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와 콤팩트디스크(CD)가 퇴조하고 스트리밍과 엘피반(LP)은 상승한다. 몇 년째 이어지는 이 흐름은 2016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미국 음악 서비스 버즈앵글 뮤직은 미국 내 음악 소비에 대한 연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흥미로운 사실을 꽤 많이 담고 있다.
이제는 세계 음악 소비의 대세가 된 스트리밍은 그 시장 규모가 2500억 달러(약 298조75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82.6% 상승한 것으로, 8390억 달러(약 1000조339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4% 감소한 다운로드시장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음반 매출 또한 8940억 달러로 2015년에 비해 11.7% 하락을 보였는데, 이 중 CD시장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반면 LP시장은 오히려 25.9% 상승했다. LP는 전체 음반시장에서 8% 점유율을 보였다.
스트리밍과 LP의 약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칼럼을 통해 여러 번 말한 바 있지만 ‘소비로서 음악’과 ‘소장으로서 음악’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이전까지 음반이란 감상과 소비의 양면성을 가진 매체였다. 음악을 들으려면 음반을 사야 했고, 이는 곧 구매자의 짐 또는 컬렉션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음반은 빠르게 다운로드시장에 자리를 내줬고, 다운로드시장마저 모바일 시대 개막과 함께 스트리밍으로 대체됐다. 음악의 디지털 데이터화로 음반이 갖고 있던 목적 가운데 감상이 사라지고 소장만 남은 것이다.
LP 상승세가 계속되는 건 이런 추론에 더욱 힘을 싣는다. 소장이란 물성이 극대화될 때 더 큰 만족감을 준다. 가로세로 30cm에 이르는 LP를 집어 들었을 때 쾌감은 CD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판을 꺼내 턴테이블에 걸고 바늘을 얹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음악 감상의 제의적 욕구를 극대화한다. 따라서 감상은 스트리밍으로, 소장은 LP로 하는 추세가 지속되는 건 소비심리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스트리밍 통계에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구독(subscription) 이용률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체 스트리밍 이용자 중 구독을 통해 음악을 접하는 이의 비율이 76%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이는 스트리밍이 라디오 구실도 대체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스트리밍과 LP 소비에서 선호되는 장르 차이다. 빌보드, 아이튠즈 차트를 장악하는 팝, 힙합, 랩이 스트리밍에서 강세를 보이며(점유율 30% 이상) 트렌드 시장을 이끄는 반면, LP시장에서는 록이 63%를 차지했다.
또 LP는 최신 음악보다 이미 검증된, 즉 세상에 선보인 지 3년 이상 된 음악이 주로 팔렸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2006년 앨범 ‘Back to Black’이 2위, 비틀스의 ‘Abbey Road’가 4위에 올랐다.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밥 말리,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반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고 LP가 추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LP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신예 록-일렉트로닉 밴드인 트웬티 원 파일러츠의 ‘Blurryface’였으며, 라디오헤드의 신작 ‘A Moon Shaped Pool’도 3위였다.
이 순위로 짐작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첫째, LP 전성시대에 등장했던 음반이 여전히 주요 구매 대상이 되고 있다. 둘째, 힙스터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에게 LP는 여전히 ‘쿨한’ 아이템이다.
한국 음악시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무엇을 참고할까. 스트리밍이라는, 규모와 물량의 시장은 아이돌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가 문제다. 음악 소비는 전례 없이 파편화되고 있다. 대중은 박리다매인 스트리밍으로, 다중은 고리소매인 LP나 카세트테이프로 공략하는 게 방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