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신용평가회사에 연체 고객을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함에 따라 5만3876명의 채무불이행자를 만들어냈다.
A씨도, B씨도 발버둥 치며 휴대전화 요금을 갚아야 하는 이유는 자칫 채무불이행자(과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11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2010년 현재 휴대전화 요금 연체 건수가 170만 건, 그 금액은 21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20대 이하 연체자가 33.4%인 75만4000명이고 연체액은 883억 원에 달했다. 서 의원은 “장기적으로 공공재라 할 수 있는 전파자원 때문에 채무불이행자가 양산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서 의원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하 SKT)의 행태를 질타했다. 이동통신회사에서는 고객이 휴대전화 요금을 7~9개월 연체하면 채권추심업체로 변제 업무를 이관한다. 그러나 SKT는 경쟁회사인 KT, LG U+와 달리 채권추심업체로 이관한 뒤에도 고객을 신용평가회사에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2010년 9월 현재 5만3876명이 채무불이행자가 됐다.
일단 채무불이행자의 늪에 빠지면 압류 조치로 재산이 채권자 손에 넘어가고, 대부분의 기업이 채무불이행자의 채용을 꺼리기 때문에 취업할 때 걸림돌이 된다. 직장인이라면 봉급의 70%를 가압류당하고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 번 떨어진 신용등급은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다.
SKT 5만여 명 채무불이행자로 등록
서 의원 측은 “SKT가 2010년 채무불이행자 등록 기준 연체금액을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줄여 9개월 사이 채무불이행자가 3만 명이나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요금 연체자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통신요금 미납자 공동관리 DB’에 등록돼 타 통신사로 신규 가입할 수 없는 규제를 받는데, 여기에 채무불이행자라는 굴레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요금 연체자 중 7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2만여 명이나 되는데 이들을 잠재적 채무불이행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7세 이하 미취학 아동 29만 명이 휴대전화, 인터넷 등을 개설했고 이 중 2만1000여 명이 요금 연체 상태다. 문제가 된 SKT에만 13만7000여 명이 가입했고 이 중 7000여 명이 연체자다. 하지만 SKT 관계자는 “휴대전화 가입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서 이 정도는 심각한 숫자가 아니며, 미성년자 명의로 개통은 가능하지만 변제 책임은 법정대리인 부모에게 있어 미성년자가 채무불이행자가 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요금을 내지 못하면 아이들에게는 연체자라는 딱지가 붙어 이후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알 수 없다.
SKT도 할 말은 있다. SKT 관계자는 “서 의원의 발표 내용이 일부 과장됐다”면서 “채무불이행자를 양산한다는 서 의원의 주장과 달리, 휴대전화 가입 시 고객에게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허가받은 이용약관을 충분히 설명했고, 본인들에게도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하기에 앞서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또 서 의원이 발표한 채무불이행자 중 3분의 2가량은 대출, 카드연체 등 중복된 이유로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50만 원으로 기준을 낮춘 이유도 “연체자에게 납부를 강력히 독려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땅 파서 장사할 수 없다”는 기업의 논리는 이해하지만 채무불이행의 늪에 빠진 이들에 대한 배려나 구제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