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얼음이 꽁꽁 얼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걱정….”
가장 먼저 추위가 찾아오는 덕에 겨울축제의 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강원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를 태우고 있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좀처럼 얼음이 얼지 않고 있기 때문. 강원도 겨울축제 시즌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작되는데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지난해 12월 22일 비까지 내려 그 여파로 축제가 축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강원 홍천군 ‘홍천강 꽁꽁축제’는 예정보다 일주일 늦은 1월 6일로 개막식을 연기했지만 축제장 사정으로 13일로 다시 연기됐다. 지난 연말 일시적으로 추워진 날씨 덕에 1월 4일 현재 강물이 10cm 정도 얼었지만 축제를 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12월 27일 ‘홍천강 꽁꽁축제’가 열리는 강원 홍천군 화양교부터 홍천교까지 구간을 찾아갔을 때는 얼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신 축제장에는 12월 22일 내린 폭우의 영향으로 강물이 불어나 마치 한여름 장마 때처럼 거센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그동안 어렵사리 2cm가량 두께로 언 얼음도 폭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축제를 주관하는 유승훈 홍천군문화재단 홍보팀장은 “낚시나 썰매 타기, 얼음조각 전시 등 주요 프로그램이 얼음 위에서 열리기 때문에 하루빨리 얼음이 얼기를 기원하고 있다”며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이상기후로 축제 지연 또는 축소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2년 연속 축제가 무산되는 아픔을 딛고 1월 14일 개막 예정인 ‘인제빙어축제’를 준비해온 인제군도 요즘 야속한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축제장으로 활용되는 빙어호 상류의 얼음이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얼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대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제군은 빙판에서 열던 행사를 축소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육상 행사 위주로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인제군 축제 담당자는 “빙어뜰채체험, 눈썰매장과 눈조각공원, 얼음공원 형태의 은빛나라 등 가족 체험 위주로 축제를 꾸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대형버스 60~7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조성 등 축제 준비에 한창”이라고 말했다.연인원 50만~6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평창송어축제’도 지난 시즌 포근한 날씨로 얼음이 얼지 않아 낚시터를 제외한 채 개장했다 이후 정상 운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춰 12월 23일 개장할 계획이었으나 21, 22일 내린 비로 축제를 또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축제 인터넷 홈페이지에 ‘많은 비가 내려 12월 30일까지 축제장 운영이 불가능하며 개장 일정은 추후 공지하겠다’는 내용의 긴급공지사항을 올렸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즐길 거리로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자리 잡은 ‘평창송어축제’는 이번에도 얼음낚시를 비롯해 송어 맨손잡기, 얼음썰매, 스케이트, 얼음카트, 눈썰매, 스노래프팅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날씨 상황에 따라 얼음 낚시터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미국 CNN 선정 ‘세계 겨울의 7대 불가사의’이자 ‘세계 4대 겨울축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화천산천어축제’는 12월 24일 선등거리 점등식을 시작으로 분위기를 띄웠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 1월 7일 개막을 14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03년 1회부터 연인원 22만 명을 불러 모은 데 이어 10년 연속 관광객 100만 명 돌파라는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이곳 행사장도 12월 22일 밤사이 내린 비로 일부 축제장이 물에 잠기거나 유실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얼음이 10cm가량 얼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려면 더 두껍게 얼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산천어 맨손잡기대회, 창작썰매 경연대회, 산천어 실내낚시, 루어낚시, 야간낚시 등과 얼음축구, 컬링, 얼음썰매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관광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얼음 두께 25~30cm는 돼야
썰매 타기, 얼음낚시 등 빙판에서 하는 겨울축제가 열리려면 얼음 두께는 얼마나 돼야 할까. 강원발전연구원이 권고한 안전한 얼음 두께는 25~30cm이다. 이런 두께로 결빙하려면 축제장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최소 영하 7~8도 이하 기온이 보름 이상 이어져야 한다. 겨울축제 관계자들은 강풍과 함께 12월 28일부터 찾아온 반짝 강추위에 이어 1월 10일부터 다시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1월 말까지는 찬 대륙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겠지만, 대체로 맑은 날이 많고 기온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제대로 된 축제장을 만들려면 얼음이 얼고 나서도 각종 시설 설치 등을 위해 2~3일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도 철저히 갖춰야 한다. 유승훈 팀장은 “새해를 맞아 강원도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겨울축제 일정에 대해 많이 문의하고 있지만 날씨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아쉽다”며 “축제장을 찾기 전 홈페이지나 전화로 미리 확인하고 출발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Tip 참조).
이같이 강원도 겨울축제가 줄줄이 연기되자 겨울 특수를 기대했던 행사장 주변 상인들은 겨울답지 않은 날씨를 원망하며 날마다 기상청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얼음판에서 시린 손을 불어가며 얼음낚시 삼매경에 빠지고 낚시로 잡아 올린 산천어, 송어, 빙어 등을 현장에서 맛보며 한겨울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도 아쉬워하고 있다. 겨울축제는 사람이 기획하지만 주인공은 눈과 얼음이다. 그리고 날씨가 도와줘야 성공할 수 있다.
Tip 강원도 주요 겨울축제 일정 및 문의
△화천산천어축제 2017. 1. 14~2. 5
www.narafestival.com 1688-3005
△평창송어축제 2016. 12. 31~2017. 1. 30
www.festival700.or.kr 033-336-4000
△홍천강 꽁꽁축제 2017. 1. 13~30
hongwinter.kr 033-435-4350
△인제빙어축제 2017. 1. 14~22
www.injefestival.co.kr 033-460-8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