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서울관에서 7월 24일까지 열리는 전시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의 부제는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이다. 왜 하필 1989년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 기획 의도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1989년은 서울올림픽(1988) 개최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됐고,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유학한 작가들이 귀국해 활동한 시기였다는 것. 하지만 이 시기를 대표하는 사진가로 꼽히는 구본창이 독일 유학 후 돌아와 기획한 전시 ‘사진, 새시좌’(1988), 민병헌의 ‘별거 아닌 풍경’(1987), 김장섭과 김승곤 중심의 ‘한국사진의 수평전’(1991, 92, 93), 배병우의 ‘소나무’와 ‘오름’ 시리즈가 83년부터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89년이란 연도 자체보다 80년대 후반 이후 시도된 ‘메이킹 포토(making photography)’를 이 전시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시 1부 ‘실험의 시작’에서 이러한 시도를 볼 수 있다. 구본창의 ‘태초에’(1995~96) 시리즈는 인화지 여러 장에 조각조각 인화된 인체 모습을 실로 꿰매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는 사진에 ‘한국성’을 담으려는 시도로, 해뜨기 전 어렴풋한 빛의 원경에서 배어 나오는 소나무 숲을 포착한 흑백사진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2부 ‘개념적 미술과 개념 사진’에서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사진과 다큐멘터리 작업이 소개된다. 개념미술 1세대로 불리는 이승택의 ‘이끼 심는 예술가’(1975), 성능경의 ‘S씨의 반평생’(1977) 외 노순택의 ‘북한 아리랑 페스티벌’, 청계천 재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 전용석의 ‘플라잉시티’, 미군 주둔 상황을 보여주는 강용석의 ‘동두천’ 시리즈가 함께 전시된다.
3부 ‘현대미술과 퍼포먼스, 그리고 사진’은 2000년대로 훌쩍 넘어와 다양한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통해 국제미술의 흐름이 유입되고, 작품의 현장 제작과 설치라는 맥락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정연두의 ‘원더랜드’ 시리즈(2004), 최재은의 ‘Nobody is there-Somebody is there’(2014), 조습의 ‘네이션 : 검은 밥’(2015), 변순철의 ‘전국노래자랑’ 시리즈(2014~2016) 등 비교적 최근작 위주로 전시돼 있다.
4부 ‘이미지 너머의 풍경 : 상징, 반미학, 비평적 지평’에서는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사진예술의 다양한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강홍구의 ‘생선이 있는 풍경’ 시리즈(2002), 정희승의 ‘무제’(2014), 구성수의 ‘한알고등학교’ 시리즈(2001~2004), 오형근의 ‘Cosmetic girls’ 시리즈(2008) 등이 선보인다.
본 전시 외에도 특별전 ‘패션을 넘어서’에서는 본격적인 패션 화보가 시작된 1990년대 초·중반부터 현대까지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 75명, 작품 수 300여 점에 이르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로, 지난 30년간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사진예술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
기간 | 5월 4일~7월 24일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1·2·3·4 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