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슬개골 탈구는 무릎 슬개골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반려견 관절질환이다. [GettyImages]
유전·비만·관절 이상 등이 원인
문진에서는 밤송이에게 별다른 특이사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다른 사료나 간식을 먹지 않았고, 구토나 설사 같은 신체반응이 없었으며, 심장사상충 예방약과 외부 구충제를 이미 투약해 감염 가능성도 낮았습니다.
밤송이 몸을 전체적으로 살피면서 내과적 검사를 해봐도 대부분 정상이었습니다. 우선 의식이 명료했고 혈압도 정상이었습니다. 청진에서도 심장박동, 부정맥 등 이상 소견이 전혀 없었습니다. 폐음 청진 또한 무소견을 보였죠.
그런데 정형외과 검사를 시작할 때였습니다. 몸 어느 부위를 만져도 괜찮던 밤송이가 뒷다리 고관절과 슬개골에 손을 대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촉진으로(손으로 만져) 탈구 정도를 가늠하고, 슬개골 탈구 및 고관절 외전 검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밤송이는 통증이 심한지 크게 낑낑거렸고, 자지러지듯 소리를 질렀습니다.
원인은 슬개골 탈구였습니다. 그 통증 때문에 밤송이는 발을 내딛을 때 불안해했고, 밤이 되면 통증이 심해져 쉽게 잠을 자지 못한 채 과호흡 같은 증상을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 밤송이가 실외 배변을 못 해서 이상 행동을 보이나 싶었던 보호자 가족은 밤송이를 밖으로 데려나가 바닥에 발을 딛게 했고, 이후 집에 돌아온 밤송이가 이전보다 더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가장 빠른 날짜에 슬개골 탈구 복원 수술을 받고 회복한 밤송이는 이제 전처럼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슬개골 탈구는 반려견에게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관절질환 중 하나입니다. 무릎 슬개골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이동한 질환을 말하는데요. 주로 소형견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탈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에 수술이 필요합니다. 슬개골 탈구의 원인으로는 유전, 비만, 관절 형성 이상 등이 있습니다.
반려견 슬개골 탈구 증상은 뒷다리를 절뚝거리거나, 아예 한쪽 뒷다리를 들고 나머지 한쪽 다리로만 걷는 것 등입니다. 계단 오르내리기를 힘들어하고,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곤해하죠. 자주 미끄러지거나 주저앉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도 증상입니다. 심한 경우 아예 걷지 않으려 할 수 있으며, 다리 관절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파할 때 약물 치료나 수술을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연골이 닳으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빠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탈구 정도 따라 수술 방법 달라져
슬개골 탈구 복원 수술은 슬개골이 정상 위치에 자리하도록 교정하는 것입니다. 주로 슬개골을 교정하고 관절 주변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정강이뼈로 불리는 경골이 슬개골과 함께 내측으로 돌아가면서 생기는 질환이라서 경골을 정상 범주로 당겨와 봉합하거나, 경골 조면을 잘라내 핀으로 고정하거나, 전체 경골 머리를 잘라내 조정하는 등의 수술 방법이 있습니다. 수술 방법은 반려견의 슬개골 탈구 정도(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수술 후 회복 관리 단계에서는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좋습니다. 침 치료나 레이저 치료로 수술 부위 통증과 염증 정도를 최대한 낮추면 초기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수술 부위를 보호하고, 갑자기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는 행동 등을 하지 못하도록 보호자가 철저하게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하죠. 휴식과 운동 제한이 매우 중요한 만큼 아예 입원을 시키거나 울타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당수 반려견이 이 시기에 마구 움직이다가 슬개골 탈구가 재발해 다시 수술을 받곤 하기 때문이죠. 항생제, 진통제 등 처방받은 약을 빼놓지 않고 투약하는 것도 기본 중 기본입니다. 이렇게 한 달여간 수술과 회복 과정을 거친 뒤에는 천천히 리드줄(목줄) 산책을 재개해 그동안 위축됐던 근육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움직임을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반려견 놀이터 등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은 아마 마지막 단계가 되겠죠.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