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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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약사의 ‘똑똑한 약 이야기’

조류독감 치료제, 내성에 주의해야

타미플루의 명과 암

  • 동국대 약대 외래교수 pharmdschool@gmail.com

    입력2017-01-09 15: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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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독감(AI)이 확산하면서 매일 먹던 달걀마저 귀해진 요즘이다. 연일 쏟아지는 조류독감 관련 소식에 사람들은 10여 년 전 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가 전 세계 8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때를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스와 조류독감은 둘 다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고열을 동반하며 급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류독감 또한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1997년 홍콩에서 6명이 조류독감으로 사망했고 베트남, 태국 등에서도 사망자가 있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2명이 H7N9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조류독감은 병을 일으키는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병원성으로 분류한다. 이 중 감염력이 가장 높은 것이 고병원성 조류독감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4~8주 된 닭에게 주사한 뒤 8마리 중 6마리가 열흘 내 사망하면 해당 바이러스를 고병원성으로 판정한다.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그 자체가 인체에 감염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변종 바이러스’가 되면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사람이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30%가 넘을 만큼 위험하다. 2005년 베트남, 2006년 중국과 태국 등에서 사람 사이에 전파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이 같은 변종 바이러스였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체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사람과 유전자 정보를 교환해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이로 인해 사람 사이에서도 조류독감이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 감염을 막고자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건당국도 현재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변이를 관찰 중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감염성 질환은 모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다. 사스의 원인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였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원래 감기는 라이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RS바이러스 등 200가지가 넘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의 총칭이다. 신종플루와 조류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바이러스는 인체에 침입해 세포 속으로 자신의 유전물질을 주입하고, 주입된 유전물질은 우리 몸 세포를 이용해 스스로를 복제한다. 이렇게 세포 속에서 수를 늘린 바이러스는 세포 밖으로 빠져나와 병을 일으킨다. 바이러스가 빠져나온 세포는 망가진다. 주인이 만들어둔 음식을 몰래 먹고 주인이 자는 침대에서 천연덕스럽게 잠을 자는 낯선 침입자가 바로 바이러스인 셈이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대부분 몸에 해롭다.



    바이러스 감염은 세균 감염과 달리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다.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저해한다. 이렇다 보니 이미 바이러스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을 때는 치료 효과가 별로 없다. 감염된 지 약 48시간 내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내성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복약 수칙대로 닷새간 1일 2회씩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은 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타미플루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곤 했다. 하지만 올해로 타미플루 물질특허가 만료돼 국내에 복제약이 나온 덕에 환자가 약을 구하지 못할 염려는 없다. 다만 과거보다 빈번히 처방되다 보니 내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류독감 치료제이기도 한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이 생기면 감염으로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미 CDC는 이미 Asian H5N1바이러스와 H7N9바이러스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내성이 발현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이겨낼 수 있는 독감 증상에는 항바이러스제를 남용하지 않는 현명한 복약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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