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담 전문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기계적 운영이 ‘학교 밖 범죄’ 늘린다”
“처벌 강화해야” vs “실효 없는 낙인찍기” 의견 분분
[GettyImages]
최근 ‘성남 어린이집 사건’을 보면 가해자 연령대가 6세까지 내려갈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12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글. ‘아동 간 성폭력사고 시 강제력을 가진 제도를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갑내기 남아를 가해자로 지목하면서 11월 초 경기 성남시 한 어린이집과 아파트 단지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딸을 성적으로 학대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성년자의 범죄는 경찰 측에 사건 접수 자체가 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으며, 법 제도 정비를 통해 가해자 부모에게라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12월 11일 이 청원은 청와대 측의 응답 기준인 20만 명을 넘는 23만1708명의 동의를 얻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6세인 아이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니 충격적’이라며 ‘가해자 부모와 어린이집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12월 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동의 부모는 ‘아이의 문제 행동은 있었지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가해 아동의 부모와 어린이집 측은 ‘신상털이’와 협박이 이어지자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의 범죄는 원칙적으로 형법이 아닌 ‘소년법’에 따라 처리된다. 소년법은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형법 제9조도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며 형사미성년자의 범죄를 죄의 성립 및 형의 감면 요건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다. 미성년자의 범죄는 ‘소년보호사건’으로 분류돼 각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소년부에서 재판을 전담한다. 처분도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 등 ‘◯◯학교’로 이름 붙여진 전국 10곳의 법무부 관할 소년원 내 교육으로 이뤄진다. 아직 정신·육체적으로 성장 중인 미성년자는 자신의 행위에 온전한 법적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취지다.
현행법 나이 3단계 구분
성남 어린이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6세 아동과 같은 ‘범법소년’의 경우 형법과 소년법 적용 대상에서 모두 제외된다. 다만 문제를 일으킨 아동의 보호자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긴 하다. 민법의 ‘책임무능력자’에 대한 감독자의 책임 규정이 그 근거다.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미취학 아동의 범죄는 극히 이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10세 미만 아동의 범죄는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므로 별도의 통계 자료가 없다”며 “실제 발생 건수도 극히 미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령대를 높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에 이르는 촉법소년의 범죄를 보면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범법 행위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7364건이다. 2017년 7533건(강력범죄 447건)보다 전체 건수는 줄어든 가운데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강력범죄는 450건으로 소폭 늘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이보다 높은 연령의 범죄소년 검거 인원이 2017년 7만2752건에서 이듬해 6만6259건으로 10% 가까이 줄어들어 최근 5년 동안 가장 적었던 것과 대조된다. 범죄소년 중 강력범 수도 2014년 2630건에서 2018년 2272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성인 범죄자 검거 인원 역시 2015년 177만1390명에서 2018년 158만1922명으로 10%가량 줄어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2016년 미성년자 범죄 중 12%였던 촉법소년 비중은 2018년 14%로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촉법소년의 경우 그 수법과 잔혹성이 성인 범죄 못지않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2017년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이다. 2017년 9월 1일 부산 사상구 한 공장에서 부산지역 중학교 2~3학년 학생 4명이 또래 여중생을 집단폭행했다. 이들은 유리병과 쇠파이프, 의자 등을 이용해 1시간 30분가량 피해자를 가격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해당 사건 2개월 전에도 이들은 가해자 중 1명과 교제 중인 이성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다. 이를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지속적인 협박 끝에 계획적으로 보복에 나선 것. 이들은 폭행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지인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범행에 가담한 4명 중 3명은 이듬해 부산가정법원에서 소년원 송치 처분을, 범행 당시 14세 미만이던 나머지 1명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무서운 중딩’ 촉법소년 범죄율 증가
2018년 3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항소심 재판에 주범 김모 양과 공범 박모 양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9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9월 21일 경기 수원시 한 노래방에서 13세 중학생 7명이 자신들보다 한 살 어린 12세 초등학생을 집단구타했다. SNS에서 만나 서울, 인천, 광주 등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피해자가 자신들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마이크를 휘둘러 얼굴에 출혈이 생길 정도로 폭행했다. 가해자들이 모두 2006년생인 13세라는 점에서 이른바 ‘06년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불린 해당 사건은 가해자 중 1명이 범행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당시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0만 명의 공감을 얻자 11월 2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답변을 내놨다. 유 부총리는 “폭행에 직접 가담한 학생 대부분에게 ‘장기 소년원 2년 송치’라는, 소년법상 허용되는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렸다”며 “법무부는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해 ‘국민이 공감하는 소년법’으로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성년자의 범죄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소년법 개정, 심지어 폐지 주장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날로 흉악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비해 미약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 9월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6%가 ‘소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년법을 폐지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21%로 뒤를 이었고, ‘현행 유지’는 12.9%에 그쳤다.
10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뉴스1]
이 총리는 10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06년생 집단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국회에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총리는 “현행 형사미성년자 연령이 66년 전에 정해져 정신·육체적으로 빨리 성장하는 최근 청소년 실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들이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58년 소년법 제정 후 연령 기준은 2007년 청소년 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2011년 촉법소년 연령이 12~14세에서 10~14세로 각각 1차례씩 낮춰진 적이 있다.
2017년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는 촉법소년 연령을 각각 12세(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대표 발의)와 13세(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 대표 발의)로 낮추자는 등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 6건이 제출돼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청소년 범죄의 질적 변화에 주목하며 처벌 가능한 연령을 낮출 것을 주장한다. 그는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정의 아이들이 또래집단 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거칠고 잔혹할수록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범죄 양상도 거칠어지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범죄 관련 대책으로는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와 일관된 불이익 부여”를 꼽았다. 그러면서 “미국은 일부 도시에서 청소년 범죄 예방 차원에서 야간통행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경우 명확한 사유 없이는 외출을 규제한다.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데 대한 훈육과 예방도 중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촉법소년 기준을 한두 살 낮추는 식의 미봉책이 아닌, 청소년 교육·복지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가 비등한 가운데 반론도 만만찮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청소년을 대하는 소년법의 기본 사상 가운데 하나는 ‘국친(國親)’이다. 국가가 부모와 함께 청소년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며 “이런 배경을 무시하고 단순히 엄벌주의로만 청소년 범죄를 대하면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해진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독일도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는 문제에 대해 30년 이상 논의하고 있다”며 “연령 기준을 13세로 낮췄는데 효과가 없으면 다시 12세, 11세 하는 식으로 계속 기준을 낮출 텐가. 소년 대상 사법제도를 달리 운영하는 근본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형량도 낮지 않아…가정·학교 안전망 중요”
19세 미만 미성년자 범죄 사건은 원칙적으로 각 가정법원 및 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청사. [뉴스1]
둘째는 형량이다. 김 변호사는 ‘소년원 송치 2년’ 최고 처분이 결코 낮은 형량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교도소와 유사한 소년원에서 2년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소년원에서 2년을 지내야 하는 10호 처분의 경우 범죄 내용을 살피면 형법상으로는 징역 6개월 정도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형사처벌에서 징역 2년은 강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든가, 강간의 경우 상대방과 합의하지 못할 때로 예상보다 높은 형량”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10월 경기 부천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법률 구제 및 상담 기관인 청소년법률지원센터를 개소했다. 김 변호사는 센터에서 지금까지 한 해 평균 400명에 가까운 촉법·범죄소년들의 재판 절차를 지원해왔다.
자신도 고등학교 1학년 때 특수폭행으로 정학, 2학년 때는 특수절도로 강제전학을 당한 ‘문제아’였던 김 변호사. 그는 “그런 나를 비롯해 방황하는 청소년을 돕는 길은 엄벌보다 가정과 학교가 부여하는 새로운 기회와 믿음”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촉법·범죄소년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정, 학교라는 안전망이 약해졌음을 체감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일선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오히려 학생을 학교로부터 이탈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일선 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 대응 기구다. 학교감과 학생부장, 학교전담경찰관(SPO), 지역 인사 등 4명이 당연직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대개 학부모위원 4~5명이 더해진다. 학폭위는 사건 조사 및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결정한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서면 사과나 교내 봉사부터 학급 교체, 퇴학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일부 조치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올라가 상급 학교 진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교화 없는 처벌은 폭력”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 제정 당시에도 명문화됐지만, 실제 그 역할이 강조된 것은 2012년부터다. 2011년 12월 대구에서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학폭위 중심의 엄벌로 대응했다.김 변호사는 학폭위가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기계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탈선을 저지른 학생을 청소년 범죄 가해자나 피해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폭위 운영 과정을 보면 가해 학생이 자기 행동을 반성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일단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전담 교사가 배치돼 단기간에 상황보고서를 쓴다”며 “가해 학생도 반성보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강한 처분을 면할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십상”이라고 학폭위 실태를 꼬집었다. 가해 학생을 잘 아는 담임교사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상담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다. 김 변호사는 “제대로 된 피드백 없이 학폭위에 반복적으로 회부되는 아이들은 자퇴를 선택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나 처벌 양형 강화 등 소년법 개정을 둘러싼 사회 각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벌 기준을 강화하기에 앞서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 파악과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중요하다”며 “교화 없는 처벌은 폭력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 | ‘호통 판사’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소년법은 문명사회의 합의, 촉법소년 ‘괴물’ 아냐”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사진 제공·천종호]
청소년 범죄 흉포화로 소년법 개정·폐지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 범죄 자체가 심각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처음 소년재판을 맡은 2010년에도 유사한 사건은 적잖았다. 다만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범죄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등 사건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체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실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재범을 막는 ‘특별예방효과’다. 둘째는 범죄 일반에 엄격한 태도를 취해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반예방효과’다.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을 지금보다 낮추거나 심지어 소년법을 폐지하면 두 가지 목적 중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특별예방효과 면에서는 미성년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교화와 재사회화라는 목적에 실패한다. 10세 안팎의 아동이 범죄의 엄한 후과를 의식하기 힘드니 일반예방효과도 거둘 수 없다.”
청소년 범죄의 특징은 무엇인가.
“조직폭력배 등 일부 경우를 빼고 성인 범죄는 대부분 단독범행이다. 반면 청소년은 무리 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특징이 있다. 아이들의 생활 패턴에 답이 있다. 중학교 입학 후부터 가정환경이나 학업 성적, 심지어 살고 있는 아파트 등에 따라 교실에서 어울려 다니는 그룹이 형성된다. 가정과 학교의 무관심에 처한 일부 아이에게는 또래 무리가 중요한 준거집단이 된다. 이들 사이에서 과시나 인정 욕구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변화도 감지된다. 청소년 범죄를 얘기할 때 흔히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같은 학교 학생이고 범행 장소도 교내로 전제하기 쉽다. 올해 9월 수원에서 벌어진 중학생들의 집단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모여 범행을 저질렀다. 학교폭력에 대한 엄벌주의가 자리 잡자 퇴학당하거나, 학교에 적을 두고는 있으나 도심을 떠도는 ‘학교 밖 청소년’이 늘었다. 학교폭력이 통제되고 있는 듯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범죄가 늘어난 풍선효과를 간과한 것이다.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학교 이외의 공간에서 범죄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줄지 않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대책은?
“우선 현행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소년원을 예로 들면 낮과 밤의 이원화라는 문제점이 있다. 낮에는 외부 자원봉사자들의 교육 프로그램이 잘 이뤄지는 편이다. 반면 야간이 되면 소수의 당직자가 폐쇄회로(CC)TV로 청소년들을 감시하는 가운데 TV 시청 및 취침이 일과의 전부다. 소년원 자체가 이 시간에는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을 소년원 10곳에 수용하다 보니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역 내 학교와 가정이 중심이 돼 개별 청소년에게 맞춤형 교정과 교육을 해야 한다. 편견과 달리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절대 다수는 오만하거나 뻔뻔하지 않다. 대부분 자기 죄를 뉘우치고 나이가 들수록 부끄러워한다. 이들이 범죄에 이르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가정과 학교의 책임 방기 탓이다. 소년법은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문명사회의 법적 장치다.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는 것은 실효성이 낮고 소년법 폐지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아이에게 ‘괴물’이라는 낙인이 아닌 기회를 주면 대부분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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