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 말이면 국회 4년 비정규계약직을 마칩니다. 제가 국회의원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를 비하해서가 아닙니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선거과정에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해 표를 받는 것은 국민과 일종의 계약을 맺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떠나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과거 처지가 어떠했건 소관 부처와 피감기관으로부터 상전 같은 대접을 받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 심지어 사실관계가 틀린 이야기를 해도 면전에서 반박하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돌아서면 냉정한 평가를 받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의원실 보좌진에게 당부했던 말이 “소관 부처와 피감기관으로부터 ‘관점이 다를 수 있으나 논리와 제시된 근거는 인정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994년부터 참여연대에서 의정활동을 감시하며 의회를 지켜보고,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한 기간을 합하면 20년이 넘습니다. 객관적으로 국회는 발전했고, 의정활동도 충실해졌으며,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의원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국회와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비판적입니다. 주권자로서 당연한 태도이지만, 때론 억울하기도 하고 옥석을 가려줬으면 하는 심정도 듭니다. 아마 20대 초선의원도 같은 심정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가진 권한만큼 엄격한 평가가 뒤따른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스스로 무능하다고 평가하기에 정치적 조언이 아닌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국회와 정치는 이슈를 따라갑니다. 대한민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이슈가 터지기 때문에 자연히 당과 국회의원 모두 새로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이슈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적 문제이고, 해결되지 않은 숙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지난 국회에서 다뤘던 사안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에 대한 보고서와 의정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20대 정무위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배정받은 상임위원회의 19대 국회 법안과 예·결산 심사 자료, 국정감사 자료를 먼저 검토하기 바랍니다. 특히 초선이라 아직 소관 부처의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는 지난 자료를 신속하고 충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초기 의정활동을 잘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19대 국회 임기를 마치며 가장 아쉬운 것은 예산 심사입니다. 헌법상 국회 권한은 실제로는 반쪽만 행사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통령제 원조 국가인 미국에는 없는 행정부의 법안제출권도 근본적으로 검토할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지금 국회는 예산 관련 권한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회는 감액 권한은 있어도 증액은 정부 예산당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대개 1% 정도의 예산을 감액하고 증액하는 수준에서 심사와 의결이 이뤄집니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예산 심사가 더욱 형해화됐고, 예산 부수 법안이란 명분하에 조세 관련 법률에 대한 실질적 심사 의결권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예산 심의 전 예산 관련 자료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진도, 당 전문위원도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 전문위원실이나 예산정책처도 행정부의 도움 없이는 예산을 독자적으로 검토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예산 심사는 한마디로 부실 그 자체입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국회의 예산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하기 전에는 의원 개개인이 보좌진과 함께 노력하고, 당의 예산 관련 정책 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20대 국회에는 초선의원이 3분의 1이 넘습니다. 초선의원들의 분발로 20대 국회가 19대 국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합니다.
밥값, 그리고 실력
4년 전 처음 등원하며 개인적으로 두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첫째는 국민 세금으로 국록을 받는 자로서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고자 하는 유혹을 스스로 경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상 기관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입니다. 전자는 공직자로서 신분을 의미하고, 후자는 개인에게 일종의 직업과 같은 것입니다. 직업 정치인으로서 재선하고자 노력하고, 지역구 관리를 해나가는 것은 무척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선출직에 나가 더 큰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직업 정치인으로서 개인의 욕망보다 공직자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마땅합니다. 헌법상 삼권분립체제하에서 행정부를 견제 및 감시하고, 법률을 만들며, 예산을 심의, 확정하는 의정활동을 기본으로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정활동을 부실하게 하면서 재선만을 위해 지역구 관리에 매달린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둘째는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떠나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과거 처지가 어떠했건 소관 부처와 피감기관으로부터 상전 같은 대접을 받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 심지어 사실관계가 틀린 이야기를 해도 면전에서 반박하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돌아서면 냉정한 평가를 받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의원실 보좌진에게 당부했던 말이 “소관 부처와 피감기관으로부터 ‘관점이 다를 수 있으나 논리와 제시된 근거는 인정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994년부터 참여연대에서 의정활동을 감시하며 의회를 지켜보고,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한 기간을 합하면 20년이 넘습니다. 객관적으로 국회는 발전했고, 의정활동도 충실해졌으며,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의원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국회와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비판적입니다. 주권자로서 당연한 태도이지만, 때론 억울하기도 하고 옥석을 가려줬으면 하는 심정도 듭니다. 아마 20대 초선의원도 같은 심정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가진 권한만큼 엄격한 평가가 뒤따른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스스로 무능하다고 평가하기에 정치적 조언이 아닌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국회와 정치는 이슈를 따라갑니다. 대한민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이슈가 터지기 때문에 자연히 당과 국회의원 모두 새로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이슈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적 문제이고, 해결되지 않은 숙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지난 국회에서 다뤘던 사안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에 대한 보고서와 의정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20대 정무위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배정받은 상임위원회의 19대 국회 법안과 예·결산 심사 자료, 국정감사 자료를 먼저 검토하기 바랍니다. 특히 초선이라 아직 소관 부처의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는 지난 자료를 신속하고 충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초기 의정활동을 잘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성공적 의정활동의 조건
상임위원회, 당, 지역구 활동 등 국회의원이 되면 사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도 시민단체 시절부터 일중독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것이 국회의원의 업무입니다. 그래서 보좌진이 중요합니다. 조사와 정리, 자료 작성을 잘하는 유능한 보좌진은 성공적인 의정활동의 필수 조건입니다. 그러나 보좌진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써준 대로 하다가는 망신당하기 십상입니다. 상임위원회에서 질의 및 응답을 하다 보면 국회의원의 내공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법안과 예산 심사 시 실력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요 사안은 직접 사실을 확인하고, 논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세부사항을 챙겨야 합니다. 논리와 논리가 대립할 때 결론은 의외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판가름 납니다. 특히 법안을 심사할 때는 조문까지 챙겨야 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습니다. 조문 하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의도와는 다른 법률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특히 너무 많은 사안을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19대 국회 임기를 마치며 가장 아쉬운 것은 예산 심사입니다. 헌법상 국회 권한은 실제로는 반쪽만 행사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통령제 원조 국가인 미국에는 없는 행정부의 법안제출권도 근본적으로 검토할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지금 국회는 예산 관련 권한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회는 감액 권한은 있어도 증액은 정부 예산당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대개 1% 정도의 예산을 감액하고 증액하는 수준에서 심사와 의결이 이뤄집니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예산 심사가 더욱 형해화됐고, 예산 부수 법안이란 명분하에 조세 관련 법률에 대한 실질적 심사 의결권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예산 심의 전 예산 관련 자료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진도, 당 전문위원도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 전문위원실이나 예산정책처도 행정부의 도움 없이는 예산을 독자적으로 검토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예산 심사는 한마디로 부실 그 자체입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국회의 예산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하기 전에는 의원 개개인이 보좌진과 함께 노력하고, 당의 예산 관련 정책 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20대 국회에는 초선의원이 3분의 1이 넘습니다. 초선의원들의 분발로 20대 국회가 19대 국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