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용문면 조현리에 자리한 조현초등학교. 5월 3일 오전 10시 20분, 1블록(80분) 수업이 끝나고 중간놀이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30분 동안 아이들은 축구를 하거나 철봉에 매달리며 마음껏 놀다가 10시 50분에 교실로 들어갔다.
6학년 1반 2블록 사회시간. 수업시간임에도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자기들끼리 대화하며, 심지어 담임교사 탁자에서 휴지를 가져다 코도 풀었다. 그런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담임교사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학생의 발표(현장체험학습 때 가고 싶은 궁을 조사해온 내용)를 열심히 들으며 코멘트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담임교사가 뭐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자유로움 속에 깃든 이곳만의 ‘체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로 지정된 조현초교는 명성이 자자하다. 2007년 이중현(56) 교장이 공모제로 부임할 당시 6학급에 전교생 98명이던 것이 현재 11학급(특수학급 2학급 제외)에 전교생 23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도 아이 전학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학부모가 하루에도 열댓 명이라고 한다. 이 교장은 “학교가 더 커지면 안 되는데 걱정”이라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학생 요구 반영 ‘조현 교육과정 9형태’ 운영
이 교장에게 조현초교의 인기 요인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문제인 획일성에 대해 가장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한마디로 대학입시를 위한 지식전달 중심이라는 것. 이어서 그는 조현초교의 최고 장점으로 ‘조현 교육과정 9형태’를 마련하고 운영함으로써 획일성에서 탈피한 점을 꼽았다.
우리 사회와 아이들의 변화, 학교 여건,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만든 ‘조현 교육과정 9형태’는 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을 재구성한 학생 및 활동 중심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이다. 디딤돌학습, 다지기학습, 발전학습, 통합학습, 문화예술학습, 생태학습, 창조학습, 동아리, 어울마당 등 9개 형태로 나뉘며,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특히 문화예술학습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농촌지역의 단점을 보완한 것. 문화예술학습에서는 국어는 연극, 체육은 무용, 미술은 디자인, 음악은 뮤지컬 등 해당 교과영역을 문화예술과 접목해 가르친다. 이 교장은 “이때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가르치는 게 조현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무용시간에는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또한 친구가 표현하는 것을 보고 공감하면서 사회성과 감수성, 창의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태학습은 농촌의 장점을 살린 교육이다. 학교가 임대한 논에서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한다.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은 벼가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가을에는 추수도 한다. 추수 후에는 운동장에서 다 함께 방아를 찧고 떡을 만들어 먹는다. 남는 쌀은 집에 갖고 가 밥을 해먹거나, 복지관에 기부한다.
문화예술학습과 생태학습을 융합한 것이 바로 창조학습이다. 창조학습은 재량활동 교과와 관련된 생태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창조학습 시간에 아이들은 논을 관찰하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옮기거나, 나뭇잎으로 나비를 만들어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심성을 다듬는 것이 목표다.
발전학습은 국어, 영어, 수학만 중요하게 여기는 기존 학교 교육에 반대해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도록 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즉, 아이들의 마니아적 특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인 것. 요즘 5학년 1반 한다현은 새에 대해, 전시현은 지구 대재앙에 대해, 조은솔은 외국의 유명 그림에 대해 스스로 공부한다. 조현초교에는 조회가 없는 대신 어울마당 시간이 있다. 어울마당은 전교생이 모이는 시간으로,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 동아리 또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이 교장은 ‘조현 교육과정 9형태’의 핵심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교육이 아이들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만들어놓고, 학교에서 정해놓은 틀에 맞추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죠. 우리 학교는 모든 면에서 아이들을 주체로 합니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키우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조현초교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행복하다. 5학년 1반 조경남(42) 담임교사는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가 여건을 조성해준다”고 말했다.
조현초교에서는 특색 사업의 하나로,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맞벌이 부부와 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야간 보육 프로그램 ‘꿈나무 안심학교’를 위탁 운영한다. 또한 농촌지역 아이들은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기초학력 지도까지 교사가 맡기에는 여력이 없다. 그래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방과 후 기초학력 지도를 별도로 진행한다. 조 담임교사는 “이곳은 무엇보다 교사끼리 소통과 나눔이 잘된다”고 강조했다. ‘조현 수업 만들기’를 통해 교사들이 다 함께 수업계획을 짜고, 또 끝난 뒤 함께 평가한다는 것.
성적 평가도 학습과정의 일부분
서울에서 이곳으로 아이들을 전학시킬 생각으로 상담하러 온 홍정미(35) 씨. 1, 3학년 아들 둘을 둔 그는 “활동적인 아이들은 서울 학교에서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둘째 아들이 특히 활동적이에요. 아이는 뭔가를 분출하고 싶어 하는데, 선생님은 그런 아이를 버거워하고 제재하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검사했더니 별 문제 없다고 하는데, 아이도 저도 그 상처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어요.”
어른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아이의 자율성을 막고 아이는 자꾸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니 홍씨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이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전학을 결심했다.
이곳은 시험기간이 따로 없다. 담임교사가 알아서 하되, 객관식으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논술평가가 있다. 2학년 논술평가시간에 ‘얼음이 녹으면 ( )가 된다’는 문제가 나왔다. 아이들 대부분이 ‘물이 된다’고 답한 반면, 한 아이가 ‘꽃이 핀다’고 답했다. 객관식이었다면 전자가 정답이지만, 논술평가에서는 둘 다 맞는다. 논술평가에서는 누가 잘하나 못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평가도 하나의 학습과정으로 활용한다.
3학년 2반 창조학습시간. 다 함께 차를 나눠 마시고 있는 가운데 한 아이가 “선생님 차 좀 연하게 타주세요”라고 말했다. 이곳 아이들은 이처럼 스스럼없이 자신을 표현한다. 심지어 낯선 필자에게도 그랬다. 그런 모습이 아이답고 예쁘다. 이곳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오래 기억될 듯하다.
6학년 1반 2블록 사회시간. 수업시간임에도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자기들끼리 대화하며, 심지어 담임교사 탁자에서 휴지를 가져다 코도 풀었다. 그런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담임교사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학생의 발표(현장체험학습 때 가고 싶은 궁을 조사해온 내용)를 열심히 들으며 코멘트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담임교사가 뭐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자유로움 속에 깃든 이곳만의 ‘체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로 지정된 조현초교는 명성이 자자하다. 2007년 이중현(56) 교장이 공모제로 부임할 당시 6학급에 전교생 98명이던 것이 현재 11학급(특수학급 2학급 제외)에 전교생 23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도 아이 전학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학부모가 하루에도 열댓 명이라고 한다. 이 교장은 “학교가 더 커지면 안 되는데 걱정”이라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학생 요구 반영 ‘조현 교육과정 9형태’ 운영
이 교장에게 조현초교의 인기 요인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문제인 획일성에 대해 가장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한마디로 대학입시를 위한 지식전달 중심이라는 것. 이어서 그는 조현초교의 최고 장점으로 ‘조현 교육과정 9형태’를 마련하고 운영함으로써 획일성에서 탈피한 점을 꼽았다.
우리 사회와 아이들의 변화, 학교 여건,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만든 ‘조현 교육과정 9형태’는 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을 재구성한 학생 및 활동 중심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이다. 디딤돌학습, 다지기학습, 발전학습, 통합학습, 문화예술학습, 생태학습, 창조학습, 동아리, 어울마당 등 9개 형태로 나뉘며,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특히 문화예술학습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농촌지역의 단점을 보완한 것. 문화예술학습에서는 국어는 연극, 체육은 무용, 미술은 디자인, 음악은 뮤지컬 등 해당 교과영역을 문화예술과 접목해 가르친다. 이 교장은 “이때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가르치는 게 조현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무용시간에는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또한 친구가 표현하는 것을 보고 공감하면서 사회성과 감수성, 창의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태학습은 농촌의 장점을 살린 교육이다. 학교가 임대한 논에서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한다.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은 벼가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가을에는 추수도 한다. 추수 후에는 운동장에서 다 함께 방아를 찧고 떡을 만들어 먹는다. 남는 쌀은 집에 갖고 가 밥을 해먹거나, 복지관에 기부한다.
문화예술학습과 생태학습을 융합한 것이 바로 창조학습이다. 창조학습은 재량활동 교과와 관련된 생태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창조학습 시간에 아이들은 논을 관찰하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옮기거나, 나뭇잎으로 나비를 만들어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심성을 다듬는 것이 목표다.
발전학습은 국어, 영어, 수학만 중요하게 여기는 기존 학교 교육에 반대해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도록 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즉, 아이들의 마니아적 특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인 것. 요즘 5학년 1반 한다현은 새에 대해, 전시현은 지구 대재앙에 대해, 조은솔은 외국의 유명 그림에 대해 스스로 공부한다. 조현초교에는 조회가 없는 대신 어울마당 시간이 있다. 어울마당은 전교생이 모이는 시간으로,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 동아리 또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이 교장은 ‘조현 교육과정 9형태’의 핵심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교육이 아이들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만들어놓고, 학교에서 정해놓은 틀에 맞추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죠. 우리 학교는 모든 면에서 아이들을 주체로 합니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키우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학교가 임대한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조현초교 학생들.
조현초교에서는 특색 사업의 하나로,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맞벌이 부부와 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야간 보육 프로그램 ‘꿈나무 안심학교’를 위탁 운영한다. 또한 농촌지역 아이들은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기초학력 지도까지 교사가 맡기에는 여력이 없다. 그래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방과 후 기초학력 지도를 별도로 진행한다. 조 담임교사는 “이곳은 무엇보다 교사끼리 소통과 나눔이 잘된다”고 강조했다. ‘조현 수업 만들기’를 통해 교사들이 다 함께 수업계획을 짜고, 또 끝난 뒤 함께 평가한다는 것.
성적 평가도 학습과정의 일부분
서울에서 이곳으로 아이들을 전학시킬 생각으로 상담하러 온 홍정미(35) 씨. 1, 3학년 아들 둘을 둔 그는 “활동적인 아이들은 서울 학교에서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둘째 아들이 특히 활동적이에요. 아이는 뭔가를 분출하고 싶어 하는데, 선생님은 그런 아이를 버거워하고 제재하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검사했더니 별 문제 없다고 하는데, 아이도 저도 그 상처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어요.”
어른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아이의 자율성을 막고 아이는 자꾸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니 홍씨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이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전학을 결심했다.
이곳은 시험기간이 따로 없다. 담임교사가 알아서 하되, 객관식으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논술평가가 있다. 2학년 논술평가시간에 ‘얼음이 녹으면 ( )가 된다’는 문제가 나왔다. 아이들 대부분이 ‘물이 된다’고 답한 반면, 한 아이가 ‘꽃이 핀다’고 답했다. 객관식이었다면 전자가 정답이지만, 논술평가에서는 둘 다 맞는다. 논술평가에서는 누가 잘하나 못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평가도 하나의 학습과정으로 활용한다.
3학년 2반 창조학습시간. 다 함께 차를 나눠 마시고 있는 가운데 한 아이가 “선생님 차 좀 연하게 타주세요”라고 말했다. 이곳 아이들은 이처럼 스스럼없이 자신을 표현한다. 심지어 낯선 필자에게도 그랬다. 그런 모습이 아이답고 예쁘다. 이곳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오래 기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