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만세!”
숨죽여 기다리던 1000여 명의 시민이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2007년 4월 17일 쿠웨이트 현지에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알 사바 회장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도시는 인천”이라고 발표하는 순간 인천이 들썩였다. 막판 인도의 추격을 뿌리치고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하자 시민들은 “270만 명이 11억 명을 이겼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인천상공회의소 김정치 회장은 “아시아경기대회는 인천을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돼 인천은 아시아 중심도시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4년여가 흐른 지금, 그날의 감격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인천에서는 아시아경기대회를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월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와 참여예산센터가 인천시민 289명을 대상으로 한 길거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개최권 반납을 지지했다. 도대체 ‘아시아 중심도시로 우뚝 선다던’ 인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3년 앞두고 여기저기서 파열음
인천시민이 ‘국가적 망신’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시아경기대회를 반대하는 이유는 인천시의 막대한 빚 때문이다. 인천시는 현재 재정 파산 직전 단계인 재정 비상사태에 처했다. 빚은 시와 시 산하 공사, 공단 것까지 포함해 9조2000억 원대에 달한다. 올해 말 10조 원을 넘어설 전망. 시민 1인당 부채로 환산하면 328만 원에 이른다. 게다가 인천 경제수도 건설, 도시철도 공사 등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은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면 빚은 12조~13조 원이 될 것이다. 그럼 출산장려금, 무상급식, 중소기업 육성에 쓸 돈이 없어져 시민들 삶의 질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시 재정을 걱정하는 사이 인천시가 거액을 들여 시장과 부시장의 관용차를 새 차로 바꾸고, 시의원들이 연수를 핑계로 해외여행을 떠나 공분을 샀다. 여기에 인천시가 살림이 어렵다며 각 구청에 지급하는 재원조정 교부금까지 줄여 일선 구청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른 뒤 악화된 부산 경제도 인천시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당시 부산시민들은 “아시아경기대회가 부산 경제를 20년 이상 앞당길 것이다. 생산유발 효과만 1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대회를 치른 뒤 10조 원의 효과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부산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가 줄고 있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4위, 부채 비율은 2위로, 우리나라 2대 도시로서의 위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는 “부산은 아시아경기대회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지방채 발행이 크게 늘어 공공요금이 많이 올랐다. 지하철 요금, 상하수도 요금이 전국 최고다. 기대했던 관광객 유치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은 부산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대회 규모는 커진 반면, 정부 지원은 줄었기 때문이다. 참여예산센터 박준복 소장은 “부산은 대회 개최 3년 전 국비 지원계획의 76.5%인 2679억 원을 받은 반면, 인천은 사업비가 2배로 늘어났으나 국비 지원이 1888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사업비 대비 국고 지원금도 부산은 35.9%였지만, 인천은 20.6%에 불과하다. 준비에 필요한 돈은 구체적인데, 대회 이후 벌 돈은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을 치를 주경기장 건설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주경기장 건설은 사업비 4900억 원에 달하는 가장 큰 공사다. 인천시는 사업비 30%를 국비로 지원받으려 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전임 시장이 국비 지원 없이 민간투자로 주경기장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건설을 승인한 만큼 지원할 수 없다는 것.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주경기장 건설, 도시철도 공사는 시 돈으로 한 뒤 단계적으로 국가에서 받을 돈이다. 꼭 흑자를 낸다고 할 수는 없어도 주경기장 같은 체육 인프라를 확보하면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대회 준비 비용을 아끼려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가 인천시 빚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인천시의 주장처럼 경기를 치르고 난 뒤 12조9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5조5000억 원의 부가가치, 26만9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까. 시민단체 측은 “용역보고서를 보니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효과와 계산법이 꼭 닮았다. 1400억 원을 썼던 인천세계도시축전도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두 번은 안 속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추정치라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고,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꼭 경제 효과만으로 계산해선 안 된다. 인천과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효과도 크다. 인천시의 부족한 체육시설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비관론 일색이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명래 교수는 “2000년 이후 치른 행사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 경우는 드물었다. 스포츠시설은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유발 효과는 적은 애물단지다. 파급 효과 운운하는데, 통계 조작으로 만든 숫자 장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땅값이 갑자기 올라 인천시의 돈 줄이 트일 확률도 희박하다. 한 유명 부동산 전문가는 “인천은 송도, 청라, 영종도 등 외곽을 키우려다 구도심이 슬럼화해 재건축, 재개발마저 불가능하다. 외곽지역마저 분양 시기를 조절할 만큼 힘들다. 벌려도 너무 벌려놓은 상태라 답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 “내 돈으로 잔치하지 마”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내 돈으로 잔치할 수 없다”며 반대 뜻을 밝히지만, 인천시와 조직위원회는 “개최권 반납만은 절대 안 된다”고 맞서는 상황. 한국과 인천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고, 이미 쏟아부은 사업비도 막대하기 때문에 개최권 반납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아시아경기대회 지원본부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진짜 반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어 지원을 요청하는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반면, 길거리 여론조사를 실시한 인천시사회복지보건연대는 “개최권 반납을 요구한 것이다. 멋대로 해석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12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서둘러도 주경기장은 대회 한 달 전에나 완공될 전망이다. 당장 인천은 아시아경기대회 프레 대회 격인 ‘2013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를 어떻게 치를지도 걱정이다. 아시아경기대회를 홍보하고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성격의 대회지만, 5월 초 현재 조직위원회도 꾸리지 못했으며 경기장과 숙소 부족도 해결하지 못했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강행 폐해에 대해 다시 한 번 일침을 가했다.
“인천시민의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가급 ‘메가 이벤트’를 시민 세금으로 치르면서 개발 이익은 건설사가 갖고, 치적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져가 결국 빚만 남는 현실을 시민들이 꿰뚫어본 겁니다. 시민들 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합니다.”
숨죽여 기다리던 1000여 명의 시민이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2007년 4월 17일 쿠웨이트 현지에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알 사바 회장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도시는 인천”이라고 발표하는 순간 인천이 들썩였다. 막판 인도의 추격을 뿌리치고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하자 시민들은 “270만 명이 11억 명을 이겼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인천상공회의소 김정치 회장은 “아시아경기대회는 인천을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돼 인천은 아시아 중심도시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4년여가 흐른 지금, 그날의 감격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인천에서는 아시아경기대회를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월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와 참여예산센터가 인천시민 289명을 대상으로 한 길거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개최권 반납을 지지했다. 도대체 ‘아시아 중심도시로 우뚝 선다던’ 인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3년 앞두고 여기저기서 파열음
인천시민이 ‘국가적 망신’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시아경기대회를 반대하는 이유는 인천시의 막대한 빚 때문이다. 인천시는 현재 재정 파산 직전 단계인 재정 비상사태에 처했다. 빚은 시와 시 산하 공사, 공단 것까지 포함해 9조2000억 원대에 달한다. 올해 말 10조 원을 넘어설 전망. 시민 1인당 부채로 환산하면 328만 원에 이른다. 게다가 인천 경제수도 건설, 도시철도 공사 등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은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면 빚은 12조~13조 원이 될 것이다. 그럼 출산장려금, 무상급식, 중소기업 육성에 쓸 돈이 없어져 시민들 삶의 질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시 재정을 걱정하는 사이 인천시가 거액을 들여 시장과 부시장의 관용차를 새 차로 바꾸고, 시의원들이 연수를 핑계로 해외여행을 떠나 공분을 샀다. 여기에 인천시가 살림이 어렵다며 각 구청에 지급하는 재원조정 교부금까지 줄여 일선 구청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른 뒤 악화된 부산 경제도 인천시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당시 부산시민들은 “아시아경기대회가 부산 경제를 20년 이상 앞당길 것이다. 생산유발 효과만 1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대회를 치른 뒤 10조 원의 효과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부산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가 줄고 있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4위, 부채 비율은 2위로, 우리나라 2대 도시로서의 위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는 “부산은 아시아경기대회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지방채 발행이 크게 늘어 공공요금이 많이 올랐다. 지하철 요금, 상하수도 요금이 전국 최고다. 기대했던 관광객 유치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은 부산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대회 규모는 커진 반면, 정부 지원은 줄었기 때문이다. 참여예산센터 박준복 소장은 “부산은 대회 개최 3년 전 국비 지원계획의 76.5%인 2679억 원을 받은 반면, 인천은 사업비가 2배로 늘어났으나 국비 지원이 1888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사업비 대비 국고 지원금도 부산은 35.9%였지만, 인천은 20.6%에 불과하다. 준비에 필요한 돈은 구체적인데, 대회 이후 벌 돈은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을 치를 주경기장 건설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주경기장 건설은 사업비 4900억 원에 달하는 가장 큰 공사다. 인천시는 사업비 30%를 국비로 지원받으려 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전임 시장이 국비 지원 없이 민간투자로 주경기장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건설을 승인한 만큼 지원할 수 없다는 것.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주경기장 건설, 도시철도 공사는 시 돈으로 한 뒤 단계적으로 국가에서 받을 돈이다. 꼭 흑자를 낸다고 할 수는 없어도 주경기장 같은 체육 인프라를 확보하면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대회 준비 비용을 아끼려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가 인천시 빚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인천시의 주장처럼 경기를 치르고 난 뒤 12조9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5조5000억 원의 부가가치, 26만9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까. 시민단체 측은 “용역보고서를 보니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효과와 계산법이 꼭 닮았다. 1400억 원을 썼던 인천세계도시축전도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두 번은 안 속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추정치라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고,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꼭 경제 효과만으로 계산해선 안 된다. 인천과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효과도 크다. 인천시의 부족한 체육시설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비관론 일색이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명래 교수는 “2000년 이후 치른 행사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 경우는 드물었다. 스포츠시설은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유발 효과는 적은 애물단지다. 파급 효과 운운하는데, 통계 조작으로 만든 숫자 장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땅값이 갑자기 올라 인천시의 돈 줄이 트일 확률도 희박하다. 한 유명 부동산 전문가는 “인천은 송도, 청라, 영종도 등 외곽을 키우려다 구도심이 슬럼화해 재건축, 재개발마저 불가능하다. 외곽지역마저 분양 시기를 조절할 만큼 힘들다. 벌려도 너무 벌려놓은 상태라 답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 “내 돈으로 잔치하지 마”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내 돈으로 잔치할 수 없다”며 반대 뜻을 밝히지만, 인천시와 조직위원회는 “개최권 반납만은 절대 안 된다”고 맞서는 상황. 한국과 인천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고, 이미 쏟아부은 사업비도 막대하기 때문에 개최권 반납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아시아경기대회 지원본부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진짜 반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어 지원을 요청하는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반면, 길거리 여론조사를 실시한 인천시사회복지보건연대는 “개최권 반납을 요구한 것이다. 멋대로 해석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12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서둘러도 주경기장은 대회 한 달 전에나 완공될 전망이다. 당장 인천은 아시아경기대회 프레 대회 격인 ‘2013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를 어떻게 치를지도 걱정이다. 아시아경기대회를 홍보하고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성격의 대회지만, 5월 초 현재 조직위원회도 꾸리지 못했으며 경기장과 숙소 부족도 해결하지 못했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강행 폐해에 대해 다시 한 번 일침을 가했다.
“인천시민의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가급 ‘메가 이벤트’를 시민 세금으로 치르면서 개발 이익은 건설사가 갖고, 치적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져가 결국 빚만 남는 현실을 시민들이 꿰뚫어본 겁니다. 시민들 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