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배운 말 가운데 요즘 가장 자주 써먹는 것이 ‘맛있으면 0칼로리’다. 어차피 먹을 음식이라면 신나게 그 맛을 즐기면 될 뿐, 내 몸에 남는 후폭풍 따위는 두렵지 않다 이거다. 그렇지만 ‘맛있으면 0칼로리’ 같은 위로의 주문이 필요할 만큼 내 몸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음식은 단순히 칼로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음식은 여러 식재료의 조화와 조리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면모를 갖춘다. 때로는 풍부한 영양과 미네랄, 수분을 우리에게 공급해주지만 때로는 방부제, 표백제, 살균제, 착색제, 유화제, 안정제 같은 각종 화학적 합성 첨가물을 투하하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성분 가운데 무엇을 골라 먹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난잡할 정도인 식습관에 술까지 즐기는 내 몸에 작으나마 휴식을 주려고 들르는 식당이 있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꽃, 밥에 피다’이다. 이곳은 친환경식품 학교급식 전문기업 ㈜우리밀급식의 새 브랜드 ‘네니아(NENIA)’가 운영하는 친환경 식당이다. 네니아는 친환경 식재료 유통 전문 브랜드로 온라인 숍(www.urinenia.co.kr)은 물론, 서울 가회동(북촌로39 1층, 02-3676-6262)에서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다.
‘꽃, 밥에 피다’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의 95% 이상이 무농약 또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친환경 제품이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무농약 오리쌀, 전남 장성군 김태중 농부의 16년 자연재배 유기농 현미, 전남 순창에서 자란 콩으로 만든 전통 된장, 지리산에서 짚으로 띄워 만든 메주로 완성한 간장 등 식재료마다 친환경 탄생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축산물이나 유제품 역시 무항생제 및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만 취급한다. 다시마나 멸치 같은 건어물은 완도산을 주로 쓰고, 싱싱한 해산물은 제철에 따라 국내 여러 산지에서 가져온다.
‘꽃, 밥에 피다’에서 맛볼 메뉴는 ‘보자기비빔밥’이다. 샛노란 달걀지단 주머니에 김으로 띠를 두르고 화사한 꽃을 살짝 꽂았다. 그릇 위에 놓인 선물꾸러미 같다. 꽃을 걷어내고 칼로 달걀지단을 살살 가르면 지단 주머니 안에 나물이 담뿍 들어 있다. 고춧가루로 무친 무나물과 심심하게 익힌 버섯, 애호박, 당근, 콩나물 등이 가지런히 담겨 있고 그 아래 밥이 놓였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은 뒤 달걀지단과 나물, 밥을 골고루 섞어 쓱쓱 비벼 먹는다. 처음에는 싱겁게 느껴지는데 밑반찬을 곁들이면 간이 딱 좋다. 우리밀 만두피를 쓴 황태만둣국,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고추장 양념에 달달 볶은 제육덮밥도 간단한 식사로 좋다. 맑고 시원한 굴국밥은 겨울에만 짧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식사를 주문하면 상큼한 샐러드, 철따라 바뀌는 밑반찬, 따뜻한 국을 함께 준다.
저녁에는 단품보다 느긋하게 코스 요리를 즐겨본다. 제철 샐러드, 전과 겉절이, 말이 요리, 고기 또는 생선으로 만든 푸짐한 일품요리, 현미밥과 국, 후식으로 구성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여러 전통주를 비롯해 유기농 막걸리와 맥주, 자연재배로 만든 와인도 있으니 가볍게 반주를 즐기기에도 좋다. 식사 마무리로 유기농 차와 커피도 어울리지만 유화제와 안정제를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있으니 꼭 맛볼 것!
꽃, 밥에 피다서울 종로구 인사동16길 3-6,
02-732-6276,
정오~오후 3시, 오후 6~10시(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