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있으나 책임질 사람이 없다.”
연말연시 프로야구계와 팬들의 관심이 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협 파동의 책임문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선수협 정기총회 발족으로 시작된 선수협 파동 2탄은 비선수협의 기자회견 자청에 이어 6개구단 대표 선수 방출이라는 초강경수, 그리고 LG 해태 SK 한화 롯데 선수들의 선수협 추가 가입으로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다. 하지만 일단 사장단이 프로야구판을 깨는 파국만은 피하자며 ‘대화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급한 불은 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단측, 즉 8개 구단 사장들의 갑작스런 방출 지시와 연이은 대화 제의는 팬들을 혼돈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것이 확실하다. 과연 구단사장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파국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한국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구단주가 거의 관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장이 구단 운영의 전부를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 수렴과 결정이 실제 구단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면 된다. 프로야구단의 최근 의사결정 과정은 구단 실무자인 단장의 역할이 축소되고 사장이 실제로 나서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잦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이강철과 김동수 등 투수-포수 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의 영입 결정, 김응룡 감독의 영입 시도 등 대부분의 과제를 전수신 전 삼성 사장이 주도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즉, 국내 프로야구단 사장들의 역할 확대도 현재 극한으로 치닫는 선수협 파국에 부분적이나마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인 출신, 행정 실무자인 단장들의 건의로 팀 내의 굵직한 사안이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사장들의 독단에 의해 결정된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
이러한 독단적인 사례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선수협에 가담한 각 팀 6인 대표의 무조건 방출이다. 현재 프로야구 규약에 따르면 자유계약선수로 풀릴 경우 다른 구단과의 계약이 가능하다. 각 팀의 주전 선수이자 기량이 출중한 이들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었다는 것은 이미 다른 팀들이 데려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저지른 일이다. 그래서 프로야구계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담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8개구단 사장들은 선수협 정기총회가 23명만의 조촐한 잔치로 끝나자 여기에서 힘을 얻은 듯하다. 사장들은 방출을 결정한 뒤 개별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는데 몇몇 사장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사단법인화에 대한 맞대응은 선수 방출이라는 카드밖에 없었다. 우리 팀은 해당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다른 구단들이 워낙 강경하게 나와 방출에 동의했다. 해당 선수가 없는 현대-삼성 사장들은 달리 발언하지 않고 사단법인은 안 된다는 태도였다.”(A구단 사장)
당시의 방출 결정에는 약간의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 매파였고 비둘기파였는지는 상관없다. 다만 방출에 만장일치의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A구단 사장은 총회 당시 감사로 선출됐던 박정태가 방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롯데만 두 명이나 방출할 수 없지 않은가. 또 롯데에선, 박정태가 대화를 통해 선수협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서는 등 비교적 온건한 입장이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별한 선수 방출은 선수들끼리의 갈등을 부추기기에 좋은 카드가 아니었을까.
“일단은 선수 방출만 얘기했을 뿐이다. 이후, 선수협이 잠잠해진다면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자는 등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B구단 사장)
프로야구의 혼란과 파국이 선수협 때문인지, 구단측의 방해 공작 때문인지는 차치하고, 다음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또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은 채 6명을 방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구단측은 6명의 선수를 방출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선수협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계산한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다분히 감정적인 결정으로 보이는 구단측의 행동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고, 선수들이 선수협에 추가 가입하는 계기를 촉발했다. 박용오 KBO총재가 지난해 1월 “선수협 하면 야구 안 한다”는 극한 발언을 할 때의 상황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6인의 방출 결정을 주도한 구단은 과연 어딜까. 많은 야구인들은 송진우 선수협 회장이 속해 있는 한화를 지목한다. 이남헌 한화 사장은 선수협이 총회를 강행하기에 앞서 송진우를 불러 회장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진우 자신도 총회를 갖기 전 아내의 건강을 이유로 사퇴를 표명했으나 회원들의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회장직을 고수하게 됐다. 송진우는 “내가 사퇴할테니 다른 선수들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구단측은 이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자신만만해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송진우가 그대로 회장직을 맡게 된 것. 총회 직후 이남헌 사장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평소 사장들의 성향을 볼 때 한화의 이사장과 ‘열혈남아’로 알려져 있는 SK 사장 등이 선수 방출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단 사장들은 과연 선수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실수를 한 셈이다. 사장들은 선수협을 노조의 전 단계라고 여기며 반대하면서도 대부분의 노-사 관계에서 저지르고 있는 사측의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다. 핵심 인물의 축출은 오히려 대부분의 동료가 힘을 결집하는데 더욱 좋은 계기가 됐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는 야구 선수들이므로 결속력이 남다르다.
선수협의 송진우 회장도 “나를 포함한 마해영-양준혁 등 3명 정도는 옷 벗을 각오를 했었다. 그러나 6명 모두 옷을 벗길 줄은 몰랐다”며 당혹해 했다. 회장단 3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고, 그 정도는 예상해 이후의 조치를 취하려던 선수협은 당초 예상의 배가 넘는 선수들을 무조건 방출한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결국 나머지 선수들을 자극, 단체 행동으로 자연스레 옮아가게 만든 셈이다.
선수협은 사단법인 설립 포기와 선수협의 해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사장단 또한 다른 건 양보해도 사단법인은 안 된다는 자세다. 한 야구판에서 어떻게 두 개의 사단법인이 움직일 수 있느냐는 얘기다.
KBO가 중재에 나섰으나 이 또한 미지수. KBO의 마당발이자 ‘빠꼼이’로 소문난 이상국 사무총장은 요즘 “나는 사장들의 문제에 참견할 수도 없고 사장단 모임에 참석하지도 않았다”며 애써 선수협 문제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그는 최근 KBS-MBC의 방송 중계권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른 바 있어 한층 더 몸을 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KBO는 선수협 추가 가입 등 문제가 커지자 “선수협 문제는 구단과 선수와의 문제일 뿐 간여하지 않겠다”(이상국 KBO 사무총장)는 기존 입장을 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뒤늦게 중재에 나섰다. KBO는 선수협 법인화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가만히 있기에는 눈치가 보였던 것.
사장단과 선수협이 대화에 나섰다고 하지만 현재 확실한 것은 스프링캠프 이전까지는 사태의 결말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뿐이다.
연말연시 프로야구계와 팬들의 관심이 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협 파동의 책임문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선수협 정기총회 발족으로 시작된 선수협 파동 2탄은 비선수협의 기자회견 자청에 이어 6개구단 대표 선수 방출이라는 초강경수, 그리고 LG 해태 SK 한화 롯데 선수들의 선수협 추가 가입으로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다. 하지만 일단 사장단이 프로야구판을 깨는 파국만은 피하자며 ‘대화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급한 불은 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단측, 즉 8개 구단 사장들의 갑작스런 방출 지시와 연이은 대화 제의는 팬들을 혼돈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것이 확실하다. 과연 구단사장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파국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한국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구단주가 거의 관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장이 구단 운영의 전부를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 수렴과 결정이 실제 구단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면 된다. 프로야구단의 최근 의사결정 과정은 구단 실무자인 단장의 역할이 축소되고 사장이 실제로 나서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잦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이강철과 김동수 등 투수-포수 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의 영입 결정, 김응룡 감독의 영입 시도 등 대부분의 과제를 전수신 전 삼성 사장이 주도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즉, 국내 프로야구단 사장들의 역할 확대도 현재 극한으로 치닫는 선수협 파국에 부분적이나마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인 출신, 행정 실무자인 단장들의 건의로 팀 내의 굵직한 사안이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사장들의 독단에 의해 결정된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
이러한 독단적인 사례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선수협에 가담한 각 팀 6인 대표의 무조건 방출이다. 현재 프로야구 규약에 따르면 자유계약선수로 풀릴 경우 다른 구단과의 계약이 가능하다. 각 팀의 주전 선수이자 기량이 출중한 이들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었다는 것은 이미 다른 팀들이 데려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저지른 일이다. 그래서 프로야구계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담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8개구단 사장들은 선수협 정기총회가 23명만의 조촐한 잔치로 끝나자 여기에서 힘을 얻은 듯하다. 사장들은 방출을 결정한 뒤 개별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는데 몇몇 사장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사단법인화에 대한 맞대응은 선수 방출이라는 카드밖에 없었다. 우리 팀은 해당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다른 구단들이 워낙 강경하게 나와 방출에 동의했다. 해당 선수가 없는 현대-삼성 사장들은 달리 발언하지 않고 사단법인은 안 된다는 태도였다.”(A구단 사장)
당시의 방출 결정에는 약간의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 매파였고 비둘기파였는지는 상관없다. 다만 방출에 만장일치의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A구단 사장은 총회 당시 감사로 선출됐던 박정태가 방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롯데만 두 명이나 방출할 수 없지 않은가. 또 롯데에선, 박정태가 대화를 통해 선수협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서는 등 비교적 온건한 입장이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별한 선수 방출은 선수들끼리의 갈등을 부추기기에 좋은 카드가 아니었을까.
“일단은 선수 방출만 얘기했을 뿐이다. 이후, 선수협이 잠잠해진다면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자는 등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B구단 사장)
프로야구의 혼란과 파국이 선수협 때문인지, 구단측의 방해 공작 때문인지는 차치하고, 다음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또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은 채 6명을 방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구단측은 6명의 선수를 방출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선수협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계산한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다분히 감정적인 결정으로 보이는 구단측의 행동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고, 선수들이 선수협에 추가 가입하는 계기를 촉발했다. 박용오 KBO총재가 지난해 1월 “선수협 하면 야구 안 한다”는 극한 발언을 할 때의 상황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6인의 방출 결정을 주도한 구단은 과연 어딜까. 많은 야구인들은 송진우 선수협 회장이 속해 있는 한화를 지목한다. 이남헌 한화 사장은 선수협이 총회를 강행하기에 앞서 송진우를 불러 회장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진우 자신도 총회를 갖기 전 아내의 건강을 이유로 사퇴를 표명했으나 회원들의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회장직을 고수하게 됐다. 송진우는 “내가 사퇴할테니 다른 선수들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구단측은 이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자신만만해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송진우가 그대로 회장직을 맡게 된 것. 총회 직후 이남헌 사장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평소 사장들의 성향을 볼 때 한화의 이사장과 ‘열혈남아’로 알려져 있는 SK 사장 등이 선수 방출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단 사장들은 과연 선수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실수를 한 셈이다. 사장들은 선수협을 노조의 전 단계라고 여기며 반대하면서도 대부분의 노-사 관계에서 저지르고 있는 사측의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다. 핵심 인물의 축출은 오히려 대부분의 동료가 힘을 결집하는데 더욱 좋은 계기가 됐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는 야구 선수들이므로 결속력이 남다르다.
선수협의 송진우 회장도 “나를 포함한 마해영-양준혁 등 3명 정도는 옷 벗을 각오를 했었다. 그러나 6명 모두 옷을 벗길 줄은 몰랐다”며 당혹해 했다. 회장단 3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고, 그 정도는 예상해 이후의 조치를 취하려던 선수협은 당초 예상의 배가 넘는 선수들을 무조건 방출한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결국 나머지 선수들을 자극, 단체 행동으로 자연스레 옮아가게 만든 셈이다.
선수협은 사단법인 설립 포기와 선수협의 해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사장단 또한 다른 건 양보해도 사단법인은 안 된다는 자세다. 한 야구판에서 어떻게 두 개의 사단법인이 움직일 수 있느냐는 얘기다.
KBO가 중재에 나섰으나 이 또한 미지수. KBO의 마당발이자 ‘빠꼼이’로 소문난 이상국 사무총장은 요즘 “나는 사장들의 문제에 참견할 수도 없고 사장단 모임에 참석하지도 않았다”며 애써 선수협 문제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그는 최근 KBS-MBC의 방송 중계권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른 바 있어 한층 더 몸을 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KBO는 선수협 추가 가입 등 문제가 커지자 “선수협 문제는 구단과 선수와의 문제일 뿐 간여하지 않겠다”(이상국 KBO 사무총장)는 기존 입장을 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뒤늦게 중재에 나섰다. KBO는 선수협 법인화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가만히 있기에는 눈치가 보였던 것.
사장단과 선수협이 대화에 나섰다고 하지만 현재 확실한 것은 스프링캠프 이전까지는 사태의 결말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