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역사와 전통의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한여름 밤의 꿈’(문삼화 연출)을 통해 사라진 연말 명동 거리의 낭만을 대신 선물하려 나섰다. 1594년 초연된 셰익스피어의 낭만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멘델스존의 동명 관현악곡(1843)뿐 아니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라빠르망’ 등에서 극중극으로 소개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연극은 크게 숲속 요정들의 사랑이야기와 아테네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밤의 환상과 낮의 현실로 나뉜다. 이 때문에 얽히고설켜 스토리 라인이 조금 복잡하다. 젊은 연인 허미아(양서빈 분)와 라이샌더(조남융 분)는 사랑하는 사이지만 허미아의 아버지는 허미아가 디미트리우스(이원희 분)와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두 연인은 사랑의 도피를 결정하고 숲으로 향한다. 디미트리우스와 그를 짝사랑하는 헬레나(강해진 분)는 도망친 연인들을 쫓아 숲으로 따라 들어간다.
이 숲은 마법의 숲으로 요정의 왕 오베론(이호철 분)이 다스리고 있다. 오베론은 얼음처럼 차가운 티타니아 여왕(정새별 분)에게 앙갚음하려 사랑의 묘약을 사용한다. 이 약은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푹 빠져들게 만든다. 더불어 그는 더는 인간들이 어긋난 사랑으로 슬퍼하지 않도록 묘약을 인간에게도 사용한다. 하지만 오베론의 시종 퍽(정원조 분)의 실수로 연인의 사랑은 엉망으로 얽히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인간세상을 다스리는 테세우스 공작의 결혼식이 겹친다. 이 결혼식의 축하 연극을 준비하던 직공들까지 이 촌극에 합류해 혼란, 갈등, 오해, 반목, 다툼이 고조된다.
[사진 제공 · 국립극단]
꿈과 사랑이 가득한 낭만적인 결말을 기대한 관객은 갑작스럽게 블랙코미디로 마무리되는 해석에 당황할 수 있다. 마법이 사라진 2019년을 바라보는 시대적 연출 의도는 참신했지만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아 뒷맛이 쓰다.