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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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처방 건수 제한하라”

일본선 특정 병의원 처방 70%면 담합 간주… 개정 ‘약사법’ 담합규제책 알맹이 빠져

  • 입력2005-03-04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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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 처방 건수 제한하라”
    ‘배우려면 똑바로 배우자.’ 의약담합의 폐해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임의분업’을 실시하는 일본보다도 못한 담합 규제책을 내놓았다는 불만이 의약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월11일 의약정 간에 최종 합의된 약사법 개정안의 담합 규제책들이 내용에 구체성이 없고 너무 포괄적인 데다 담합에 대한 처벌조항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게 그 불만의 핵심. 의약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담합과 관련한 현행 약사법의 보완을 위해 일본의 사례를 ‘폭넓게’ 연구했다고 하지만, 개정안은 건물 내 약국의 위치 등 구조적 방지책에 대해서만 일본의 흉내를 냈을 뿐, 알맹이는 정작 모두 빠져버렸다는 반응이다. 일본은 지난 74년 10월 의약분업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문전약국’과 같은 ‘제2약국’의 담합 폐해가 속출하자 강력한 담합방지책을 실시해 비록 불완전한 형태지만 의약분업을 정착했다.

    “일본은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을 가지고 병원이나 약국 중 편한 곳에서 약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불완전 의약분업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담함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력합니다.” 대한약사회 오상근 간사는 담합과 관련된 약사법 개정안 중 가장 큰 문제가 처벌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일본의 경우는 단 1회라도 담합이 적발되면 의료기관의 의료보험 지정을 취소, 의료기관 개설 취소 조치보다 더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 보험청구를 못하면 더 이상 약국을 개설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약사법 개정안은 1차 적발시 15일 개설 정지, 2차 30일, 3차 적발시에 개설 등록을 취소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문을 닫는 것만큼은 피한다’는 정부의 기존 약사행정 관행으로 봤을 때 사실상 취소조치는 불가능하다는 게 의약계의 시각이다.

    한번만 걸려도 의료보험 지정 취소



    이번 약사법 개정안이 가진 또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점. 일본은 특정 의료기관(의료법인의 경우 임원 포함)과 처방전 수수의 비중이 높은 약국 개설자 간에 혈연이나 자본관계(임대차 계약, 고용, 대출 등) 등 일체의 사적 관계가 있을 경우 이를 담합으로 인정해 처벌하지만, 개정안의 경우 처방전 수수에 대한 대가로 실질적인 금품이나 향응, 편의 등이 오간 증거가 확보되어야만 담합으로 간주한다는 것. 일선 보건소 단속인력의 부족과 ‘편한 것이 좋다’는 환자들의 ‘담합 묵인’ 성향으로 볼 때 입증 위주의 단속은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처방전의 독점은 보험급여 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면 금방 알 수 있죠. 병의원에서 특정 약국으로 가는 처방전의 양이 일정 비율을 넘어가면 담합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의약계에서는 담합의사와 약사간에 이루어지는 독점 처방건수에 대한 제한 조치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 약국의 처방전 중 70% 이상이 특정 병의원에서 발행됐거나, 병-의원에서 특정 약국으로 발행된 처방전이 한달에 4000건이 넘어가는 경우 이를 담합으로 인정, 보험급여 상의 불이익을 주도록 하고 있다. 최근 대한약사회의 자체 설문 조사 결과, 가장 시급하고 적정한 담합방지 방법을 묻는 항목에 56%의 약사들이 ‘처방건수 제한’이라고 답한 것도 이에 대한 의약계의 불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새로운 담합유형이 출현하면 거기에 맞게 법을 개정해 나가겠습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약사법을 ‘누더기 법’으로 만드는 ‘복지부동’의 복지부라는 의약계의 우스갯소리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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