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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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공항 이전 해, 말아?

탄핵정국에 이전 논의 사실상 ‘올스톱’, 지역 간 갈등 깊어져

  • 전시언 경인일보 기자, 마창훈 영남일보 기자, 이형주 동아일보 광주호남취재본부 기자

    입력2017-01-06 17: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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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수원시와 대구, 광주의 최대 현안인 ‘군공항 이전사업’이 대통령 탄핵정국과 맞물려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수원과 대구는 예비후보지 선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정부 부처의 주요 정책결정 기능이 사실상 중단돼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종 입지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내에서는
     “군공항 이전은 법에 정한 절차대로 진행하는 사업임에도 정부가 리스크(위험)를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전지역 확정은 물론이고 사업자 선정, 재원 조달 방안 등 앞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예정된 일정조차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이전 후보지 주민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사실상 ‘올스톱’ 된 군공항 이전사업의 지역별 상황을 들여다봤다.





    화성시 화옹지구 상권 활성화 기대…기존 도시개발사업 차질 우려

    전시언 경인일보 기자 cool@kyeongin.com



    국방부가 2016년 9월 수원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를 6곳(경기 안산·화성·평택·이천·여주시와 양평군)으로 압축하면서 군공항 이전이 가시화되리라는 전망도 잠시, 대통령 탄핵으로 군공항 이전사업이 갈 길을 잃었다.

    수원 군공항은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일대 약 632만7416㎡에 달하며, 1954년 10월 건설됐다. 이후 오랫동안 비행기 소음 등으로 수십만 명이 피해를 보자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다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전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 이듬해 3월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2016년 5월 국방부는 이를 최종 승인했다. 한동안 움직임이 없던 국방부는 9월 예비이전 후보지로 지자체 6곳을 선정해 통보한 데 이어, 10월에는 후보지 선정을 위해 지자체와 첫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탄핵정국에 들어서면서 모든 일정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그렇기에 군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2016년 12월 21일 ‘화성화옹지구군공항유치위원회’(유치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해 “화성 화옹지구 지역민은 군공항 유치를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유력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경기 화성 화옹지구 지역민들로 구성된 유치위원회의 이날 방문은 당초 10월 말로 예정됐던 예비이전 후보지 발표를 미루고 있는 국방부에 대한 항의 성격이 강했다. 유치위원회는 “군공항이 들어서면 인구 유입에 따라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들과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다. ‘수원군공항이전반대화성범시민대책위원회’는 “군공항이 화성 화옹지구에 들어설 경우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인 화성 서남부권 해양관광벨트와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등 도시개발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성시 역시 “지역민이 원치 않는 시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입지 선정임에도 정부는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하려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탄핵정국 하에서 정부가 정책 결정 기능을 상실하자 수원 군공항 이전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이 있음에도 사업계획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일관된 태도도 불안을 증폭한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군공항 이전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유권자가 반대하는 유권자보다 많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선거(대선) 공약에 군공항 이전사업이 필수적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대선후보들은 표심을 잡으려고 군공항 이전사업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 테고, 이에 따라 국방부의 움직임도 민첩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수원 군공항 이전에 찬성하는 주민은 80여만 명(수원 58만 명, 화성 22만 명)으로 반대하는 주민(화성 10여만 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사업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사업이 아닌, 안보와 직결된 국가사업”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 있는 모습으로 하루빨리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 지자체 4개 후보군 치열한 경쟁… 군위군 단독 유치로 선회

    마창훈 영남일보 기자 topgun@yeongnam.com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으로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K2(대구 군공항)·대구공항 통합이전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국방부는 “최종 후보지 선정은 늦어도 올해 1월 안에 단기 혹은 복수로 확정한 뒤 공항이전부지심의위원회로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그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국방부가 K2·대구공항 통합이전사업 후보지로 5개 지자체에 걸친 4개 후보군을 발표한 가운데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 간은 물론, 지자체와 지역민 간에도 셈법이 달라지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의성군과 군위군은 저렴한 땅값과 입지 등 제반 여건을 비롯해, 후보지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지역민의 유치 열기 등이 다른 지자체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우위를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방부 발표를 전후해 양 지자체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16년 7월 중앙정부가 통합신공항 이전 방침을 밝힐 당시만 해도 의성군과 군위군은 ‘신공항 유치는 지역 사활이 걸린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공동유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2월 21일 국방부의 1차 후보지 선정에 따른 통보를 계기로 군위군이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은 소보면이 아닌 우보면이다. 다른 지역과 연대하지 않고 단독으로 공항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군위군이 단독 유치로 선회한 배경에는 ‘공항 유치에 따른 파급효과 독점’이라는 속내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로 지목된 4개 후보군 가운데 단독 후보지로는 군위군 우보면이 유일하다. 실제 다른 후보군을 살펴보면 △성주군 용암면을 중심으로 한 ‘고령·성주·달성’ △의성군 비안면을 중심으로 한 ‘군위·의성’ △고령(다산)·달성(하빈) 등으로 모두 2개 이상 지자체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신공항 지원을 위한 부대시설 배치에서부터 대구시가 지원할 ‘이전주변지재정지원금’ 배분(3000억 원)을 두고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2~3개 지자체를 아우르는 신공항 건설의 경우 중앙정부가 각종 시설 배치와 관련해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지자체 간 갈등은 피하지 못할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단독 유치를 신청할 경우 지자체 간 갈등을 원천봉쇄하는 효과가 있다. 또 지자체 처지에선 각종 지원시설과 함께 지원금 3000억 원을 독식할 기회다. 여기에다 ‘근접한 지역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대구시의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군위군이 우보면을 단독 유치 후보지로 강력하게 밀어붙일 이유가 충분하다.

    우보면과 함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소보면은 통합공항 이전과 관련한 중앙정부의 방침이 알려진 직후 의성군(비안면)이 공동유치를 표명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지역이다. 소보면은 낮은 땅값에 비안면과 공동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성상 인근 지자체와 개발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동분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사전답사 과정에서 ‘후보지로 부적절하다’는 분위기를 감지한 군위군이 우보면을 대안으로 내세우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우보면에 대해 군위군은 ‘팔공산터널이 개통될 경우 20분이면 도착 가능한 거리’라는 장점을 부각해 대구시와 교감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지역민들과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 특히 우보면을 비롯해 인접 지역인 의흥면과 산성면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광주시 이전 비용 적극 지원 약속…전남지역은 떨떠름

    이형주 동아일보 광주호남취재본부 기자 peneye09@donga.com



    2016년 8월 국방부로부터 군공항 이전 타당성을 인정받은 광주는 2017년 새 군공항 대지 선정을 앞두고 시와 시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중앙정부와 한창 논의를 진행해야 할 시기인 만큼 자칫 탄핵정국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의 핵심 키워드는 광주와 전남의 ‘윈윈(win-win)’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 광산구 신촌동에 위치한 군공항은 1964년 주변이 허허벌판일 때 지어졌다. 대지 831만㎡(약 251만 평)에 군공항이 들어서 제1전투비행단 항공기들이 훈련을 했음에도 소음 피해 문제는 없었다. 그러다 90년대부터 군공항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광산구 송정·도산동, 서구 상무동, 남구 대촌동 등 10개 동 3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항공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군공항 이전은 광주시 최대 현안사업이 됐다.

    이에 광주시와 군공항 이전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는 2014년 10월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고, 이후 광주시와 국방부가 17차례 협의와 자문을 거쳐 2016년 8월 광주 군공항 이전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신원형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위원장(전 전남대 교수)은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 있는 군공항이 외곽으로 이전되면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광주시의 가치도 급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군공항 이전으로 효율적이고 시민친화적인 도시개발이 가능하게 됐다”며 반가워했다.  

    광주시는 국방부와 함께 2017년까지 새로운 군공항 대지를 선정한 뒤 2022년까지 건설을 마치기로 했다. 군공항 이전 방식은 기부 대 양여다. 광주시가 새로운 군공항을 짓는 대신 현 대지의 소유권을 갖는다. 또한 기존 군공항 대지는 주민 10만 명이 거주하는 경제도시 ‘솔마루시티’로 거듭날 예정이다. 광주시는 솔마루시티 조성을 통해 군공항 예상 이전비용인 5조7000억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군공항 이전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해 2016년 11월 적정지역 조사 분석 용역에 착수했다. 또 2017년 1월에는 군공항 이전사업단을 꾸려 3월부터 전남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11월에는 군공항 이전 적정지역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2025년까지 모든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게 광주시의 생각이다. 물론 이전지역을 확정하려면 국방부와 광주시, 이전 지자체가 참여하는 선정위원회 심의 투표와 주민투표 통과 등 절차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일어날 마찰도 충분히 예상된다.

    실제로 전남지역 대다수 지자체는 해당 지역이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전남도는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가 아직 테이블 위에도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광주와 중앙정부에게 등 떠밀려 얼떨결에 군공항 이전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남도 한 관계자는 “광주시, 국방부 관계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회의하고는 있지만 군공항 이전 관련 용역조사 결과가 나오고 예비후보지가 확정돼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전남 군공항 이전지역에 장기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장재만 광주시 도시계획과장은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군공항보다 2배가량 넓은 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전지역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최대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군공항이 전남지역으로 이전하면 해당 지역에 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군공항에는 군인은 물론, 6500명가량의 면회객이 유입될 예정이라 농촌지역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광주와 전남 등 서남권역 하늘을 수호한다는 점에서 군공항의 중요성이 부각될 만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군공항 이전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 간 이해와 협심은 물론, 중앙정부의 원활한 정책 결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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