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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로나19 증상 발현 일주일 뒤 급속 악화…‘중환자 음압병상’ 확충 시급

째깍째깍 다가오는 ‘위중환자 폭증’ 시한폭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3-06 0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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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코로나19 대구 확진자가 긴급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3월 4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코로나19 대구 확진자가 긴급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폭탄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일주일 후부터 생명이 위태로운 코로나19 중환자가 폭증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환자의학 분야 전문의 A씨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6088명 대(對) 26명. 3월 5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와 확진자 중 위중환자 수다. 확진자 대비 위중환자 비율이 0.43%로 매우 낮아, 적어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인다. 같은 시각 현재 사망자는 42명이며 치명률은 0.7% 수준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앞으로가 문제”라고 경고한다.

    중환자실에는 음압, 음압병상에는 중환자 장비 없어

    중국과 국내 코로나19 위중환자들을 살펴보면 기침·발열 등이 발현되고 일주일에서 열흘까지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유지되다 이후 폐렴이 급속히 진행되는 패턴을 보인다. 3월 4일 발생한 국내 33번째 코로나19 사망자도 가벼운 증세가 나타난 지 일주일 만에 호흡 곤란이 생겨 응급실을 통해 칠곡경북대병원 음압병상(감염병 치료를 목적으로 기압 차를 이용해 공기가 병실 안쪽으로만 유입되도록 설계한 특수 병상)에 입원했지만 나흘 후 숨졌다. A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수백 명씩 발생했다. 확진자가 중증 이상 증세를 보이기까지 7~10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증 이상 환자는 이제부터 쏟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80%가 경증환자, 20%가 중증 이상 환자로 분류된다. 중증 이상 환자 중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장치가 필요한 위중환자는 5% 남짓. 실제 열흘 전(2월 23일) 확진자(556명)의 5%(27.8명)는 3월 4일 중대본이 밝힌 위중환자 25명과 유사한 규모다. 3월 5일 오후에 확진자가 6000명을 넘어섰으므로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위중환자는 300명 이상으로 폭증할 수 있다. 물론 확진자가 증가하는 만큼 위중환자 역시 그에 비례해 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위중환자 치료 시스템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음압병상은 1027개. 하지만 음압병상은 산소공급장치를 구비해놓았을 뿐 중환자 치료 장비는 갖추지 않고 있다. A씨는 “한마디로 중환자실에는 음압병상이 없고, 음압병상에는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공호흡기나 각종 모니터링 장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대형병원이 중환자실에 음압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이 경우에는 또 음압병상에 필요한 전실, 탈의실 등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경증에서 폐렴 나타나는 환자 갈수록 늘어

    3월 4일 육군 장병들이 국군대구병원에서 음압병상 확충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3월 4일 육군 장병들이 국군대구병원에서 음압병상 확충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의료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까지 증가하리라 가정하고 위중환자 치료를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즉 코로나19 중환자 500명(1만 명의 5%)을 돌볼 시설과 의료진 수급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대구·경북지역 의료기관들은 급한 대로 코로나19 위중환자들을 위한 중환자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경증환자만 맡기로 했으나, 현재는 중증도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남성일 대구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기획실장)는 “현재 입원환자 288명 중 60~70%가 경증이라고 볼 수 없는 폐렴 환자”라고 밝혔다. 2월 21일부터 입원하기 시작한 경증환자 상당수가 상태가 나빠져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고, 새로 입원하는 환자 중 증세가 가볍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동산병원은 3개였던 중환자 음압병상을 10개로 늘렸다. 새로 늘린 음압병상 7개는 이동형 음압기를 사용한다. 물론 충분한 대책은 아니다. 남 교수는 “이동형 음압기는 효과가 제한적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부족하다. 중환자 음압병상 10개를 가동하려면 중환자 치료에 숙련된 의사 및 간호사가 각각 최소 6명, 20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인력은 의사 1명, 간호사 6명에 그친다. 위중환자 급증 현황에 비춰볼 때 10개 음압병상도 충분치 않다. 남 교수는 “대구지역 각 병원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병상을 확충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중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의료 마비가 올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 숙련된 의료진 확보도 관건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등 임무 수행을 위해 전국에서 온 119 구급대원과 구급차가 5일 오전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모여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등 임무 수행을 위해 전국에서 온 119 구급대원과 구급차가 5일 오전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모여 있다. [뉴스1]

    의료계는 코로나19 중환자 급증에 대비한 플랜B, 플랜C를 하루라도 빨리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 논의되는 대책은 우선 대형병원 중환자실을 코로나19 중환자 전용 음압병실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일반 중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할 수 있도록 음압시설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대형병원 중환자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때는 국공립 의료기관의 부속 병동을 통째로 중환자 음압병실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A씨는 “에크모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는 에크모에 숙련된 의료진이 상주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신속히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크모란 환자 몸속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교환되지 않을 경우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비다. 

    시설을 갖췄다 해도 의료진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중환자 치료에 숙련된 의료진을 어떻게 모집하고 배치할지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A씨는 “신천지 대구교회 같은 대형감염 사태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한 확진자 1만 명 선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망 피해를 줄이려면 확진자 1만 명을 전제로 만반의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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