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북극항로 개통은)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천공항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북극항로와 관련된 세계 항공업계의 동향을 체크해온 대한항공은 “미주∼동남아 직항로가 계속 개발된다면 우리나라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의 장래를 염려해야 할 판”이라고 분석한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위력을 드러내는 시기를 2006년께로 보고 있다. 이때쯤 항속거리 1만5000km 여객기(현재 최대 항속거리는 1만2000km)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대한항공 관제 담당 구재목 부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보자. 북극항로가 개방돼도 현재의 비행기로는 인도에서 미주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갈 수 없다. 반대로 항속거리가 늘어난 비행기가 나와도 북극항로가 개방되지 않으면 이 구간은 역시 직항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항속거리가 늘어난 비행기가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인도∼미주 구간은 직항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논스톱비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화물무게와 승객 정원을 줄여야 하는 노선도 상당부분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직항노선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승객수가 늘면 개인별 항공요금이 떨어지고 이는 직항노선에 대한 여행객의 수요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북극개방과 새로운 비행기의 출현은 이처럼 상호 작용하면서 직항로의 비중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측은 북극노선이 한국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항 관계자는 “인천에서 북극노선을 이용할 경우 북미대륙까지 운행거리가 단축된다. 페덱스 등 세계적 항공 물류업체들은 이 점 때문에 인천에 몰려올 것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으로선 북극항로 개방에 따른 실익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인천∼미주 비행기가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선 북한 영공을 가로질러 비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몽골 방면으로 우회하는 것이 대안이지만 거리단축 효과가 크게 떨어져 노선전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의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뉴욕에서 북극을 지나 중국-동남아시아-인도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북극항로에서 인천국제공항은 너무 멀리 비켜 서 있다. 대한항공 이종욱 과장은 “인천공항은 북극이라는 새로운 복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