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살의 미혼 여성입니다. 여러 곳에 면접을 보았지만 경력이 없어서인지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경력이 없다면 무조건 면접만 보지 마세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에게 좀더 투자한 뒤 업그레이드된 자신감으로 취업에 도전해 보세요. 언제나 곁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한 여성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글이다. 구체적으로 취업의 길을 열어준 것은 아니지만 낙심해 있을 미취업자에게 응원자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될 듯하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 서로에게 힘을 주는 네트워킹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성의 적(敵)은 여성’ ‘여자는 네트워킹에 약하다’는 편견을 깨고 있는 것.
지난 5월14일 여성부가 개설한 여성 포털사이트 ‘위민넷’(www.women-net.net)은 지방에 사는 주부와 탈북 여성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폭넓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이다. 특히 선배와 후배를 1대 1로 연결해 주는 매칭(matchin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종 동호회 활동 및 임신 육아 진로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존의 여성 포털사이트와 다르다.
끌어주고 밀어준다는 의미에서 ‘멘토링’(mentoring)이라 불리는 이 같은 매칭 시스템은 각 분야에서 이미 홀로서기에 성공한 선배들과 이제 막 같은 분야에 발을 내디딘 후배들을 연결시켜 고충을 토로하고, 앞선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를 전달해 주는 기능이다. 이때 선배를 ‘멘토’, 멘토의 도움을 받아 힘차게 커나갈 후배들을 ‘멘티’라고 한다.
지난 3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던 ‘위민넷’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각각 100여명의 멘토와 멘티가 등록을 마친 상태. 가수 이상은과 박경림이 홍보 멘토로 나섰고, 상경정보통신의 김혜정 사장, 소설가 조선희씨, 성신여대 여성연구소 소장 김태현 교수, 영화감독 황윤씨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5월31일까지 신청을 받아 6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상에서 사이버 멘토링을 실시한다. 6월14일에는 오프라인상으로 멘토와 멘티가 만나 자매결연식을 가질 예정이다.
성신여대 김태현 교수는 “나의 경우도 여성 네트워크가 견고하지 못해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며 “후배들에게 전공 영역에서 학문적으로 도움을 주고, 인격적 정서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멘토링 시스템이 위민넷을 통해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이화여대 함인희 교수(사회학)는 ‘여자들에게 고함’이라는 책을 펴내며 ‘네트워킹의 파워와 멘토링의 지혜’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촘촘한 연계망 속에서 맡은 일을 성사시키는 남성들과 비교해 여성들을 ‘망망대해에 점점이 떠 있는 섬’에 비유하며 “어려울 때 용기를 북돋워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함인희 교수에 따르면 ‘멘토링’은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여성학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서양의 백인 여성들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위해선 ‘우리도 연계하자’고 외치기 시작한 것. “멘토링 네트워킹은 서구에서 시작됐지만 네트워킹에 강한 한국 남성들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여성들에게 더없이 필요합니다.” 함교수의 말이다.
전업주부에서 대학생까지 선후배를 연결해 줄 목적으로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네트워킹에 대한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때문에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포털사이트 ‘아이윌비닷컴’(www.iwillb.com)이 대표적.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성주인터내셔널 김성주 대표가 한글과컴퓨터, 컨설팅회사인 액센츄어(전 앤더슨컨설팅), 대웅제약, 화장품회사 참존, 풀무원식품 등과 의기투합해 2000년 8월에 만들었다.
3만4000여명의 회원 중 90% 이상이 직업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아이윌비닷컴은 명실공히 커리어우먼을 위한 대표적인 네트워크로 자리잡았다. 패션, 정보기술(IT), 방송·언론, 광고· 홍보, 금융 등 각 분야마다 모임이 구성되어 정보를 주고받으며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사회 초년생과 경영인을 꿈꾸는 직업여성을 위한 아카데미도 마련되어 있다. 이들 아카데미에서 함께 교육받은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교류할 뿐만 아니라, 연극 공연을 준비하거나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아이윌비닷컴에서 운영하는 리더십 아카데미 1기인 권미정씨(26·한일신용정보)는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열의에 감동해 좀더 계획성 있는 삶을 설계하게 된다”며 “한국 여성의 잠재적인 파워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아카데미를 마치면 서로의 ‘코치’가 정해져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장단점을 알려주고, 진로나 적성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데 이러한 ‘코치’는 멘토링과 매우 유사하다.
기업체에서도 여성들의 인맥 형성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고 직장으로 손꼽히는 삼성SDS에서는 지난 3월 전문 여성인력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SDSWomen’(www.sds women.com)을 열었다. 삼성SDS 소속 여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이 사이트는 남자 상사와의 트러블,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을 선배들과 상담할 수 있는 사이버 카운슬링을 제공한다. 6700여명의 직원 중 1100명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어린이집 등 여성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해 온 삼성SDS가 여성 선후배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이 회사 김혜진 과장(31)은 “남자 직원들의 경우 동문회 등 갖가지 모임을 기반으로 탄탄한 인맥을 구성하는 반면 여직원들은 그러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여성 파워를 키워가는 기회가 마련되었다”며 좋아했다.
여성 네트워킹 작업에 대학도 빠지지 않는다. 5월30일 문을 여는 ‘이화인닷넷’(www.ewhain.net)은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을 연결하기 위한 것으로, 학교 홈페이지나 동창회 사이트와 달리 흩어져 있는 동창을 온라인상으로 집합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확실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선후배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부터 알게 한 뒤, 각 분야의 선배들과 그 분야에 관심 있는 후배들을 연결해 주는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 사이트를 담당하고 있는 최애경 교수(대외협력처장)는 “이 학교 출신을 위한 사이트지만 좀더 포용력을 갖고 대상을 일반인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여성들의 네트워킹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학연, 지연이 사회적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답습해야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 이화언론인클럽, IT클럽, 법조인모임 등을 이끌어온 유세경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학연, 지연을 좇아 집단이기주의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여성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킹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 또한 여성에게 진정한 힘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은 여성임을 잊지 말고, 바쁘더라도 후배들을 위해 과감히 시간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경력이 없다면 무조건 면접만 보지 마세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에게 좀더 투자한 뒤 업그레이드된 자신감으로 취업에 도전해 보세요. 언제나 곁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한 여성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글이다. 구체적으로 취업의 길을 열어준 것은 아니지만 낙심해 있을 미취업자에게 응원자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될 듯하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 서로에게 힘을 주는 네트워킹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성의 적(敵)은 여성’ ‘여자는 네트워킹에 약하다’는 편견을 깨고 있는 것.
지난 5월14일 여성부가 개설한 여성 포털사이트 ‘위민넷’(www.women-net.net)은 지방에 사는 주부와 탈북 여성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폭넓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이다. 특히 선배와 후배를 1대 1로 연결해 주는 매칭(matchin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종 동호회 활동 및 임신 육아 진로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존의 여성 포털사이트와 다르다.
끌어주고 밀어준다는 의미에서 ‘멘토링’(mentoring)이라 불리는 이 같은 매칭 시스템은 각 분야에서 이미 홀로서기에 성공한 선배들과 이제 막 같은 분야에 발을 내디딘 후배들을 연결시켜 고충을 토로하고, 앞선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를 전달해 주는 기능이다. 이때 선배를 ‘멘토’, 멘토의 도움을 받아 힘차게 커나갈 후배들을 ‘멘티’라고 한다.
지난 3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던 ‘위민넷’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각각 100여명의 멘토와 멘티가 등록을 마친 상태. 가수 이상은과 박경림이 홍보 멘토로 나섰고, 상경정보통신의 김혜정 사장, 소설가 조선희씨, 성신여대 여성연구소 소장 김태현 교수, 영화감독 황윤씨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5월31일까지 신청을 받아 6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상에서 사이버 멘토링을 실시한다. 6월14일에는 오프라인상으로 멘토와 멘티가 만나 자매결연식을 가질 예정이다.
성신여대 김태현 교수는 “나의 경우도 여성 네트워크가 견고하지 못해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며 “후배들에게 전공 영역에서 학문적으로 도움을 주고, 인격적 정서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멘토링 시스템이 위민넷을 통해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이화여대 함인희 교수(사회학)는 ‘여자들에게 고함’이라는 책을 펴내며 ‘네트워킹의 파워와 멘토링의 지혜’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촘촘한 연계망 속에서 맡은 일을 성사시키는 남성들과 비교해 여성들을 ‘망망대해에 점점이 떠 있는 섬’에 비유하며 “어려울 때 용기를 북돋워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함인희 교수에 따르면 ‘멘토링’은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여성학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서양의 백인 여성들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위해선 ‘우리도 연계하자’고 외치기 시작한 것. “멘토링 네트워킹은 서구에서 시작됐지만 네트워킹에 강한 한국 남성들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여성들에게 더없이 필요합니다.” 함교수의 말이다.
전업주부에서 대학생까지 선후배를 연결해 줄 목적으로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네트워킹에 대한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때문에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포털사이트 ‘아이윌비닷컴’(www.iwillb.com)이 대표적.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성주인터내셔널 김성주 대표가 한글과컴퓨터, 컨설팅회사인 액센츄어(전 앤더슨컨설팅), 대웅제약, 화장품회사 참존, 풀무원식품 등과 의기투합해 2000년 8월에 만들었다.
3만4000여명의 회원 중 90% 이상이 직업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아이윌비닷컴은 명실공히 커리어우먼을 위한 대표적인 네트워크로 자리잡았다. 패션, 정보기술(IT), 방송·언론, 광고· 홍보, 금융 등 각 분야마다 모임이 구성되어 정보를 주고받으며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사회 초년생과 경영인을 꿈꾸는 직업여성을 위한 아카데미도 마련되어 있다. 이들 아카데미에서 함께 교육받은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교류할 뿐만 아니라, 연극 공연을 준비하거나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아이윌비닷컴에서 운영하는 리더십 아카데미 1기인 권미정씨(26·한일신용정보)는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열의에 감동해 좀더 계획성 있는 삶을 설계하게 된다”며 “한국 여성의 잠재적인 파워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아카데미를 마치면 서로의 ‘코치’가 정해져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장단점을 알려주고, 진로나 적성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데 이러한 ‘코치’는 멘토링과 매우 유사하다.
기업체에서도 여성들의 인맥 형성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고 직장으로 손꼽히는 삼성SDS에서는 지난 3월 전문 여성인력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SDSWomen’(www.sds women.com)을 열었다. 삼성SDS 소속 여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이 사이트는 남자 상사와의 트러블,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을 선배들과 상담할 수 있는 사이버 카운슬링을 제공한다. 6700여명의 직원 중 1100명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어린이집 등 여성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해 온 삼성SDS가 여성 선후배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이 회사 김혜진 과장(31)은 “남자 직원들의 경우 동문회 등 갖가지 모임을 기반으로 탄탄한 인맥을 구성하는 반면 여직원들은 그러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여성 파워를 키워가는 기회가 마련되었다”며 좋아했다.
여성 네트워킹 작업에 대학도 빠지지 않는다. 5월30일 문을 여는 ‘이화인닷넷’(www.ewhain.net)은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을 연결하기 위한 것으로, 학교 홈페이지나 동창회 사이트와 달리 흩어져 있는 동창을 온라인상으로 집합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확실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선후배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부터 알게 한 뒤, 각 분야의 선배들과 그 분야에 관심 있는 후배들을 연결해 주는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 사이트를 담당하고 있는 최애경 교수(대외협력처장)는 “이 학교 출신을 위한 사이트지만 좀더 포용력을 갖고 대상을 일반인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여성들의 네트워킹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학연, 지연이 사회적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답습해야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 이화언론인클럽, IT클럽, 법조인모임 등을 이끌어온 유세경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학연, 지연을 좇아 집단이기주의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여성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킹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 또한 여성에게 진정한 힘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은 여성임을 잊지 말고, 바쁘더라도 후배들을 위해 과감히 시간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