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참게: 등딱지의 앞부분을 클로즈업해 찍었다. 등딱지의 우둘투둘한 끝이 날을 세운 듯 뾰족하다. 가을이 제철이다. (아래) 동남참게: 등딱지 앞부분의 선이 둥그렇다. 봄이 제철이다. 다소 빠른 물살의 임진강에서는 선이 거친 참게가 자라고, 차분한 물살의 섬진강에서는 부드러운 동남참게가 자란다고 기억하면 쉽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참게는 참게와 동남참게가 있다. 이 둘은 구분이 어려울 만큼 거의 똑같이 생겼다. 육안 구별법은 딱 하나, 등딱지 앞쪽의 가장자리에 다소 뾰족뾰족한 굴곡이 있으면 참게고 둥글둥글한 것은 동남참게다. 둘은 사는 지역과 생태도 다르다. 참게는 북쪽에 살고 동남참게는 남쪽에 산다. 그 경계지역이 전라북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참게가 흔히 잡히는 임진강과 섬진강을 두고 보자면, 임진강 것은 참게이고 섬진강 것은 동남참게다. 참게는 가을에 알을 배고 동남참게는 봄에 밴다. 그러니까 임진강에서는 가을이 제철이고 섬진강에서는 봄이 제철인 것이다. 한편 충청지역에는 금강참게라고 부르는 참게가 있는데, ‘금강의 참게’라는 뜻이지 참게와 다른 종은 아닌 듯하다. 임진강 일대에서는 충청지역의 말을 받아 동남참게와 구별하기 위해 임진강 참게를 금강참게라고도 하며, 옥돌참게라고 구별해 부르기도 한다.
이런 구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수입 참게 때문이다. 가을에 접어들면 참게가 반짝 특수를 맞는다. 이때를 맞춰 수입 참게도 풀린다. 이들 참게가 가을에 먹는 참게고 그게 수입인 줄 알면서 먹으면 별 문제가 없으나, 동남참게이면 제철이 아닌 참게를 먹게 되는 것이다. 섬진강 유역에서는 참게가 동남참게로 ‘세탁’돼 팔리는 일이 드문 데 비해, 임진강 유역은 동남참게가 참게로 ‘세탁’되는 일이 흔하다. 임진강 유역은 수도권에 가까워 수요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참게는 논게 또는 민물게라고도 불린다. 옛날에는 논에서도 흔했던 게다. 참게는 민물에서만 평생을 보내지 않는다. 바다를 오간다. 늦가을부터 겨울에 바다와 기수부(바다와 민물이 섞이는 지역)에서 산란을 한다. 알에서 부화한 참게의 유생은 봄에 하천을 따라 자신들의 부모가 살았던 곳으로 올라온다. 이 어린 참게는 가을까지 민물에서 성장해 부모들이 그랬듯이 산란을 하러 바다로 향한다. 바다로 가지 못한 참게는 민물에서 굴을 파고 월동한다. 바다에서 산란을 한 참게는 죽는다. 참게가 산란하러 바다로 향할 때 가장 맛있고, 어부는 이때를 맞춰 잡는다. 동남참게는 봄에 산란하러 바다로 가는 것이 다르다.
참게는 임진강 수계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경기도 연천과 파주지역이다. 어로허가권이 있는 어부들이 그물이나 통발을 놓아 잡는다. 참게는 야행성이므로 낮에 통발을 놓고, 적어도 하룻밤 지난 뒤 거둔다. 잡히는 양은 복불복이다. 참게는 떼를 지어 이동하는데 마침 통발이 참게 무리 앞에 놓여 있으면 한 번에 수십kg을 건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면 몇 kg으로 만족해야 한다. 임진강 참게를 놓고 연천과 파주 어부들끼리 묘한 경쟁심리가 있어 어디 것이 더 맛있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 행정적 경계가 임진강 전체를 놓고 보면 모호하다. 연천에 있던 참게가 다음 날 파주에서 잡힐 수도 있는 것이다.
참게는 잡자마자 요리를 하면 흙내가 난다. 자연 상태에서 먹이 활동을 해서 몸에 흙이나 잡물이 들어 있어서다. 그래서 참게 요리 잘하는 집에서는 축양을 한다. 축양은 물고기 등을 맑은 물에 일시적으로 두는 것인데 이때 흙이나 잡물을 없앤다. 보통 일주일 정도 축양을 하는데, 이때 참게의 살이 빠질 수 있으므로 먹이를 주기도 한다. 별스럽게는 참게에 쇠고기를 먹여 내장에 쇠고기가 가득 찼을 때 게장을 담그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