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네오포비아’ 성향 탓 사료 변경 어려워
반려묘가 정상 체중 이상으로 살이 찌면 당뇨, 심장병, 관절염 같은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 [GettyImages]
살이 찐 반려묘는 당뇨, 심장병, 관절염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죠. 체지방 과다 축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당뇨가 생기고, 심장이 한꺼번에 더 많은 혈액을 펌프해야 해 심장병을 초래하며, 걷거나 뛸 때 무릎 관절에 상당한 무리가 갑니다. 그 밖에 다른 질병이나 사고로 수술을 받아야 할 때도 비만한 반려묘는 마취 과정에서 여러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려묘가 비만인지를 아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품종별로 정해진 정상 체중을 벗어나면 과체중, 그 정도가 심하면 비만입니다. 만약 정상 체중 범위를 모른다면 반려묘 체형을 살피면 됩니다. 모든 반려묘는 갈비뼈 부위를 만졌을 때 뼈가 살짝 만져지고, 위에서 봤을 때 갈비뼈와 엉덩이 사이 허리선이 약간 들어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체형입니다. 손끝에 힘을 주고 만졌는데도 갈비뼈가 살에 파묻혀 만져지지 않고, 허리선 없이 갈비뼈와 엉덩이가 둥글게 이어진다면 비만인 거죠. 또 반려묘 항문 주위 그루밍 상태를 보고도 비만 여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반려묘는 항문을 포함한 몸 전체를 그루밍으로 깔끔하게 관리하는데, 살이 찌면 항문까지 고개가 닿지 않아 그 주변이 더러워집니다.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 폐를 압박해 잘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거나 코를 골 수도 있죠. 이런 반려묘는 무조건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합니다.
반려묘의 체중 관리를 어떻게 해줘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겠다면 수의사와 상담하기를 권합니다. 반려묘는 단기간에 혹독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오히려 간부전 등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음식물이 체내에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몸이 지방을 간에 축적해 지방간, 간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죠. 따라서 반려묘에게 어떤 사료를 얼마나 먹일지 수의사와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려묘의 현재 체중, 하루 식사량 등을 고려해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면 됩니다. 비만이 심각하면 지금까지 지급하던 사료를 완전히 끊고, 처방 사료로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동물병원에 내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평소 식사량의 4분의 1 정도를 우선 줄여볼 것을 권합니다. 이 정도가 의학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반려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수준입니다.
반려묘 체중·식사량 고려한 식단 중요
반려묘 다이어트가 성공하려면 보호자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수의사와 함께 결정한 다이어트 방법을 반드시 지켜야 반려묘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배고파하는 반려묘가 안쓰러워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슬쩍슬쩍 간식을 주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다이어트용 사료는 절대 맛있게 만들어주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육식동물로 분류되는 반려묘는 단백질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단백질 위주의 사료가 맛없어 보인다고 자꾸만 탄수화물 토핑을 올려서 지급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식단 조절 이외에 중요한 것은 활동량입니다. 놀이, 운동 등으로 활동량을 늘려 먹은 음식 이상의 열량을 태워야 하죠. 반려묘가 하루 동안 먹을 사료를 약간씩 덜어서 푸드퍼즐에 넣은 뒤 집 안 여기저기에 놓아두면 반려묘가 먹기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운동이 됩니다. 보호자가 외출할 때 푸드퍼즐을 활용하면 반려묘가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심심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