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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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이 사라지면 대출상환 압력 커진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부채 관리법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05-09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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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함이 사라지면 대출상환 압력 커진다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한 학자금대출로 시작해 결혼할 때 전세자금대출,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대출인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삶은 대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부채에 쫓기다 보면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010년 기준 937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861조 원보다 8.9% 증가한 것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0%에 해당한다. 가계부채는 늘어나는 데 반해 저축률은 떨어졌다. 1998년 최고 24.8%에 달하던 가계저축률이 2.8%까지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적절한 부채 관리와 저축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가계는 거꾸로 저축은 하지 않고 부채만 늘려가는 꼴이다.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올바른 부채 관리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대출받을 땐 상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말 4대 시중 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을 갚는 대출 비중은 21.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만기일시상환 대출(37.3%)이거나, 원금분할상환 대출이라도 아직 거치기간이 지나지 않은 대출(41.1%)이었다. 이런 대출은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낸다.

    이렇게 중도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대출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받는다. 이런 대출 방식은 담보 부동산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문제없지만, 요즘처럼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 위험하다. 담보 여력이 부족하면 만기가 됐을 때 원금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집도 팔리지 않는데 원금을 갚으라고 한다면 대출자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둘째, 대출받을 땐 투자 수익만 보지 말고 조달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주식투자를 할 때 ‘미수거래’를 예로 들어보자. 미수거래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인데, 연평균 이자가 19%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렇게 높은 이자율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투자를 한 번만 잘하면 그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운이 좋으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주식투자다. 하지만 매번 높은 수익을 낼 순 없다. 게임을 반복하면 평균으로 회귀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부동산투자도 마찬가지다. 거액이 필요한 부동산 거래의 속성상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만 생각하고 자금 마련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미수거래와 똑같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셋째, 저축과 대출 계획을 세울 경우 반드시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 요즘 맞벌이 부부는 자금 관리를 따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번 돈이니 자기가 관리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노후자금 마련이 부부의 공동 목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설령 자금 관리는 따로 하더라도 재무계획은 함께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함이 사라지면 대출상환 압력 커진다
    마지막으로 정년에 가까워지면 대출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퇴직 이후 소득이 줄어들면 생활비를 대기도 빠듯한데 대출 이자까지 지불하려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자기가 속한 회사의 신용으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고, 대출 만기 연장도 그리 어렵지 않다. 금융기관도 만일의 경우 월급을 압류할 수 있는 직장인 대출을 선호한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명함이 없어진 사람에게 담보 없이 대출을 연장해줄 금융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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