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어버이연합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전경련으로부터 수억 원대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이 고발 건을 접하고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국회의원실 최병천 보좌관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약칭 ‘차명거래금지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차명거래가 계속 이어져왔어요. 계좌 실소유주와 계좌주(명의자)가 합의해 차명계좌를 만들 경우 규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가 탈세와 자금은닉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차명계좌를 운용한 게 대표적 사례죠.”
최 보좌관의 설명이다. 2014년 시행된 차명거래금지법의 핵심은 당사자가 합의했든 안 했든 불법적인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개정 법률 제3조 3항은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중략)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제6조에 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을 뒀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전경련 등을 고발하며 “지금까지 나온 여러 의혹으로 볼 때 자금 지원 과정이 불투명하고 세법 등 여러 법을 위반한 정황이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전경련이 차명계좌를 통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