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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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가 나눠먹는 비타민이냐

약대 신설 대학 “20~25명 단과대, 운영 걱정” 탈락한 대학 “지방대 차별, 불공정한 처사”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3-10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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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대’가 나눠먹는 비타민이냐
    올 초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약대 전쟁’에서 고려대, 연세대 등 15개 대학이 최종 승리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2월26일 “2011학년도 약대 신설을 신청한 총 32개 대학 중 15개 대학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설이 확정된 대학은 △경기의 가톨릭대, 동국대, 아주대, 차의과대, 한양대 △대구의 경북대, 계명대 △인천의 가천의대, 연세대 △충남의 고려대, 단국대 △전남의 목포대, 순천대 △경남의 경상대, 인제대. 대학별 정원은 경기지역 대학이 각 20명, 나머지 지역 대학이 각 25명으로 총 350명이다. 교과부는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와 협의해 2012학년도부터는 대학별 정원이 최소 30명은 될 수 있도록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해 선정 대학도, 탈락 대학도 ‘나눠 먹기식 배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32개 대학이 신청했을 때만 해도 신설 약대는 7개 정도로 예상됐다. 대학들이 약대를 운영하려면 정원이 최소 50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 하지만 약대 유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이상의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과부는 선정 약대 수를 2배로 늘리고 정원을 반으로 줄이는 ‘안전책’을 택했다.

    선정 대학들은 표면적으론 기뻐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특히 등록금이 학교 운영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립대는 무척 당혹스러워했다. 선정된 한 사립대 관계자는 “아무리 정원이 적어도 약대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갖춰야 한다. 자칫 투자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늘리고 정원 줄이기에 모두 불만

    2012학년도에 정원이 늘어날지도 확실하지 않다. 대학별 정원이 최소 30명이 되게 하려면, 총 100명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2009년 복지부가 28년 만에 약대 정원을 490명 늘릴 때도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증원에 대한 약업계 각 분야의 의견차가 컸기 때문. 이번에도 교과부가 원하는 만큼 증원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고태근 사무관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의약품 산업 관련 연구개발(R·D)에 정부 투자가 집중되면 약과학자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내년 1월부터 병원약사 인력 기준이 강화되면 병원약사 수요도 늘어난다. 이런 상황 등이 고려될 것”이라며 증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인하대, 순천향대, 선문대, 동신대 등 탈락 대학은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해 “서울에 본교를 둔 대학을 우대하고, 지방대학을 소외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연세대, 가천의대와 경합하다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인하대의 허우범 대외협력팀장은 “지역연고성이 없음은 물론 개교조차 하지 않은 연세대는 선정되고, 의대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인천지역 선도대학으로 활약해온 우리 학교는 탈락했다.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교육부로부터 평가자료를 받아 탈락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책을 세울 예정이다.

    충남지역에서 고려대, 단국대와 겨루다 탈락한 순천향대의 이정규 홍보팀장도 “우리 학교는 지난해 충남지역 의약 바이오 분야 선도대학으로 선정됐다. 의학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졌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약대 설립이 의약 바이오 분야의 인재 양성 클러스터를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 학교를 제외했다는 점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선택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탈락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 때처럼 행정소송까지 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탈락 대학 관계자들은 “로스쿨 소송 때 어느 대학도 승소하지 못했다. 심지어 위법사항이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도 인가가 취소되지 않았다. 우리가 소송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교과부 대학지원과 박주호 과장은 “정확한 심사결과에 따라 우수 대학이 약대를 유치했다”고 강조했다. ‘나눠주기’ 논란에 대해선 “2012학년도 예상 정원인 30명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선 적정하다. 대학이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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