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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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생태관광 하실 거죠?”

전국 11곳 선정 자연도 살리고 지역도 웃고…선진국형 관광으로 패러다임 변화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5-09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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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생태관광 하실 거죠?”

    순천만에서 꼬막을 잡는 지역민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환경부는 2010년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관광 사업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 사업’ 대상지 10곳을 선정했다. 자연 보전가치와 관광자원 매력도, 지역주민 참여도 등의 평가를 바탕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생태관광컨설팅단(이하 컨설팅단)의 심의를 거쳐 확정했다.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 충청남도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 전라남도 순천시 순천만 등이 대상지에 포함됐다(표 참조). 올해 3월 울릉도의 성인봉과 나리분지, 독도를 추가해 대상지는 총 11곳이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지역민이 협력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 제주도와 영주시, 신규 지정된 울릉도를 제외한 8곳이 기본계획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생태관광’을 생소하게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 ‘자연 생태를 보호하는 여행’ 혹은 ‘자연을 만끽하는 여행’이라고 어렴풋이 정의 내리거나,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는 여행을 상상하는 이도 많다. 영남대 산림자원학과 강미희 외래교수(컨설팅단 위원, 아시아태평양생태관광협회 이사)는 이와 같은 정의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태관광은 환경을 보전하는 동시에 지역에 편익을 주는 책임 있는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기본계획과 실행전략 수립

    “흔히 생태관광을 친환경 여행으로 이해하는데, 다른 개념이다. 생태관광은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민 삶의 질도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질적 이득도 포함된다. 또 관광객은 지역민과 교류하고 지역에 대해 알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로 여행하는 것이다.”

    강 교수의 설명을 바탕으로 창녕군 우포늪으로 생태관광을 떠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기존의 관광 방식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의 관광객은 늪을 가볍게 한 번 둘러보고는 근처의 다른 유명 관광지로 발길을 돌려버릴 것이다. 조금 더 머문다고 가정하더라도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쓰레기만 버린 채 집으로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 반면, 생태관광을 간다면 관광객은 우포늪이 어떻게 형성됐고 왜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는지를 생태관광 해설사에게 물어보거나 설명을 듣는다. 내륙 원시늪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지역에 대해 미리 공부해 가기도 한다. 우포늪과 지역문화를 더 경험하기 위해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홈스테이를 하거나 인근 숙박시설에 머물며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특산품도 구입한다. 관광객은 지역을 제대로 알고 또 지역민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하는 것이다.



    생태관광은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관광 패러다임이 생태관광으로 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생태관광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1983년에 이미 용어가 만들어졌고 1990년대에 크게 발전했다. 유엔은 2002년을 ‘세계 생태관광의 해(International Year of Ecotourism)’로 지정했다. 또 국제적으로 생태관광과 관련한 회의가 빈번하게 개최되고 생태관광에 관심을 가진 국가도 늘고 있다. 문화부와 환경부는 2013년까지 모델 대상지 11곳을 모범 사례로 완성하고, 향후 지자체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문화부는 컨설팅단과 함께 각 지역 특색에 맞는 생태관광지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컨설팅단은 생태관광 모델 대상지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심의하는 구실을 한다. 건국대 지리학과 박종관 교수가 단장을 맡았고, 생태전문가인 환경생태문화연구소 신정섭 소장, 국가습지시업센터 최진하 팀장을 비롯해 관광, 환경, 홍보 전문가 등 총 13명이 컨설팅단에서 활동 중이다. 컨설팅단은 지역을 직접 방문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지역에 어떤 의견을 개진해왔는지 컨설팅단의 회의록 중 일부를 보자.

    인공시설 설치 최대한 배제

    “이제부터 생태관광 하실 거죠?”

    소백산 자락길에 자리한 초가집.

    “충청남도 서산시 천수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서식지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조류독감 등에 대비한 다각도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 조류 탐방객을 위한 국제적인 홍보전략과 경쟁력이 부족하다.”

    “경기도 파주시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추진 지역이다. 생태관광 사업의 경제적 혜택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저조하다. 전체 6개 코스의 프로그램을 각각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부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관광객의 안전을 위한 관리도 비중 있게 이뤄져야 한다.”

    생태관광 모델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중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홍보를 강화하고자 문화부는 지난해 지하철 광고를 통해 모델 대상지를 소개했고, 생태관광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홍보도 하고, 관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7월 3일부터 9일까지 있을 큰 규모의 생태관광 워크숍이 그것이다. 국제생태관광협회 전문가와 한국생태관광협회 전문가가 모여 생태관광에 관심 있는 공무원, NGO(비정부기구),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또 국내외 전문가가 3개 지역 정도를 돌면서 현장의 문제점을 집어내고 각 지역에 맞는 생태관광의 모습도 조언한다.

    환경단체, 지역민 등 일각에서는 생태관광 사업이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무리 자연 보전에 신경 쓰더라도 지역민의 이득을 위해 인공시설을 짓고 관광객이 찾아오다 보면 환경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대한 강 교수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아예 생태자원에 울타리를 치고 관광객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폐쇄형 관리 모델’이 주였다. 하지만 관광객은 자원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지역민은 관광객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해 모두 불만이 많았다. 결국 자원 관리가 잘 되지 않고, 불법적으로 훼손되는 사례도 생겼다. 개방하면 어느 정도 훼손은 있겠지만, 오히려 얻는 게 많을 수 있다.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다. 생태관광 모델 대상지는 꼭 필요한 시설 외에 인공시설의 설치를 최대한 배제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면서 생태계 보전과 지역사회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생태관광 사업. 2013년 최종 완성될 생태관광 모델이 어떤 모습일지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부터 생태관광 하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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